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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낚시꾼 스윙에 손 댄 최호성..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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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동해오픈 개막 하루전 연습라운드 도중 깊은 러프에서 샷을 날리고 있는 최호성. [사진 제공=민수용]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인천)=이강래 기자] “US오픈 같네”

제35회 신한동해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 인천 서구의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올 한해 ‘낚시꾼 스윙’으로 한바탕 유명세를 치른 최호성(46)이 연습라운드 도중 18번 홀 그린 주변 깊은 러프에서 칩샷을 연습하다 내뱉은 말이다. 실제로 최호성은 살인적인 러프로 무장한 US오픈에 출전한 경험은 없다.

최호성은 토핑을 내 볼을 그린 밖으로 보낸 후 “오 마이 갓!”을 외쳤다. 분명 뜨기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최호성은 웬만해선 영어를 쓰지 않는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선수가, 독특한 스윙 하나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 초청받는 몸이 됐으니 이런 변화는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최호성은 그러나 겉만 그럴 뿐 속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신한동해오픈을 앞두고 꼼꼼하게 코스를 파악했고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려고 애썼다. 겉 멋이 들거나 거들먹거리지 않았다. 최호성은 “옛날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제 직장은 필드인데 대회장에 나오면 최선을 다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연습라운드를 함께 따라 돈 최호성의 아내 황진아(38)씨 역시 “남편은 유명해진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최호성은 초청출전했던 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3경기에서 모두 컷오프된 것을 무척 아쉬워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 프로가 컷을 통과했다면 코스에 대한 적응력이 생겨 3, 4라운드는 더 잘 쳤을 것이라고 한다”는 기자의 말에 최호성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잔디, 특히 러프에서의 적응이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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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투어 최종전인 JT컵에서 경기중인 최호성. 갤러리 사이에 '고 고 호(虎)상'이란 피켓을 든 갤러리가 보인다. [사진 제공=민수용]


최호성을 괴롭힌 건 거리감이었다. 같은 러프 지역이라도 볼이 떨어진 자리에 따라 어떤 곳은 더 나가고, 어떤 곳은 덜 나가 적응이 안됐다고 했다. 최호성은 인터뷰 말미에 “10년 만 젊었더라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너무 환경이 좋은 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를 경험하면서 40대 후반의 나이를 애석해했다. “좀 더 젊었다면 좀 더 큰 무대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표정에 묻어났다.

최호성의 해외 원정은 소득도 컸다. 평생 독학으로 골프를 해온 최호성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연습하고 경기하면서 눈으로 많은 공부를 했다. 그 결과물이 ‘스윙 줄이기’였다. 잘 치는 선수들을 보면서 거리 보다는 정확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낚시꾼 스윙에 손을 댄 것. 임팩트 후 과도해 보이던 액션도 줄어들었다.

결과는 빨리 나타났다. 2주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후지 산케이 클래식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재미교포 김찬과 함께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으나 박상현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변화의 시도가 빨리 결실을 맺었다. 그래서 코리안투어와 일본투어,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주 신한동해오픈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최호성은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스타인 이시카와 료에 버금가는 환대를 받는다.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갤러리가 몰린다. 일본 투어에서 외국 선수가 이처럼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손가락 절단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젊은 엘리트 선수들과 열심히 경쟁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해 낸 낚시꾼 스윙은 상금으로 처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40대 가장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낚시꾼 스윙에 손을 댄 최호성의 '생존 골프'가 어떤 성과를 낼 지 궁금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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