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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부비토] 내기 골프의 10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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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내기는 골프를 즐겁게 한다
내기 없이 골프를 한다는 것은 묵시적으로 서로의 명예와 자존심을 건다는 것이다. 한 번의 라운드에 자존심을 거는 것은 너무도 큰 내기가 된다. 그래서 작은 금액을 배팅해 명예를 거는 무서운 승부만은 꼭 피해야 한다.

두려움을 버리고 기세를 중시해야 한다
두려움을 느끼면 해저드 등의 장애물이 사고를 지배한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맞서는 것이다. 하수일지라도 비굴하지 않고 고수라 해도 교만하지 않는 것. 이를 용(勇)이라고 한다.

하수에게 겸손하며 고수에게 예의를 갖춘다
참혹한 스코어를 기록해도 캐디를 탓하거나 핑계를 대지 않는다. 양아치의 목을 베는데 한 치의 주저함도 없지만 영웅의 목을 칠 때는 하늘을 원망한다. 이를 예(禮)라 한다.

버디를 사랑하기 전에 동반자를 먼저 사랑한다
고수란 스코어보다 매너를 중시하고 자연의 질서 또한 거스르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동반자에 늘 관대하게 판정한다. 이를 인(仁)이라 한다.

전 홀에서 형편없는 플레이를 했다면 빨리 잊고 다음 홀을 준비한다
패인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면 멘붕도 함께 시작된다. 자신의 정확한 비거리와 실력을 알면 대부분의 내기에서 필승할 수 있다. 이를 각(覺)이라 한다.

거센 파도만이 강한 어부를 만든다
승부는 흐르는 물과도 같은 것이며 운이란 것도 길게 보면 공평하다.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어렵다. 오직 패전의 경험을 통해서만 이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음도 깨달았다. 이를 강(强)이라 한다.

내기에선 오직 본능과 감각을 믿고 샷을 해야 한다
연습장의 스윙은 목검이고 내기의 스윙은 진검이다. 아름다운 스윙을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배웠다. 이를 미(美)라고 한다.

고수는 한 타를 버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하수는 한 타를 아끼려다 하루를 망친다
좋은 스승은 혼자 3년에 걸쳐 깨달은 것을 3분에 가르쳐 주는 사람이다. 좋은 스승을 곁에 두고 동반자 중 하나는 월등한 실력자로 구성한다. 이를 현(賢)이라 한다.

내기를 즐거움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돈을 잃는 것은 작은 것을 잃는 거지만 신용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심하게 내상을 입어도 품위 있게 지갑을 연다. 이겼을 때는 아낌없이 전리품을 분배하고 즐거이 돌아선다. 이를 애(愛)라고 한다.

기량이 뛰어나도 성숙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스코어가 좋으면 부러움을 받지만 매너가 좋으면 존경을 받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볼은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며 남이 안 봐도 사소한 룰까지 잘 지킨다. 이를 신(信)이라 한다.

고수의 꿈과 이상마저 초월했다. 내기는 그저 해탈을 위한 과정이자 도구가 된다
자연과 교감하며 좋은 벗과 함께 하는 라운드는 취미를 지나서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매일 깨지고 집에 가지만 언제나 백전백승이라고 뻥을 치는 무아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를 도(道)라고 한다.

미국의 어느 대통령은 내기 없는 골프는 허망한 산책이고 쓸데없는 작대기질이라고 했다. 내기 골프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 내가 잘 치면 내가 즐겁고 내가 못 치면 남이 즐겁기 때문이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면 언제나 비가 온다. 그것은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이다. 승부의 한 가운데서 고독하게 참형당할 지라도 맞짱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래야만 당신의 골프에도 언젠가 비가 올 테니까.

*어부(漁夫) 비토(Vito)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김기호 프로는 현재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현역 프로입니다. 또한 과거 골프스카이닷컴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인기 칼럼니스트로 골프는 물론 인생과 관련된 통찰로 아름다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할 것입니다. 아울러 최상호, 박남신 등 한 세대를 풍미한 전설들과의 실전에 대한 후일담도 들려줄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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