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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속 지킨 창단 3년, ‘탁구 치는 CEO'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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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보람할렐루야탁구단의 창단식 모습. 최철홍 회장(오른쪽)이 오광헌 감독과 함께 탁구단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보람그룹]


#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탁구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노메달의 수모를 겪을 무렵이었다. 한 상조회사가 탁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대한탁구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탁구 실업팀(기업팀) 운영에는 연간 15억 원 정도가 든다. 그렇지 않아도 창단문의를 하고는 접어버린 기업들이 몇몇 있었기에 탁구인들은 ‘정말 창단할까?’라며 의구심을 품었다. 설령 창단을 해도 연 5억 원 수준의 시군청팀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 꼭 3년 전인 2016년 10월 3일 보람그룹은 보람할렐루야탁구단을 출범시켰다. 실내체육관을 빌려 사내탁구대회와 함께 연, 제법 큰 규모였다. 창단 일성(一聲)도 거창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실업팀 운영은 물론이고, 주니어탁구 후원, 매머드급 생활체육대회의 연 2회 개최 등 ‘정말 저걸 다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포부를 제시했다. 이에 언론의 입장에서 ‘한 3년 정도 약속을 다 지키면 오너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3년이 흘렀다. 보람의 남자탁구는 올초 국가대표 상비군 2명(서현덕 김대우)를 배출하고, 올해만 전국대회 준우승 2회를 기록하는 등 남자탁구의 강호로 자리를 잡았다.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개인전 우승도 일궈냈다. 더 많은 돈을 쓰고, 더 좋은 선수를 보유한 기존강자들이 긴장할 정도다. 한국중고탁구연맹(회장 손범규)에는 2017년부터 매년 1억 이상을 후원했다. 그 덕에 주니어선수와 지도자들이 각종 포상, 해외대회 출전 등 큰 도움을 받았다. 여기에 한 번에 5,000만 원 정도가 드는 보람상조 전국오픈대회를 연간 2회씩 빠짐없이 열어왔다. 이미 탁구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메이저 명품대회로 자리를 잡았다. 기타 탁구를 통한 재능기부와 베트남, 필리핀 탁구 후원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쯤이면 공약달성률은 100%, 아니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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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은 탁구 얘기가 나오자 시종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사진=박건태 기자]


# 인터뷰 요청을 해 최철홍(62) 보람그룹회장을 만났다. 누가 뭐래도 ‘보람탁구’는 그가 없으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전에는 사업 때문에 골프도 했지요. 2015년부터 탁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탁구만한 운동이 없더라고요. 사업과 목회 등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아예 집에 탁구대를 놓았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2~3번은 라켓을 잡고 있습니다. 실력요? 탁구는 생각만큼 실력이 쑥쑥 늘지 않죠. 중요한 건 제가 탁구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명쾌하다. 각종 CEO 상을 받을 정도로 자수성가를 이룬 최철홍 회장은 탁구동호인이다. 창업주가 탁구의 가치를 알고 스스로 즐기니, 쉽지 않은 창단을 하고, 또 3년간 그 약속들을 빠짐없이 지킨 것이다.

# 탁구단의 비전은 어떨까? “스포츠는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과 협력,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누가 제 성공의 비결을 물으면, '남들 하고 똑같이 하면 남보다 나아질 수 없다'고 답합니다. 사업도, 스포츠도 그렇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하고, 더 노력해야 결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는 이제 ‘보는 스포츠’에서 ‘참여하는 스포츠’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보람그룹은 ‘보여주기식 기여’가 아닌 ‘참여하는 기여’로 탁구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최 회장은 엘리트선수 감소와 유소년육성, 창단팀 지명권 폐지, 일본탁구의 성장 등 탁구계 디테일에도 관심이 많았다. 최 회장의 철학은 ‘상조는 나눔’. 탁구는 이 나눔의 방법이자 특화된 영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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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치는 CEO' 최철홍 회장이 탁구장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보람그룹]


# 스포츠, 그것도 탁구인터뷰였던 까닭에 사업 얘기는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탁구 치는 CEO' 최철홍 회장이 한국의 예식, 결혼 병폐를 없앤 개척자였다는 것은 알리고 싶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장례와 결혼은 부조리가 넘쳐났다. 경황이 없는 틈을 타 서비스를 받기는커녕 바가지요금을 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법적으로도 장례식장과 예식장은 허가제였다. 휼륭한 시설을 갖춘 공짜 회사강당을 놔두고 비싼 예식장을 힘들게 구해 결혼식을 치러야했다. “회장님이 말씀을 안 하셔서 그렇지, 권위주의 시절 만들어진 가정의례에 대한 독소적인 법률을 맨 앞에 나서 개정을 이끌어냈죠. 상조는 물론이고, 웨딩업, 결혼정보회사까지 보람이 가장 먼저 한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익을 독점하던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당했고, 지금도 그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를 지켜본 보람그룹 한 임원이 나중에 전한 귀띔이다.

# “상조를 喪助라는 한자로 쓰고 있는데, 이건 원래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고 원래 서로돕는다는 뜻의 相助에요. 우리 고유문화 중 품앗이, 두레와 같은 개념이죠. 스포츠도, 사회도 서로 돕는 게 기본이죠. 보람그룹은 앞으로 장례와 웨딩은 물론이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토탈 라이프 케어의 선도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보람이 탁구를 많이 후원해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오히려 저희 비전을 펼치기에 딱 좋은 탁구에 저희 보람이 감사합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보람그룹의 중국어 홈페이지에 보람상조는 '寶藍相助’였다. '보람탁구의 3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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