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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상현의 세계 100대 골프 여행 - AIG여자오픈 개최지 로열트룬 올드] 짧은듯 길고, 편평한듯 하다 구릉이 ‘우표도장’ 123야드 파3 악명 높아
로열트룬 파3 8번 우표딱지홀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서쪽으로 두어 시간 차를 몰고 가면 전설적인 골프 코스 세 곳이 있는 아이어셔(Ayrshire) 해안에 도달한다.

스코틀랜드의 페블비치로 불리는 트럼프 턴베리 아일사 코스, 최초의 오픈 챔피언십 개최지 프레스트윅 그리고 세계적 골프장 운영사 트룬(Troon) 브랜드의 고향 로열트룬(Royal Troon)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로열트룬은 디(브리티시)오픈 개최지로 유명하다.

지난 8월 말, 로열트룬 올드에서 LPGA대회인 AIG여자오픈이 처음으로 열렸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이름을 바꾼 뒤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세계랭킹 304위의 소피아 포포프가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연출되었다. 2006년 롤렉스 세계여자 랭킹 도입 후 가장 낮은 순위였던 독일 출신 선수가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데는 로열 트룬의 난해하고 변화무쌍한 홀들이 한 역할 했을지 모른다.

로열트룬 올드 코스에는 골프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이 담겨 있다. 시시해 보이기까지 하는 널찍하고 짧은 세 개의 파4홀로 시작할 때만 해도 앞으로 닥쳐올 시련과 흥분을 예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짧은 듯 길고, 편평한 듯 어느 순간 높은 구릉이 눈앞에 펼쳐지며, 해안가를 거니는 듯하다가도 어느 덧 숲 속을 헤매게 만들고, 부드러운 듯 매섭게 골퍼를 몰아치는 18홀의 대장정을 마칠 때쯤에는 마치 한 평생을 다 살고 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로열트룬 골프클럽은 1878년에 결성되어 6개의 홀로 플레이 된 후 확장을 해오다가 1883년 디오픈 챔피언인 윌리엄 퍼니의 작업으로 1909년 현재의 코스 형태로 완성되었다.

클럽 결성 100주년 되던 1978년에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로열(Royal)의 칭호를 받아 ‘로열트룬’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1923년을 시작으로 디오픈 챔피언십을 무려 9번이나 개최하면서 아놀드 파머, 톰 와이스코프, 톰 왓슨과 같은 전설적인 챔피언을 배출했다. 지난 2016년에는 필 미켈슨과 핸릭 스텐손이 명승부를 벌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지막 날 스텐손은 8언더파의 무서운 실력을 발휘해 6언더파의 미켈슨을 제치고 디오픈 사상 최소타로 우승했다.

로열트룬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우표 도장(Postage Stamp)’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123야드의 짧은 파3 8번 홀이다. 모든 디오픈 개최 코스 중에서 가장 짧은 파3라는 이 홀은 그러나 거리와 무관하게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홀이다.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초소형 그린이 계곡 넘어 좌우로 두 개씩의 벙커들 사이에 좁게 놓여 있다. 왼쪽 벙커 너머는 풀이 무성한 언덕이고 오른쪽 벙커를 지나면 가파른 절벽이다. 게다가 왼쪽 해안으로부터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1950년 디오픈 당시 독일에서 온 한 아마추어 참가자가 벙커에 들어간 티샷을 5번 만에 탈출시킨 후, 12번 째 샷으로 온 그린 한 다음, 15번째 샷 만에 홀 아웃 했다고 하니 이 홀의 악명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로열트룬 올드 코스가 여느 링크스 코스와 달리 기억에 남는 경험은 클럽하우스를 향해 되돌아 가는 후반 홀에서 본격화된다. 파란 하늘 아래, 뒤로 멀리 아일사 크레이그 섬의 바다 풍경을 뒤로 하고 티샷을 날리는 내리막 9번 홀부터 주변 풍경이 갑자기 검고 높은 관목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때부터 폭이 좁은 숲 길 같은 페어웨이를 통과하며 매 홀 끝없는 도전이 시작된다.

낮게 내려진 늦은 오후 햇살 속에 걷는 마지막 몇 홀은 몽환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로열트룬은 2020년 〈골프 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에서 51위에 올랐다. 2023년 이곳에서 디오픈이 다시 열린다. 100년전 열린 디오픈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TV에서 코스를 다시 보는 것은 이때쯤이나 가능해 보인다.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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