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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 선수, 모델 출신의 USGTF 이현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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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프로가 자신이 가르치는 전남 여수의 피팅 센터 연습 타석에서 포즈를 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전남 여수의 엑스포역 가기 전인 여천 역에 내리자 신장 185cm의 훤칠한 키에 말끔한 얼굴의 프로가 반갑게 맞이했다.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코리아의 이현(47) 프로는 부모님 고향인 여수에 내려와 정착한 지 15개월여가 됐다고 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거기서 멀지 않은 골프피팅 백화점이었다. 다양한 골프 용품을 판매하고 피팅도 하는 이곳 한 켠에 마련된 타석에서 이 프로는 레슨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 있다가 지난해 5월 아버님 건강이 나빠지셔서 형제들이 모두 내려왔지요. 원래는 여수의 다른 곳에서 레슨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인도어, 드라이빙 레인지가 없어지고 주택 단지가 들어서 지금은 이곳에서 레슨을 하고 있지요.”

이 프로는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좋고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전남 광주에서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89년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지만 흥미를 못 느꼈다. 당시 그의 꿈은 연기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2, 3학년 때는 학교에서 테니스 선수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1993년에 연기학원인 모델라인 34기로 들어갔다. 당시 동기가 룰라의 리더 이상민이었다. 수료한 뒤로 모델로 2003년까지 13년 정도 활동했다. 백화점의 쇼에도 나가고 나이키 카탈로그를 찍거나 메이플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성인이 되어 골프를 종종 했지만 테니스와 함께 취미였을 뿐 당시에는 그게 직업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모델 일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동대문에서 의류업으로 잘 나가던 친구의 권유로 봉제, 의류 도매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물건을 떼다가 국내에 유통하는 의류 도매업이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중국에서 물건을 보내오는 거래처에서 계속 사소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중국 광저우로 가서 현지에서 직접 물건을 넘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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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프로는 플라이트스코프 등 샷 측정기 등을 이용해 고객의 스윙을 분석하고 교습한다.


광저우에서의 봉제 무역업 일상은 오후 2시면 일이 끝났다. 오후에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테니스장에서 교민들과 교류하게 됐다. 학생시절 선수 생활까지 했던 테니스와 골프 실력을 바탕으로 부업삼아 가르쳤는데 반응이 좋았다.

의류 사업이 잘 될 때 한국과 중국 매장이 4개씩에 직원도 수십명을 거느렸다. 전 세계를 무대로 물건을 팔았다. 그러다 미국서 온 오더를 납품하지 못해 클레임을 크게 먹었다. 중국에서 공장도 운영했지만 한 순간에 날렸다. 그 무렵 중국에 있던 수많은 봉제업체들이 인건비가 더 저렴한 캄보디아나 베트남으로 나가는 시절이었다. 그는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동남아로 가지 않고 중국 사업장을 접고 2014년 귀국했다.

고국에 돌아와서는 봉제업을 하면서도 알음알음으로 골프 레슨을 했다. 골프를 가르치는데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아예 골프 코치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접하게 된 게 USGTF 프로 자격증이었다. 그게 있으면 어디서 레슨을 하더라도 인정받는다는 조언을 듣고 시험을 준비했다.

좋은 신체조건에 어려서 테니스, 골프를 잘 친 덕에 필드를 나가면 드라이버샷 300미터 장타를 날리는 실력이었다. 2015년 강원도 오투컨트리클럽 블루티에서 기록한 3언더파 69타가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였던 만큼 선발 테스트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2016년 여름 공주 프린세스골프장에서 USGTF-코리아 프로 자격증을 땄다.

이듬해부터 의류 사업은 접고 동대문구 장안동 바우하우스의 골프존 연습장에서 레슨을 시작했다. 스크린골프 룸이 15개에 연습장 GDR이 5개 있었는데, 레슨 요청이 많아서 타석 외에 스크린방에서 레슨을 할 정도였다. 한 달에 레슨은 40명 이상 고객이 있었다. 하지만 2018년에 골프방 대신 키즈카페로 업종이 바뀌면서 그는 애플짐 휘트니스내 연습장으로 옮겼다. 그에게 레슨을 받던 사람들은 그대로 따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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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 프로는 처음과 끝이 같은 골프 코치를 꿈꾼다.


지난해 봄에 부모님 고향이라고 덜컥 내려왔지만 가는 곳마다 골프를 배우겠다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도 신이 나서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그는 몸과 근육을 잘 쓰는 ‘안 다치는 골프’를 추구한다. <골프 아나토미>라는 책을 교본처럼 곁에 두고 보면서 누구든 큰 근육을 이용하는 스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슨을 받는 이들의 모든 스윙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그는 어려운 용어를 쓰지않고 가르치려 한다. 플라이트스코프 등 스윙 측정기로 스윙을 찍은 뒤로는 골퍼의 동작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게 그의 교습법이다. “어드레스부터 스윙의 모든 과정은 손뼉을 쳐야 합니다. 그래야 양손의 밸런스가 맞지요. 백스윙 중간에서 손뼉, 톱에서도 손뼉이 쳐지나요? 그런 자세가 이상적이라고 가르치죠.”

USGTF 프로가 되고나서는 연맹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경기도 선발전이 있을 때 경기위원으로 봉사했고, 지금은 전라도 경기위원으로 활동한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꾸준히 연맹 선발전의 응시자가 늘고 있다. 연맹의 일에 적극 나서는 봉사가 좋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말 ‘연맹이 선정하는 10대 지도자’에도 뽑혔다.

수년간 골프를 가르치다보면 다양한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가 교습하면서 잊을 수 없는 학생은 처음부터 처음 말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꼬리 물기 질문을 하던 여성 골퍼였다. 그는 꾹 참고서 내색하지 않고 일일이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나자 그 여성이 남편과 함께 와인 세트를 가지고 찾아왔다. 남편 왈 “아내 성격이 센 편인데 계속 배우겠다고 해서 감격했다”는 것이었다.

남다른 교습 노하우가 있었을까? “저는 그립부터 강조합니다. 다음에 테이크 어웨이, 빈스윙으로 한 단계씩 스윙 동작을 완성해가죠.” 그에게 배우러 오는 이들 중에는 헤드업이나 치킨 윙이 되는 골퍼가 가장 많다. 몸에 배인 잘못된 동작은 고치기 힘들다. “잘못된 동작에는 항상 사전 행동이 있습니다. 그걸 고치는 건 잘못되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죠. 그렇게 서서히 스윙이 개선됩니다.”

어렸을 때 골프를 접해 중국에서도 틈틈이 가르쳐 재야에서 쌓은 레슨 경력도 오래다. 가르친 사람의 스윙 자료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골프 교습가로서 추구하는 철학은 간명하다. ‘처음과 끝이 같고, 골퍼에게 먼저 다가가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코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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