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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투호가 부산에서 쏘아 올린 긍정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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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왼쪽)가 중국전 헤더 골을 터뜨린 후 주세종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박범규 기자] 전체적으로 비판보다는 칭찬이 더 어울린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019 최종전에서 황인범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상대 국가들의 전력이 100% 1군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번 대회에서의 우승은 분명 값지다. 이번 대회는 사상 첫 개최국 우승, 3경기 전승, 무실점 우승이라는 기록을 비롯해 대표팀에서 김민재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또한 대표팀에 새로 입성한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그간 비판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들이 한 차례 알을 깨고 나온 듯한 좋은 경기력을 보인 장이기도 했다.

김민재는 이제 ‘언터쳐블’

김민재(23 베이징 궈안)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 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3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한 그는 베스트 수비상을 받으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했다. 압도적인 피지컬, 태클, 판단력, 제공권 등 수비수가 가져야 할 능력치를 고루 갖췄을 뿐만 아니라 중국전 헤더 결승골을 포함해 일본전에서는 골대를 맞히는 등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이런 김민재(1996년생)가 아직 23세라는 점 또한 그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2017년 전북 현대에서 프로 첫 시즌을 치를 때, 축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PK를 내주는 등 성장통을 겪었던 그는 2년 만에 성인 대표팀 내 핵심 수비수로 자리 잡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운 것이다. 파트너로 나서는 김영권의 기량 회복도 수비 평가에서 플러스 요소지만, 김민재가 그라운드에서 나타내는 존재감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중국진출은 ‘기량 저하’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민재는 2019년 베이징 궈안 이적 이후 경기력 유지는 물론,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에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많아 그들과 경기할 때면 나도 느끼는 게 많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중국은 오히려 김민재에게 긍정적인 변곡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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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16번)이 일본전 득점 직후 나상호(17번)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알을 깨고 나온 황인범과 나상호

황인범(23 밴쿠버 화이트캡스)과 나상호(23 FC도쿄)는 사실 그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선수들이다. 매 경기 결과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발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둘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이 왜 국가대표 자격을 갖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홍콩-중국-일본 전에 모두 풀타임 출장한 황인범은 2번의 결승골을 기록하며 이번 대회 MVP를 수상했다. 황인범은 양발로 각각 1골씩 기록했으며 넓은 활동량, 탈압박, 패스 등 자신이 가진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몇 차례 실수도 있었지만, 황인범은 대회 기간 내내 자신감을 회복한 듯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자신의 전술적 가치를 입증했다.

황인범과 마찬가지로 3경기 모두 풀타임을 뛴 나상호는 자신에게 꾸준히 믿음을 준 벤투 감독에게 보답하듯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중국전에서는 화려한 마르세유 턴을 통해 상대 수비로부터 벗어나며 활동량과 연계뿐만 아니라 기술까지도 겸비한 윙어임을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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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강원의 이영재(14번). [사진=대한축구협회]


K리거 점검은 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파, 중동파가 대표팀 소집에 불참한 가운데 벤투 감독은 국내 K리그 선수들을 대거 선발하며 점검 의지를 보였다. 지난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주세종을 다시 선발했고, 손준호, 이영재, 김인성 등이 대표팀에 새로 얼굴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두 경기에 출전하며 벤투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주세종(29 FC서울)과 손준호(27 전북 현대)는 황인범과 함께 일본전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팀 승리에 일조했다. 손준호는 황인범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며 포백 보호에 앞장섰고, 주세종은 빌드업에 더 많이 관여하며 경기를 조율했다. 이영재(25 강원FC)와 김인성(30 울산 현대) 역시 2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몇 차례 좋은 모습을 보이며 눈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 K리그1 MVP 김보경이 다소 부진한 데다, 김승대와 문선민이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거나 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벤투호가 이번 대회에서 수확한 성과는 2019년 한국 축구를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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