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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운동 병행’ 어려워…중3 메달리스트 아쉬운 은퇴
대통령배에서 동메알을 따낸 정연우(오른쪽)

2005년 경기도 연천의 ‘목장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정연우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나름 소질도 있었다. 합기도, 수영, 배드민턴, 축구 등의 종목을 섭렵했다. 운동DNA가 좋고, 여기에 본인도 좋아하니 각종 운동으로 몸은 군살이 없는 탄탄한 체형이 됐다.

중2가 된 지난해 그는 복싱에 입문했다. 합기도를 익혀 대회에서 메달까지 땄던 까닭에 이번에는 올림픽 종목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네체육관(전곡스타복싱클럽)에 등록하고 샌드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빨리 적응을 했어요. 두세 달만에 관장님이 생활체육대회에 나가라고 권해서 5월부터 대회에 나갔어요. 처음 3번은 다 졌는데 기본기가 갖춰진 후에는 4연승을 올렸어요.”

자신감을 얻은 정연우는 엘리트대회인 신인선수권에 도전했다. 강자들이 빠진 대회였지만, 그래도 학교운동부 선수들 상대하는 까닭에 많이 긴장했다. 1회전에서 1점차로 졌고, 정연우를 이긴 선수는 우승했다.

코로나19사태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지난 달 제50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에 도전했다. 신인선수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위있는 대회였다.

정연우는 이 대회 16강에서 작년 준우승자를 난타전 끝에 꺾었고, 8강에서도 승리했다. 4강에서 이 체급 우승자를 만나 선전했지만 판정패했다. 아쉽지만 목표로 했던 메달(동) 획득에는 성공했다.

평범한 학생이 학교공부 등 할 것 다하며 일주일에 2~3회 동네체육관에서 운동해서 거둔 성과로는 놀랍다.

실제로 정연우는 전곡중학교에서 상위 10% 이내에 드는 우등생이다.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고, 오후에는 영어·수학 학원을 다니면서 틈틈이 운동한 것이다.

정연우는 8월 동메달을 끝으로 ‘은퇴’했다. 고교진학을 앞두고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복싱선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대회가 원래 제게는 마지막 대회였어요.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였는데, 마지막 대회에서 목표를 달성해 기쁩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고, 원하는 직업을 얻은 후 다시 복싱을 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샌드백을 두드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복싱 정말 좋았었는데요.”

대견하면서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한국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외국의 경우 올림픽 출전선수가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독일)이 펜싱 금메달리스트로 변호사가 된 경우다.

정연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구조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학업과 운동,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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