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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아르헨티나②] (16) 아르헨티나 배구리그(LVA) 직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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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당시 리그 1위를 질주하던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선수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아르헨티나 배구협회에서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뒤늦은 점심을 먹으며 숙소인 까사 말라라 호스텔(Casa Malala Hostel)의 스태프에게 아르헨티나 배구리그는 티겟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이 친구는 핸드폰으로 뭔가 검색하더니 “오늘 경기는 티켓값이 없다고 나와 있는데? 그냥 물이랑 간단한 간식 정도 챙겨가면 될 것 같아”라고 알려줬다. 와우! 티켓값이 무료라니! 브라질에선 쌀 2kg을 내고 보고 아르헨티나에선 무료로 보고 ‘참 여러모로 행복한 남미의 배구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는 저녁 9시, 에스타디오 안토니오 베스푸치오 리베티(Estadio Antonio Vespucio Liberti)’라는 축구장(아르헨티나 1편 참고)에 열렸다. 도착했을 때 축구장의 크기와 외부를 보고 놀랐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문구단인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의 홈구장이었다. 마음 같아선 축구 경기도 관람하고 싶었다.

매표소 쪽으로 가 ‘저는 배구 경기를 보러 왔습니다. 여기 근처에 배구장이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판매원은 바로 옆에 위치해있는 아이다스(adidas) 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축구장에 비해 배구장은 입구부터 열악했다. 워낙 축구 명문구단의 홈구장이 화려하다 보니 더욱 비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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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과 배구장 외부 사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선 축구 경기도 관람하고 싶었다.


'리버 플레이트'는 배구도 강하다

입구 쪽으로 걸어가 앞에 서있는 경호원에게 배구를 보러 왔다고 했다. 그는 웃으며 반겨주더니 별다른 절차 없이 손짓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들어가서 마주한 체육관의 내부는 오래된 건물이었다. 크기는 경기를 하는데 지장은 없었지만 작은 느낌이 강했고, 관중석의 일부는 색이 바랬을 정도로 낡았다.

경기를 펼친 팀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홈)와 산 마르틴(San Martin 어웨이)이었는데 이날 기준으로 리그 1위와 꼴찌팀이었다. 경기 내내 리버 플레이트는 상승세를 탄 듯 거침없는 플레이가 돋보였고, 산 마르틴은 연패로 만들어진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소극적이었다.

그래도 경기 자체는 재밌었다. 결과는 3-1로 리버 플레이트가 승리했지만 매 세트마다 점수를 대등하게 주고받으며 막상막하의 전력을 보였다. 알짜배기로 좋았던 것도 있다. 리버 플레이트에 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선수들(예비 엔트리 포함) 4명이 뛰고 있었는데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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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플레이트와 산 마르틴이 경기를 펼치는 모습(왼쪽)과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 경기는 생각보다 박진감 넘쳤고, 관중도 실제로는 사진에 찍힌 것보다는 많았다.


4명 중 2명은 내년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선발됐다고 하는데 나이가 정말 ‘깡패(?)’라는 느낌이 들었다. 등번호 7번을 달고 있는 세터 마티아스 기라우도(Matias Giraudo)는 21살이었고, 14번인 루시아노 비센틴(Luciano Vicentin)은 19살이었다. 이들은 대표팀에서도 같은 번호를 달고 뛴다고 한다. 그만큼 유망주라는 얘기다.

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은 알란 데 리베스(Alan de libes). 그는 리버 플레이트의 팀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이어 “두 선수는 어린 나이임에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아르헨티나 남자배구가 현재 세대교체를 과감하게 진행 중인데 이 두 선수들이 필두라고 보면 돼요. 아마 몇 년 후면 아르헨티나 남자배구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겠죠?”라고 설명했다.

그저 아르헨티나 배구리그 경기를 관람하러 온 것뿐인데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만나다니! 행운이 따르는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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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는 내내 필자를 도와줬던 기자 줄리안 페레즈(Julian Perez 좌측)와 리버 플레이트 팀 매니저, 알란 데 리베스(Alan de libes 우측). 그들은 정말 친절했다.


아르헨티나 배구리그(LVA[Liga De Voleibol Argentina])

알란 데 리베스로부터 아르헨티나 배구리그에 대해 더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아르헨티나 배구리그는 남자 9팀, 여자 14팀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남자리그는 11월~4월까지 총 5개월 정도 진행돼요. 개월 수는 길지만 예선전은 총 2라운드죠. 아르헨티나가 땅이 워낙 넓어서 각 지역을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8팀 중 한 팀과의 경기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정도로 멀어요. 그리고 예선전에서 꼴찌를 한 팀은 바로 탈락하게 되고 나머지 8팀이 준준결승, 거기서 승리한 4팀이 준결승, 끝까지 남은 2팀이 결승전을 치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준준결승부터는 모두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죠.”

여자리그에 대해서는 “여자리그는 2월~5월까지 총 3개월 정도 진행돼요. 하지만 인기는 정말 없어요. 남자리그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경기결과 및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여자리그는 사이트도 운영을 하지 않고 있어요. 나름 국제적으로 상위권(세계랭킹 여자대표팀 11위, 12월 13일 기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현실이 참....” 여자배구에 대해서는 짙은 아쉬움을 표명했다.

끝으로 큰 행운도 따랐다. 지구 반대편에서 왔는데 원한다면 자기 팀과 기념사진을 찍게 해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필자는 당연히 좋다고 말했고, 경기가 끝난 후 리버 플레이트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취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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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이라는 어린 나이임에도 리버 플레이트팀의 주포로서, 국가대표팀의 유망주로서 활약하고 있는 루시아노 비센틴(Luciano Vicentin). 조금만 더 다듬으면 그는 아르헨티나 배구를 이끌 주역이 될 듯싶다.


이것으로 쿠바부터 시작했던 남미(쿠바, 페루, 볼리비아,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국가들의 배구 취재가 종료됐다. 남미에 다른 국가들이 더 있지만 시간 및 비용 관계상 다 가보지는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주요국가들은 모두 섭렵했고,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큰 탈 없이 취재를 마치게 돼 감사할 뿐이다.

돌이켜보면 ‘일개 대학생이 어떻게 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하고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스스로에게 ‘장하다 도영아!’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필자는 이 프로젝트를 2년 동안 준비했다. 돈을 악착같이 모으며 힘들 때마다 지금처럼 배구여행을 하며 취재를 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상상하며 힘을 냈다. ‘그 상상이 지금 현실이 되었다’라고 자위하며 힘을 내고 있다. 앞으로도 더 감사하면서 남은 취재에 몰두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힘들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귀인들이 나타나 도움을 줬다. 한국에서는 여행경비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연예기획사 P&B의 김승환 대표가 선뜻 후원해줬고, 남미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사람들이 취재에 도움을 줬다. 이 모든 인연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이 없었다면 배구 세계여행은, 그리고 험한 남미에서 취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다. 세계에서 최고의 남자배구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여자배구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터키 등 배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나는 곳들이 많아 기대가 된다. 건강관리를 잘해 끝까지 마무리를 잘 지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됐으면 한다. 자, 이제 유럽이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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