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개장 100주년을 맞은 페블비치골프링크스가 올해로 여섯 번째의 US오픈을 개최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일제에 항거한 3.1 독립만세 운동이 열리던 1919년 미국 캘리포니아 카멜베이 해안을 따라 조성된 이 코스는 1972년 처음 US오픈 무대가 된 이래로 10년 간격으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처음엔 도심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대회 개최 시기가 늦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지는 메이저의 전당이 됐을 뿐 아니라 매년 AT&T페블비치프로암을 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코스가 됐다. 역대 US오픈 우승자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고 장엄하다. 처음 내셔널타이틀 대회를 연 1972년에 32세의 잭 니클라우스가 브루스 크램튼을 3타차로 제압하고 US오픈에서 3승째를 달성했다. 코스 전장은 파72에 6812야드에 불과했으나 바닷바람이 심술을 부린 탓인지 마지막날의 평균 타수는 78.8타가 나오면서 2차 대전 이후 US오픈 역사상 최고타수를 기록했다. 니클라우스의 우승 타수 역시 2오버파 290타였다.
니클라우스, 왓슨, 우즈의 명승부 10년 뒤인 1982년에는 US오픈 4승의 니클라우스가 6언더파 282타를 적어낸 메이저 우승이 없는 애송이 톰 왓슨에게 2타차로 패했다. 당시 왓슨이 17번 홀의 그린 옆 깊은 러프의 위기 상황에서 칩 인 버디를 성공시킨 순간은 이 대회와 코스의 명 장면으로 매번 반복된다. 3타차 7위로 추격을 시작해 16번 홀에서 동타를 이룬 니클라우스는 “그 공이 핀을 맞고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2미터 이상 굴러갈 상황이었다”면서 “골프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다시 10년 지난 1992년에는 메이저 우승이 없던 톰 카이트가 제프 슬루먼을 2타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카이트는 선두 길 모건에 한 타차 공동 2위였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버디 5개를 잡으면서 더블보기 한 개와 보기 3개로 막아 이븐파를 쳐서 우승했다. 첫날 6언더파로 줄곧 선두를 지켰던 모건은 이날에만 무려 9오버파를 치면서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 대회에서 마지막날의 바람이 선수들의 스코어를 요동치게 했다. 2000년은 US오픈 100주년 대회로 열렸다. 전장은 파71에 6846야드였다. 484야드의 2번 홀이 이전까지 502야드의 파5였지만 이때부터 파4 홀로 변경되면서 전장은 더 길어졌으면서도 파는 한 타가 줄었다. 타이거 우즈는 1라운드에 6언더파 65타를 치면서 한 타차 선두로 마쳤다. 오전에 경기해 안개를 피할 수 있었지만, 오후조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둘째날 우즈는 두 타를 줄여 8언더파로 마치면서 2위권과는 6타차로 타수를 벌렸다. 커트라인이 7오버파가 되면서 63명이 경기한 3라운드에서 우즈는 이븐파에 그쳤지만, 선두권 선수들은 줄줄이 오버파를 쳤다. 이날 3언더파를 친 어니 엘스가 2위로 따라붙었으나, 타수차는 무려 10타로 벌어졌다. 마지막날 우즈는 4언더파 67타를 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3오버파로 마친 공동 2위 어니 엘스,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와는 무려 15타차로 메이저 사상 최다 격차였다.
맥도웰과 미켈슨의 승부수 10년 뒤인 2010년에는 파71야드 7040야드로 세팅된 대회 1라운드에서 폴 케이시, 브랜든 디종, 션 미킬이 2언더파 69타 공동 선두로 마친 가운데 최경주는 한 타차 공동 4위였다. 둘째날 북아일랜드의 그래엄 맥도웰이 3언더파를 쳐서 2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3라운드에서는 더스틴 존슨이 5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 선두로 치고 올랐고 맥도웰은 3타차 2위, 타이거 우즈는 선두에 5타차 3위였다. 마지막날 이변이 일어났다. 맥도웰은 3오버파 74타를 쳤으나 최종합계 이븐파 284타로 우승했다. 1970년 토니 재클린이 우승한 이래 40년만에 유럽 선수의 우승이었다. 프랑스의 그레고리 하브렛이 1오버파를 쳐서 한 타차 2위로 마쳤고, 어니 엘스가 2타차 3위, 우즈와 필 미켈슨은 공동 4위였다. 3타차 선두로 출발한 존슨은 2번 홀 트리플보기에 3번 홀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무너졌고 이날만 11오버파 82타를 쳐서 공동 8위로 마쳤다. 페블비치는 올해로 여섯 번째 US오픈을 개최한 외에 메이저로는 1977년 PGA챔피언십을 열었다. 동시에 이 코스는 AT&T페블비치프로암의 연례 개최지다. 올해는 2월에 열린 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필 미켈슨이 우승했다. 조부가 캐디를 했던 이곳에서 미켈슨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US오픈에서 2위만 6번을 할 정도였지만 페블비치에서는 다르다는 게 미켈슨의 각오다.
미국 퍼블릭 코스 랭킹 1위 코스를 처음 조성한 건 모르스 부호를 발명한 모르스의 조카 섀뮤얼 F.모르스의 선견지명 덕분이다. 그는 서던퍼시픽 철도회사에서 땅을 사들여 당시 부동산 중개업자이던 잭 네빌에게 코스 설계를 맡겼다. 코스로 본다면 미국의 퍼블릭 코스 중에 매년 1위에 꼽힌다. 월간지 <골프다이제스트>가 퍼블릭 코스 순위를 작성한 2003년 이래 미국 최고의 퍼블릭코스 자리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심지어 지난 2001년 뉴저지의 파인밸리와 조지아의 오거스타내셔널을 제치고 회원제를 포함한 ‘미국 100대 코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페블비치가 뛰어난 것은 풍광이 주는 압도적인 경관과 경기성에 있다. 무려 아홉 홀이 캘리포니아의 카멜 베이, 몬테레이만을 따라 흘러간다. 시그니처로 꼽히는 파3 7번 홀은 핀까지 거리는 110야드 남짓한 내리막인데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우드를 쳐도 그린에 못 올리는 일이 벌어진다. 바람이 매서울 때면 어떤 땐 바다를 겨냥해서 쳐야 그린에 안착되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자연을 느끼는 홀이다. 잭 니클라우스가 최고로 꼽은 홀은 두 번의 바다 계곡을 건너치는 파4 8번 홀이다. 2010년 메이저를 첫 우승한 맥도웰 역시 자신의 골프 인생 최고의 코스로 페블비치를 꼽는다. 파3 17번 홀은 210야드의 바다를 향해 쏘는 챌린징한 홀로 그린을 지나면 절벽이다. 파5 18번 홀은 해안선을 따라 포물선을 그리면서 들어오며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홀이다. 가운데 나무와 그린 앞 나무가 어우러지는 이 홀은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멋진 홀이다. 멋진 시사이드 코스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겨루는 향연. 10년마다 US오픈이 열리는 건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