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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 경희대 알렉스의 포기할 수 없는 꿈

  • 기사입력 2019-06-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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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알렉스의 모습. [사진=선수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장도영 기자] 지난해 4월 홍콩 출신 배구선수 알렉스(경희대)는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를 준비했다. 당시 대한배구협회의 오한남 회장, 대학배구연맹의 오승재 회장,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김호철 감독에게 추천서를 받아 법무부에 제출했다. 심지어 본국인 홍콩배구협회 회장까지 한국으로 귀화를 지지한다는 추천서를 보내왔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나 싶었지만 그해 8월 대한배구협회 남자 경기력향상위원회가 뒤늦게 ‘반대’ 결정을 내리며 알렉스는 법무부 심사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귀화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대학 4년간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해서 특별귀화 추천을 하게 되면 앞으로 다른 선수들이 특별귀화를 신청했을 때 알렉스 건이 선례로 남아 다 추천서를 써줘야 한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논란을 만들어냈다. ‘배구협회에서 귀화 추천 공문을 제출해도, 법무부가 모든 선수에게 무분별하게 특별귀화를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는 반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할 일을 왜 대한배구협회가 미리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렉스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이중국적이 되면, 만약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을 때 홍콩 대표팀 선수로 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는 ‘선수는 소속 국가의 배구협회를 ’단 한 번만‘ 변경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알렉스가 한국인으로 귀화해 대한배구협회 선수로 등록되는 순간, 다시는 홍콩 배구협회 및 다른 나라의 배구협회 등록이 불가능하다.

귀화가 불발되고 상심이 컸던 알렉스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시 한 번 귀화에 대한 꿈을 품고 마지막 대학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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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알렉스, 어머니(왼쪽 사진), 오른쪽은 알렉스의 친적들, 아버지, 여동생. [사진=선수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5월 11일은 알렉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바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경희대에 합류해 훈련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 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을 겪은 것이다. 당시 충격이 컸던 알렉스는 배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기를 바란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며 이겨냈다.

이런 알렉스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5월 17일 힘들 때마다 의지했던 아버지마저 지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아버지까지 잃은 것이다.

사실 이 스토리에는 사연이 있다. 알렉스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처음으로 받았을 때는 5월 3일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특별귀화가 무산되며 일반귀화를 준비한 알렉스는 5년을 한국에서 지내야 신청할 수 있는 일반귀화 규정 때문에 5월 3일~17일 사이 3번이나 홍콩과 한국을 왕래했다. 그만큼 귀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지만 알렉스는 4일 뒤인 21일 한국으로 돌아와 23일 명지대와의 대학리그 경기를 치렀다. 빠른 복귀였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말씀하신 게 있어요. 아버지는 총 3가지 꿈이 있으셨는데 ‘첫 번째가 제가 한국인으로 귀화가 돼 드래프트에 참가해 구단에게 지명되는 것, 두 번째가 한국 V리그에서 훌륭한 배구선수로서 성장하는 것, 마지막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어요. 솔직히 많이 힘들었고 진심으로 모든 걸 다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릴 수 없네요. 그래서 홍콩과 한국을 짧은 시기 여러 차례 오간 것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얼른 마음을 잡고 경기에 나갔습니다.”

현실적인 귀화 방법

사실상 알렉스가 특별귀화를 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한국 거주 5년이 되는 오는 9월, 일반귀화를 신청하는 것이다. 물론 신청한다고 해도 바로 승인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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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규정 규약 제83조. [사진=KOVO 홈페이지]


긍정적인 것은 KOVO(한국배구연맹) 규정 규약 제83조(신인선수의 자격)에 ’귀화 신청 접수 후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전 구단의 동의로 귀화 절차 중인 선수도 참가 가능’이라고 나와 있다. 일반귀화를 신청한 후 승인 전이라도 모든 구단의 동의’가 있다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알렉스를 응원하는 팬들이라면 희소식이라고 생각되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구단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센터는 자타공인 신영석과 최민호(이상 현대캐피탈)이다. 속공 능력과 블로킹이 뛰어나면서도 높은 공을 소화하고, 기본기 또한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나이는 30대 중반(신영석 34세, 최민호 32세)을 향하고 있다. 이는 그들을 이을 후계자가 절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알렉스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려 5월 9일 경기대, 5월 18일 충남대 전을 뛰지 못했지만, 현재 대학리그 블로킹 2위(성공/Set 0.875 6월 3일 기준)에 랭크되어 있다.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라이트와 센터 포지션을 모두 소화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만약 전 구단이 동의를 한다는 가정 하에 드래프트에 참가한다면 센터가 약한 팀들에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탐나는 자원이다. 또 본인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국가대표로도 잠재력이 풍부하다.

귀화를 하려는 사람들의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확실한 것은 현재 알렉스의 ‘진실된 마음’은 입증됐다는 것이다. 부모를 잃은 슬픔에도 한국국적을 취득해, 한국에서 배구선수로 성공하려는 홍콩의 젊은 배구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그렇게 문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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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가 타고난 블로킹 감각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선수 제공]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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