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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브라질④] (13) '배구만을 위한 장소' 브라질 배구 선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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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로 데 데센볼비멘토 데 발리볼(Centro de desenvolvimento de voleibol) 입구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계속된 고민 끝에 평소 신념인 ‘해보고 후회하자!’를 따르기로 했다. 배구 선수촌의 이름은 ‘센트로 데 데센볼비멘토 데 발리볼(Centro de desenvolvimento de voleibol)이고, 위치한 지역은 사쿠아레마(Saquarema)였다.

리우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거의 가본 적이 없는 소도시라 정보를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기로 했으면 끝을 봐야지.

경기를 본 다음날 아침 9시 버스에 탑승한 후 출발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는지라 긴장을 많이 했지만, 창밖 브라질 대자연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감상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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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로 데 데센볼비멘토 데 발리볼(Centro de desenvolvimento de voleibol)의 모습. 시설은 훌륭했고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정말이지 대단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도착하니 11시쯤이 다 되어갔다. 원래 계획은 호스텔에 먼저 들린 뒤 체크인을 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배구 선수촌 근처로 예약한 숙소가 너무 외진 곳에 있어 터미널 근처로 다시 잡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탄 김에 기사님께 돈을 더 주고 선수촌으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것은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들뿐이었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기사님께서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기가 그곳”이라고 했다. 멀리서 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도착한 후 내려서 보니 그 규모가 정말 컸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에게 ’저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 배구 기자입니다. 현재 세계 배구여행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혹시 취재를 하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한 10분 정도가 지나자 건물에서 배구 단체복을 입은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사만타 야마토(Samanta Yamato)이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라고 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밖에 없다며 조금 부족해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방문해보니 그들은 필자를 따듯하게 맞아줬고 친절하게 하나씩 차근히 설명해줬다. 역시 ’포기하지 않으니,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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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배구장(총 8개의 코트)과 비치발리볼장(총 6개의 코트). 사진에 보이는 것 이외에도 더 많은 훈련시설이 있다.


'배구만을 위한 장소' 브라질 배구 선수촌

그녀는 필자에게 먼저 이곳의 총괄 매니저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맞다, 세계 어디를 가나 위계질서는 있기 마련이다. 조금 걸어가니 쉼터 같은 곳에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나거 호베르토 페레이라(Manager Roberto Pereira)였다. 푸근한 미소로 “당신은 어디 나라 사람인가요?, 이곳에는 왜 왔죠?”라고 물었고, 필자는 늘 그렇듯 소속을 밝히고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저는 한국의 감독을 알아요. 그.. 그.. 누구냐.. 스테파노 라바리니! 그는 브라질에서 유명했던 감독이에요. 나중에 전지훈련을 원하면 언제든지 와도 좋다고 전해주세요(웃음).”라고 말했다. 필자는 깜짝 놀라며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나라를 알아주고 이곳으로 전지훈련까지 와도 된다니! 역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은 명장이었어!‘라고 속으로 기뻐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사만타 야마토의 안내에 따라 선수촌 내부를 하나씩 취재했다. 먼저 이곳은 2004년 브라질 배구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지었다고 했다. 현재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의 수만 40명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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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과 마사지 및 회복실의 사진. 배구 강국다운 시설이었다


내부에 있는 시설을 대략 설명하자면 ’실내배구장 8개의 코트, 비치발리볼장 6개의 코트, 78개의 방에 300명 정도 수용 규모, 직원과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로 구별돼 있는 식당, 빨래방, 종교실, 헬스장, 마사지 및 회복실, 휴식실 및 수영장, 대표팀 유니폼 및 단체복과 배구공을 보관하는 장소, 미팅룸 등이 있었다. 한 마디로 있어야 할 건 댜 있는 분위기였다. 특히 국가대표와 관련된 모든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도 여기에 사무실이 있었다.

야마토 씨는 “지금은 선수들 모두 소속팀으로 돌아가 직원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모든 연령의 남녀 국가대표팀(1편 참고) 선수들 200명 정도가 이곳에 모여서 함께 생활을 하고 훈련을 한다. 원래는 시끌벅적한데 지금은 엄청 조용하다(웃음)”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배구의 심장인 이곳은 정말 평화로웠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배구 강국다운 시설이었다. 그야말로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고 오직 ’운동하고, 먹고, 자고‘만 반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재하는 내내 곳곳에 보이는 브라질 배구의 역사와 관련된 사진과 트로피들은 필자의 눈을 쉴 틈 없이 돌아가게 만들기도 했다. 배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관광지로 활용해도 충분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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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룸과 숙소 내부 사진. ’전지훈련을 오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 팀도 전지훈련 가능

‘전지훈련을 오라’는 총괄 매니저 페레이라의 말이 단지 립서비스로 알았다. 그런데 야마토 씨는 “가끔 브라질이 아닌 다른 국가팀들도 가끔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와요. 대표적으로 미국, 일본, 노르웨이가 방문을 했었다. 자체적으로 훈련하기도 했지만 브라질 팀과의 연습경기도 자주 했다. 아마 서로의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효과가 있으니 먼 이곳까지 와서 훈련을 하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전지훈련을 하는 동안은 사용금액을 지불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브라질팀만 사용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개방까지 하고 다른 국가의 전지훈련도 받는 이 시스템! 정말이지 너무 부럽다. 야마토 씨에 따르면 전지훈련은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개별 프로팀들도 가능하다고 했다. ‘아 한국의 대표팀과 프로팀들이 이곳에 와서 훈련을 하면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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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는 내내 필자를 도와주고 설명을 해줬던 사만타 야마토(Samanta Yamato). 그녀가 선물로 준 유니폼을 받고 너무 기뻐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배구인으로 아주 행복했다.


야마토 씨는 마지막으로 필자에게 선물을 주겠다며 브라질 대표팀 유니폼을 가져왔다. “당신이 이곳에 방문해줘서 우리도 아주 기쁘다. 앞으로 한국과의 좋은 교류를 기대하겠다. 나중에 국제대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배구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기를 바란다.” 생각지도 않은 기념품 때문이지, 아니면 진정성이 담긴 마지막 격려인사 때문인지 살짝 감동을 받고 말았다.

지금까지 방문한 국가들 중 최고는 브라질이었다. 취재하는 내내 설렜고 흥미로웠다. 브라질 취재는 꿈만 같은 순간들이 많았던 까닭에 당분간 내 머리에 계속 맴돌 것 같다. ’Obrigada Eu te amo Brasil(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브라질)!‘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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