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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헌철 칼럼] 최경주와 디섐보..20년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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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2000년부터 PGA투어에서 20년간 꾸준하게 활동하는 선수다.


최경주는 2002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컴팩클래식에서 미국 진출 이후 첫 우승을 이루었다. 브라이슨 디섐보는 2020년 로켓모기지클래식에서 장타를 선보이며 우승했다.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선수의 2002년 우승과 2020년 우승, 연도 숫자의 공통 분모 외에 오버랩 되는, 또 다른 공통의 무엇이 있다.

골프 클럽의 샤프트는 두 가지 소재 즉, 스틸과 그라파이트로 양분된다. 스틸 샤프트는 힘 있고 비거리가 나는 골퍼에게 정확성을 제공하는 장점으로 인식되며,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스틸과 비교해 정확성은 떨어지나 가볍고 유연하기에 비거리에 우수하다고 여겨진다.

중학교 시절, 역도부 학생이었던 '탱크' 최경주는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할 때 그라파이트를 장착한 아이언으로 우승했다. PGA투어 역사상 최초로 그라파이트 아이언을 사용해 우승한 것으로 기억된다.

350야드 내외의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하는 PGA투어 최고의 장타자인 디섐보는 퍼터를 포함해 14개 클럽 모두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장착했다. 이 역시 PGA투어 역사상 최초로 전 클럽에 그라파이트 샤프트를 사용해 우승한 케이스다.

힘과 스피드가 넘치는데 그라파이트를 사용한다? 여자 투어 프로조차 스틸을 주로 쓰는데 PGA투어 최고의 장타자가 그라파이트를 쓴다? 거리는 당연하지만 방향성과 일관성이 대 전제인 남자 투어 프로가 그라파이트를 쓴다는 게 가능할까?

흔히 알려진 그라파이트 샤프트의 뒤틀림(토크), 지나친 유연성(플렉스), 거리의 편차는 어쩌려고 그라파이트를 쓸까? 거리를 중시하는 드라이버라면 모를까 아이언, 심지어 웨지, 퍼터까지도 말이다.

최경주는 본인이 아는 범주에서 골프 장비에 대해 어느 전문가 못지않다. 직접 라이 각과 로프트를 측정, 조절해 사용하는 선수다. 디섐보는 물리학도였다. 따라서 뭘 몰라서 그라파이트라는 무리수를 둔 것 같지는 않다.

그라파이트나 스틸 소재를 떠나 골프공의 방향을 결정짓는 두 요소가 있다. 바로 임팩트시 헤드 페이스의 각도(앵글)와 스윙의 궤적(패스)이다. 궤적이 정확하고 각도가 목표 방향에 직각이면 공은 똑바로 날아간다. 이는 불변의 진리다.

골프는 거리와 방향의 게임이다. 거리는 힘과 스피드에서 나오고 방향은 일관성에서 나온다. 두 가지 모두 골퍼의 근육을 통해 성취된다. 100미터 달리기 선수 같은 순발력과 체력,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가 수없이 반복된 연습으로 올바른 스윙을 근육에 기억(머슬 메모리) 시키고 멘탈까지 강화하면 골퍼로서는 베스트이다. 여기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장비까지 제공되면 세계 최강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발전은 관습과 고정 관념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국인으로 PGA투어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최경주와 올해 체중을 20kg 벌크업 해서 나타난 브라이슨 디섐보는 골프라는 세상의 혁명가이다. 그 점에서 두 선수는 닮았다. 글/정헌철(골프이론가)

*필자는 천리안 골프동호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골프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골프 강의를 하고, 직접 클럽도 제작하면서 골퍼로서의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연구를 통한 전문 지식을 통해 골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 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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