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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GA-KLPGA 공동 골프 대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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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 남녀 골프대회가 열리는 스웨덴 브로호프 골프장. [사진=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내년 6월 중순에 스웨덴에서는 한 개의 코스에서 남녀가 하나의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는 스칸디나비안 믹스트 골프 대회가 열린다.

유러피언투어와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LET)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브로호프슬롯 골프클럽에서 남녀 각 78명씩 출전하며 총상금 150만유로(19억6천만원)가 걸렸다. 이 대회는 레이스투두바이 포인트에 반영되는 정규 대회다.

대회 창설에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남녀 골퍼인 헨릭 스텐손과 안니카 소렌스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텐손은 2016년 디오픈 우승을 포함해 유러피언투어 11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 6승을 거둔 선수로 2022년까지 3년간 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스텐손은 “역사적인 소렌스탐 선수와 함께 주관해 영광”이라면서 “이 대회는 미래의 골프 형태”라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72승에 메이저 10승의 원조 ‘골프여제’다. 2008년 은퇴했기에 이후엔 프로암 대회에만 참가한다. 소렌스탐은 “여성과 남성이 한 대회에 출전해서 골프가 모두를 위한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이 대회는 스웨덴의 젊은 세대에게 골프를 접하게 하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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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빅오픈은 유러피언투어와 LPGA가 한 코스에서 번갈아 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승자인 셀린 부띠에와 데이비드 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녀 대회가 한 코스에서 열리는 건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남녀 US오픈은 한 주의 시차를 두고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2번 코스에서 치러졌다. 남녀가 함께 코스에 나오는 이런 교류는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이 남녀 대회가 창설된 배경은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많다. 유럽에서는 여자 대회가 급속히 위축되어 있다. 형편이 나은 유러피언투어는 몇 년 전부터 여자 선수들을 대회에 초청하고 있다. 2년 전에 창설된 이벤트 대회인 골프식시스에서는 여자 선수와 함께 팀 매치를 벌인다.

매년 6월 모로코에서 열리는 트로피 하산2세 대회에서는 남녀가 같은 주에 서로 이웃한 코스에서 경기를 갖는다. 올해 2월 호주 빅토리아에서 열린 ISPS한다 빅오픈에서는 한 개의 코스에서 남녀가 서로 다른 티잉 구역을 번갈아 티오프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경기 포맷을 실험하기도 했다. 물론 상금과 랭킹은 유러피언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각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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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에는 사천 타니 골프장에 남녀 대회가 함께 열려 대형 전광판도 두 개가 걸려 있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7년 경남 사천의 타니 컨트리클럽에서 카이도 남녀오픈이 이웃한 코스에서 열렸다. 36홀 코스여서 남자와 여자가 7월 중순 같은 주에 이웃한 코스에서 경기를 치렀다. 당시 여자 대회가 먼저 코스를 정한 뒤 남자 대회 코스가 뒤늦게 정해졌다. 그래서인지 남자 대회는 경기 내내 전장이 짧은 코스에서 열렸다. 드라이버를 한 번도 안 잡는 남자 선수도 있었다.

오랜 부진 속을 헤매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는 조만간 새 회장을 맞게 된다. 올해 남자 대회는 15개를 개최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그 두 배인 30개 대회를 열었다.

KPGA 18대 회장 선거의 단독 후보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은 5개 이상의 대회를 신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남자 투어의 새로운 활력을 구상하고 있겠지만 이 참에 남녀 선수들이 한 코스에서 함께 시합하는 대회를 만들 것을 추천한다.

국내 여자 골프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년 뛰어난 선수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국내 투어도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샷감이 좋고 아무리 운동을 해도 출전할 대회수가 태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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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남자와 여자 선수가 한 대회에서 시합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남자 투어가 재기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주변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유러피언투어와 LET가 남녀 혼성 대회를 만들면서 미래의 골프 발전을 구상하듯 우리도 남녀 투어가 함께 한국의 골프 발전을 도모하는 대회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애초 KLPGA는 KPGA의 부속 대회로 출발했다. 1988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창립되기 전 10년 이상을 KPGA의 도움을 받아 번외 경기로 대회에 출전하곤 했다. 단독의 여자 대회가 없어 남자 선수들의 마지막 조를 뒤따라 여자 선수들이 경기를 치렀다. 2000년대 초반 KPGA는 매치플레이 형식의 SBS최강전 등으로 남녀 선수들이 함께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남녀 프로골프 대회 수가 2배나 차이 나는 현상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남자 주니어 골퍼들이 최근 몇 년새 급감했다. 이래서는 균형있는 골프 발전이 이뤄지기 어렵다. 대회수가 많고 많은 팬층을 거느린 KLPGA가 남자투어와의 공동 발전에 손을 내밀 때다.

김상열 KLPGA 회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여자 투어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이면 새롭게 발돋움 해야 하는 남자 투어와 함께 골프팬을 더 모을 대회를 만들면 없던 스폰서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골프발전을 위한 투자인 만큼 의미도 깊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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