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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이왕표 떠난 한국프로레슬링, 희망의 불씨를 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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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조경호(좌)와 김민호.


지난 일요일(7일), 강서구에 위치한 KBS 아레나 제2체육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레슬링 단체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의 대회가 열렸다. ‘포매팅(FORMATING)’이라는 부제답게, 이왕표 선생의 작고 이후, 새롭게 태어나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의지가 담긴 이벤트였다.

한국프로레슬링의 봄은 다시 올 수 있을까

1970~80년대 프로레슬링은 어린이들의 꿈의 무대이자 성인들의 카타르시스를 해소해주는 상징이었다, 거구의 외국 프로레슬링을 시원한 박치기 한 방으로 제압하던 김일, 해외 레슬러에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무대를 불살랐던 이왕표 이후로 한국 프로레슬링 스타 계보는 사실상 끊겼다.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은 한국 프로레슬링은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고자 동분서주한 선수들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하지만 종합격투기(MMA) 최고 무대인 UFC, 여전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세계 프로복싱에 눈높이가 맞춰진 국내 격투 팬들에게 프로레슬링은 더 이상 매력적인 이벤트가 아니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 한국 프로레슬링 선후배가 뭉쳐 새시대의 프로레슬링을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더 이상 한국 프로레슬링은 김일이나 이왕표의 유명세에 기댈 수 없다. 때문에 순수한 실력과 볼거리로 승부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국 프로레슬링만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대회가 바로 WWA1 포매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베테랑 레슬러들의 노련미와 차세대 기수들의 가능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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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링세러모니를 하는 김민호, 금광산, 조경호(좌측부터) .


차세대 쌍두마차, 김민호와 조경호

특히 눈 여겨볼 만한 시합은 한국 프로레슬링 차세대 기수라고 할 수 있는 김민호(WWA극동챔피언)와 조경호(PWS챔피언)의 라이벌 매치였다. 두 선수는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으며, 화려한 공중기술과 파워플한 공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세계 최고의 프로레슬링 무대인 WWE에서나 볼 법한 테크니컬한 기술의 향연에 쉼 없이 펼쳐졌다.이 선수들이 왜 아직까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까 의아할 정도로 두 선수의 무대는 완성도가 높았고, 캐릭터는 입체적이었다.

김민호는 잘생긴 외모에 조각 같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과거 프로레슬링 만화에 등장하는 미남 주인공 같은 이미지이다. 조경호는 악동 기믹에 화려한 언변, 아찔한 공중기술이 장기다. 특히 감각적이고 재기 넘치는 경기 운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나게 했다.

양 선수는 서로 다른 단체의 챔피언이자 승패를 나눠가지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상태이다. 이날 대회는 양 선수가 주특기를 모두 불사른 끝에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두 선수를 향해 환호와 박수 갈채를 보냈다.

경기 직후 양 선수가 마이크 어필을 하는 상황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날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홍보대사로 임명된 액션배우 금광산이 링 줄을 잡고 점프해 링 위로 난입한 것이다. 일순간 관중석이 술렁였다. 두 선수와 금광산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이내 금광산은 씨익 웃으며 “프로레슬링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프로레슬링 특유의 깜짝 이벤트가 시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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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김민호, 조경호,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회장인 홍상진, 베테랑 김종왕.


김민호가 “한국 프로레슬링의 봄이여 오라!”라는 본인의 캐치프레이즈를 크게 외치자 관중도 함께 “봄이여 오라!”를 우렁차게 제창을 하는 장면은 오랜 침체기의 프로레슬링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는 듯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이날 메인 이벤트는 WWA대한프로레슬링연맹 대표인 홍상진 선수가 전 NWA UN 챔피언 붓파를 상대로 챔피언 자리를 4년만에 되찾아 오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홍상진은 WWA 대표이자 베테랑답게 무게감 있고 강렬한 시합을 연출했다. 특히 피니시 기술인 ‘수문장 드라이버’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보여주는 묵직한 메시지 같았다. 경기가 끝나자 벨트를 두른 홍상진 선수를 관중이 둘러싸며 함께 사진을 찍고 격려를 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과거 프로레슬링 전성기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것과 같은 아련한 향수가 느껴졌다.

한국 프로레슬링 부활을 위해 다시 뭉친 선수들, 희망의 찬가가 의미 있는 결실로 맺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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