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멋진 골프 샷 순간의 현장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노력은 골프 역사의 발전과 함께 했다. 사진을 통해 골프도 발전했고 오늘날에는 동영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챔피언 등극의 대회 현장 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습용 이미지까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도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사진이 나오고 또 발전할 수 있었던 게 골프 분야다. 골프와 사진이 결합한 건 특권과 근접성 덕분이었다. 서로가 발전시켜왔던 사진과 골프의 역사를 살펴본다. 1839년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진 기술이 프랑스의 루이 자크망 다게르( Louis-Jacques-Mande Daguerre)와 영국의 윌리엄 헨리 폭스 탤벗(William Henry Fox Talbot)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2년 후, 탤벗은 자신의 기술을 정교하게 다듬은 결과 네거티브 한 장에서 여러 장의 포지티브 프린트를 복사할 수 있었다. 영국골프박물관에서 발행한 <포커스 온 골프>를 보면 최초의 골프 사진은 1845년경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찍은 것이다. 당시 홀오브힐이라고 불렸던 18번 홀에서 퍼팅을 준비하는 플레이어를 사람들이 에워싸고 서 있다. 그곳에는 데이비드 캠벨, 윌리 던, 올드 톰 모리스, 앨런 로버트슨을 비롯해 당대에 가장 유명했던 선수들이 여럿 모여 있다. 사진은 매치의 최종 승부가 걸린 순간을 찍었다. 하지만 당시 촬영 장면은 대부분 설정이었고 실제 승부를 하는 게 아니었다.
골프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 꽃을 피우듯 사진도 미국서 만개했다. 로체스터는 사진의 도시다. 조지 이스트먼의 투명한 롤 필름이 사진의 감광과 인화의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설립한 왕국의 흔적이 남은 노란색 배경의 흰색 다섯 글자 ‘코닥(KODAK)’의 본고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카메라 왕국은 캐논, 니콘, 올림푸스 등을 가진 일본이다. 로체스터의 오크힐은 미국에서 권위 있는 라이더컵과 PGA챔피언십, 시니어PGA챔피언십, US아마추어선수권, US오픈과 US시니어오픈을 모두 개최한 유일한 코스다. 월터 하겐과 제프 슬러먼 등이 PGA투어에서 활약했다. 사진과 골프의 연표를 비교해보면 사진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때마다 골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했던 걸 알게 된다. 사진작가들은 초창기 챔피언들을 카메라에 담았고, 세인트앤드루스를 관광의 메카로 만들었다. 이스트먼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만들어지기 5년 전인 1889년에 투명한 롤 필름 특허를 출원했다. 코닥의 브라우니 카메라는 사진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고, 거의 모든 신문사에서 사용한 스피드 그래픽이라는 카메라는 아마추어 프랜시스 위멧이 1913년 US오픈 연장전에서 당대 최고의 잉글랜드 출신 골퍼 해리 바든, 테드 레이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기 전에 확산되었다.
사진 저널리즘은 보비 존스가 활동하던 1920년대에 만개했다. 싱글렌즈 리플렉스 카메라와 컬러 필름의 발전은 벤 호건과 바이런 넬슨, 샘 스니드가 등장하고 코스의 녹음이 더욱 푸르러지던 시대와 궤를 함께 한다. 고속 필름과 고성능 망원렌즈는 아놀드 파머와 함께 출현했고, 잭 니클라우스가 전성기를 누릴 때는 더 발전했다. 그리고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가 시중에 나온 것은 타이거 우즈가 97년도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첫승을 올리기 3년 전이었다. 하프톤 인쇄로 신문과 잡지에 사진을 싣기가 용이해진 18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이미지들은 수집 대상이었고, 귀족들이나 상류층 애호가들 이외의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골프는 짧은 시간에 사진의 3대 주제(코스, 대회, 레슨)를 키워냈고, 게임이 더욱 확산되었다.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잡지 사진이 필요해졌다. 골프잡지의 원형으로 여겨지는 <아메리칸 골퍼>는 1908년 11월에 44쪽 분량에 사진 14컷을 싣고 창간호를 냈는데 벙커에서의 폭발 샷을 제외하면 모두 설정 사진이었다. 1914년에 <골프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창간호가 나오면서 US오픈에서 우승한 프란시스 위멧의 ‘놀라운 퍼팅의 폴로스루’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미들 아이언 샷을 하는 테드 레이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골프 교습에서 사진은 중요한 요소였다. 골프 스윙은 너무나 복잡하고 글로 묘사하거나 압축하기 힘들다. 반면 사진은 클럽을 쥐고 셋업 자세를 취하는 방법, 스윙 면, 그리고 모든 기본적인 원칙들을 보여줄 최고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사진의 발전과 골프 레슨 사진은 공동 보조를 맞췄다. 보비 존스가 활약하던 1920년대 중후반에는 사진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골프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존스는 좋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메이저 대회에서조차 사진 기자들은 골프 대회에서 볼 수 없었다. 사진 작가 줄스 알렉산더가 벤 호건의 사진을 1959년에 처음 찍었다. 초창기와 오늘날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속도, 위성을 통해 전송되는 이미지, 개선된 화질과 대량 처리 기술, 컴퓨터 디자인과 망원렌즈의 발달, 모터 드라이브, 자동노출과 포커스. 이 모든 것이 뉴스의 사이클을 빠르게 만들었다.
오늘날 사진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공전의 혁신을 이뤘다. 예전의 사진기자들은 마감 전에 수십 통의 필름을 비행기에 실어서 보내기도 했다. 지금은 디지털 사진을 현장에서 바로 전송할 정도다. 게다가 디지털 기술과 더불어 인터넷이 확산되고 타이거가 등장하면서 토너먼트 로프 안쪽의 공간이 바깥 못지않게 붐비게 되었다. 우즈의 환상적인 플레이 덕분에 그의 시대에는 시각 매체가 더욱 도약했다. 카메라가 휴대폰으로 들어간 2000년도 혁신이었지만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은 사진업계에서는 그야말로 격변이었다. 골프장에서 사진 기자 뿐만 아니라 갤러리도 수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카메라 기술을 가진 회사들은 스마트폰 업체에 인수되었고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2011년 PGA투어에서 갤러리의 스마트폰 휴대를 허용한 데 이어 2015년부터 미국골프협회(USGA)가 최대 메이저인 US오픈에서도 골프장에서 스마트폰 촬영을 금지하지 않았다(마스터스는 지금도 휴대폰 자체를 지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드론이 본격적으로 골프에 들어왔다. 공간이 자유로워지면서 대회장이나 레슨 사진에서도 이제는 드론에서 찍는 앵글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놀라운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