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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브라질②] (11) 입장료가 ‘쌀 2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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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티를 내면 강도의 타깃이 된다고 해, 걱정이 됐지만 그래도 ‘난 대한민국의 건아!’라고 용기를 내 경기장 내부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필자는 로제리오 로백(Rogerio Lauback 1편 참고)에게 ‘제가 (브라질)배구선수촌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들어가서 취재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가까운 거리면 찾아가 보고 포기해도 되지만, 거리가 2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고, 이후 일정도 빡빡했던 까닭에 확신을 갖고 출발하고 싶었다.

로백은 “사실 지금 시즌이 모두 종료된 상황이라 가도 선수들은 만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기자라도 해도 외부 노출을 꺼리는 곳이라 저도 확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솔직히 가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오늘 저녁 8시에 여자배구리그 경기가 있으니 그 장소를 알려드릴게요. 시간이 된다면 방문해서 관람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요”라고 답했다.

‘어렵게 브라질까지 왔는데 방문해도 취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니...’라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브라질 여자배구리그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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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리오 로백이 경기와 관련된 정보를 써준 종이들(왼쪽)과 관람하기 위해 구매한 쌀 2kg.


쌀 2kg으로 입장권 구매

브라질 배구협회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를 호스텔 리퍼블리카 리우 데 자네이루(Hostel Republica Rio De Janeiro)로 옮겼고, 호스텔 스태프에게 배구리그에 대해 물었다. 브라질의 평범한 사람이 배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생각보다 그는 배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특히 “오늘 경기는 쌀 2kg을 가져가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배구 경기를 보러 가는데 왜 쌀 2kg이 필요한 거지?’라는 의문을 들어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라는 말대로 현지인의 말을 듣기로 했다.

경기 전 쌀 2kg(1kg 2개, 합쳐서 우리돈 2,000원 정도)을 사서 시간에 맞춰 출발했다. 늦은 시간에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기는 했지만 브라질에 와서 배구경기도 보지 못하고 떠난다면 평생 한으로 남을 것 같아 용기를 냈다. 도착한 후 티켓 부스에서 정말 쌀 2kg을 내고 팔찌로 주는 표를 받았다. 너무 궁금해 입구 앞에 있던 경기장과 관련된 직원들에게 ‘왜 돈이 아닌 쌀로 경기 티켓을 사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영어를 하지 못했다. 번역기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못하는 내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데 길헤르메 카르네이로(Guilherme Carneiro) 씨가 나타났다. 그는 이 경기의 홈팀인 ‘세스크 알제이(Sesc Rj)’의 마케팅 부서의 대표였다. 그는 자신이 영어를 할 줄 안다며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 물었다. 필자는 같은 질문을 했고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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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매표소와 입구에서는 기부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광고판들이 있었다.


“지금 하는 경기는 정식으로 펼쳐지는 리그 경기가 아니에요. 지역 내에서 몇몇 팀끼리 붙는 이벤트 대회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거예요. 대회 명칭은 ‘캄페오나토 카리오카 데 볼리(Campeonato carioca de volei)’이고 참가하는 팀은 세스크 알제이(Sesc Rj), 플루미넨세(Fluminense), 플라멩고(Flamengo), 셀레카오 카리오카(Selecao Carioca) 총 4팀입니다. 정식 리그는 돈을 주고 표를 사지만 이 대회는 쌀뿐만 아니라 잘 상하지 않는 음식재료(대부분 쌀과 콩이라고 함) 2kg을 가져오면 관람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모은 것들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기관이나, 직접 그들이 살고 있는 집에 방문해서 나눠줍니다. 팬들은 배구를 싼값에 관람할 수 있어서 좋고, 구단들은 기부를 하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어서 좋죠”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르네이로는 “팬들이 정말 열정적이라 응원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과격해 보일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브라질 스타일이니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겁니다. 혹시 더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재밌는 관람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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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가져온 음식재료들을 하나씩 차곡히 큰 바구니에 모아 우리나라 택배차량과 같은 차에 싣는다.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인 듯싶다


쌀 입장료는 나눔을 실천하는 배구팀들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국도 이를 차용해 코보컵의 특정경기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부물건’을 입장료 대신 받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편은 브라질 배구 직관 이야기다. 제대로 즐겨보자 브라질 배구!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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