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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 (번외편) 당신은 ‘왜’ 배구를 하나요?

  • 기사입력 2020-0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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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구본승, 김명진, 김인혁. [사진=한국배구연맹]

배구 세계여행을 하던 중 한국의 배구소식을 하나 접하고 가슴이 무척 아팠다. 지난 31일 한국전력의 유망주이자 이번 시즌 신인왕으로 떠올랐던 구본승이 자신의 SNS(인스타그램)에 은퇴를 하겠다는 글과 함께 팀을 떠났다. 불과 몇 경기 전까지만 해도 코트장을 누비던 선수였기에 갑작스러운 통보를 들은 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구본승은 예전부터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구단과 팬들 모두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보일 만큼 괜찮은 선수 한 명을 잃은 것이다.

필자는 이번 일을 떠나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시절까지 총 10년 동안 현역 배구선수로 활동을 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주제에 대해서 꼭 한 번쯤은 글을 쓰고자 했다.

시작하기 전 지금 배구를 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배구를 하나요?’라고. 각자만의 이유는 모두 다르겠지만 묻자마자 바로 답할 수 있는 선수는 많이 없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만큼 평소에 이와 같은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예견된 사태

2013-2014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김명진은 왼손잡이에 포지션도 라이트(현 아포짓 스파이커)였기 때문에 ‘포스트 박철우’라는 기대를 받았다. 입단 후 초반에는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다가 박철우가 2014년도 11월 말에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를 하게 되자 조금씩 기회를 받았고 한 해가 거듭될수록 성장했다.

하지만 2017년 9월에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가 됐다. 공식적으로는 어깨 수술이 요인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론 선수 본인이 ‘더 이상 배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국전력에서 강서브와 파워풀한 공격력으로 알토란 역할을 맡고 있는 김인혁도 지난 2018년 10월 팀을 떠났다가 한 달 뒤에 다시 복귀한 일화가 있다. 당시 팀을 떠난 이유는 ‘패션 쪽 일을 하고 싶다’였지만 실질적으론 그도 ‘더 이상 배구를 하고 싶지 않다’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 두 선수를 제외하고도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1년에도 여럿 배구코트를 떠나고 있다. 여기서 주는 메시지는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이유로 그만둔다는 것이다.

운동만 열심히 했는데..

필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지금부터다.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대부분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훈련’을 중점으로 두고 교육을 한다. 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기보단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팀에 맞춰야 한다고 말을 하며 ‘협동심’을 강조하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닐뿐더러 당연히 운동선수라면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은 장면을 보고도 서로 각기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모두가 ‘성향과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이미 선진국 팀들에선 각 팀마다 전문 심리상담가를 두고 정기적으로 선수들의 멘탈을 케어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축구선수인 손흥민도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싶다.

팀에 녹아드는 것을 떠나 학창시절엔 뭣 모르고 운동만 했지만 프로에 가면 갑자기 없던 돈도 생기고, 인지도도 높아지고, 팬들도 생기게 된다. 한마디로 인생의 단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선수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따듯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들도 물론 해당이 되겠지만 아프면 병원에 가듯 전문가에게 멘탈 케어를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특히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이라면 그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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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은 왜 배구를 하는지 스스로 확실한 답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배구를 즐겁게 오래 할 수 있다. 사진은 선수와 팬 모두 만족했던 지난해 여름 펼쳐졌던 서머매치.[사진=KOVO]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을 때 구단의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훈련 시스템과 선수단의 분위기가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포기하는 잃은 결코 절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모든 선수들이 그만두는 게 정상이 아닌가?

필자는 운동을 먼저 그만둔 은퇴선수로서 참 많이 힘들었다. 10년 동안 쌓아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티기 힘든 공허함을 느꼈고, 여태껏 운동만 해왔는데 ‘내가 다른 것을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정말 컸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어떻게 이겨냈을까?’란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까지 한 것이 운동이니까 그냥 하는 거다.’라고 말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 해야 돼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돈 때문에 하든, 할 줄 아는 게 운동밖에 없어서 하든,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 하든 모든 간에 스스로가 ‘왜’ 운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본인이 왜 운동을 하는지조차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겠냐는 말이다. 운동을 계속하든 그만두든 모든 결정은 선수 본인이 하는 것이 맞다. 선수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우리는 모두 그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누군가는 부러워할 유명세가 누군가에겐 엄청난 심적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전에 선수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구단에선 ‘최소한의 교육은 제공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도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겠다면 구단도 팬도 모두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배구를 하나요?’라고 말이다. 그 답을 아는 선수가 예상컨대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지속할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더 이상은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구단, 선수, 팬’들 모두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배구 장터가 되길 소망한다. [독일에서, 장도영]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월드스타(WORLDSTAR)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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