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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 실업 10년 서현덕의 간절함과 행복

  • 기사입력 2019-08-2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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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중원고 시절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에 나가 32강에 오을 때의 서현덕.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프로스포츠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는 탁구에서 엘리트선수들은 나름의 ‘생애주기’가 있다. 고교시절 톱클래스는 기업팀으로 스카우트돼 간다.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경우, 시군청팀이나 대학으로 진로를 택해 선수생활을 계속한다. 프로스포츠의 1부(기업), 2부(시군청 및 대학) 정도로 생각하면 무난하다. 기업팀 선수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경우, 많은 계약금과 함께 원하는 팀으로 간다. 반대로 나이가 들고, 경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보통 기업팀 중에서도 전력이 약한 팀이나, 시군청팀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나 생활체육 등 은퇴 후 삶을 준비한다. 시군청이나 대학 팀에서 뛰던 선수가 기업팀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드물다. 이러니 아무래도 2부에서 시작하면 은퇴가 빠르다. 최근 프로화를 앞두고 ‘기업팀’의 정의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등 문제점도 다수 있지만 어쨌든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져온 한국의 성인탁구 시스템이다.

서현덕(28 보람할렐루야)은 지금 이 한국탁구의 시스템을 깨고 있다. 그는 고교시절 에이스 중에서도 에이스였다. 고 3 때 자력으로 국가대표선발전을 통과해 2009 요코하마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32강에 올랐다. 고교시절 3인방으로 불린 정영식 김민석보다 한발 앞서나갔다. 2010년 삼성생명(기업팀)에 입단했고, 그해 카타르 오픈에서 중국의 쉬신(당시 세계 2위)을 꺾었고, 2011년 중국오픈에서는 장지커(당시 3위)도 제압했다. 단식은 물론, 복식에서도 유난히 강해 2015년 쑤저우 세계선수권에서 이상수와 함께 남자복식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소속팀에서는 유승민과 복식조를 이뤄 90%에 가까운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했다.

꽃을 너무 일찍 피웠던 것일까, 서현덕은 박강현 조승민 안재현 등 쟁쟁한 후배들이 들어오고, 자신은 국군체육부대를 다녀오고, 두 차례 허리수술을 받으면서 부진에 빠졌다. 내리막 경사가 워낙 가파른 것이 이슈가 될 정도였다. 소속팀에서도 주전자리를 잃을 정도로 ‘한물 간 선수’가 된 서현덕은 제2의 선수생활을 위해 지난해 12월 보람할렐루야로 이적했다.

이쯤이면 적당히 새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은퇴수순을 밟는 보통의 생애주기와 일치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좀 다르다. 서현덕은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19년 부쩍 힘을 내고 있다. 올초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상비1군으로 뽑혔다. 이어 지난 5월 종별선수권에서 보람할렐루야의 창단 후 첫 단체전 결승진출을 이끌었고, 이어 2019 태국오픈 남자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대통령기 대회에서 김대우와 함께 개인복식 우승을 일궜다(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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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태국오픈에서 남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서현덕의 경기 모습. [사진=국제탁구연맹]


실업 10년차 서현덕은 선후배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두루 사람을 잘 사귀고, 특히 후배들에게 탁구기술을 알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원래는 조용한 스타일이지만 보람할렐루야에 와서는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듯 보이지 않는 코치 노릇도 하고 있다. 탁구에 대한 열정이 워낙 강해 귀감이 되고 있다.

서현덕은 “탁구를 잘 칠 때는 몰랐는데 혹독한 슬럼프를 겪으면서 탁구가 아주 간절해졌다. 삼성에 있을 때는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탁구도 잘 안 되고, 후배들에게 밀려 뛰기도 힘들어지니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힘들었다. 그런데 보람에 와서는 정말 행복하다. 하고 싶은 만큼 운동을 하고, 경기도 마음껏 나가고, 나이 차이가 많이 후배들에게 탁구를 알려주는 것도 즐겁다. 다시 탁구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실제로 서현덕의 부활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업 2년차 김대우는 서현덕과 복식 조를 이루면서 기량이 탄탄해져 국가대표 상비 1군으로 뽑혔고, 복식에도 강세를 보인다. 백호균, 최인혁 등 후배들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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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꼭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서현덕은 다시 세계정상을 향해 힘차게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대통령기대회에서 김대우(왼쪽)와 함께 남자 개인복식 우승을 차지한 모습. [사진=월간탁구/더핑퐁]


보람할렐루야의 이정우 코치는 “(서)현덕이에게 정말 고맙다. 탁구에 대한 집념이 후배들보다 더 강하다. 이번 대통령기만 해도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경기에서도 줄곧 파이팅을 보였다. 학생선수들이 함께 출전한 대회에서 고참선수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아주 흐뭇했다. 우리 팀의 중추”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에서 함께 선수생활을 한 주세혁(마사회)도 “현덕이가 보람으로 이적한 후 많이 달라졌다. 정말 열심히 한다. 원래 탁구가 아니라 뭐를 해도 잘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장점이 많은데, 다시 탁구에 매진하는 모습이 아주 좋다. 적당히 하다가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2의 선수생활에서 캐리어 정점을 찍을 수도 있다”고 칭찬했다.

서현덕의 지금 선전은 그의 탁구인생이 '브이(V)' 자 모양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한때 세계적인 강호들을 거푸 꺾었던 서현덕이 늦은 나이에 세계 톱랭커로 일어선다면 또래 이상수와 정영식, ‘대세’ 장우진, 그리고 안재현(삼성생명) 조대성(대광고) 등 유망주들과 더불어 한국 남자탁구를 한층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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