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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라스톤의 ‘마샬캐디와 야간 골프’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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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라운드는 골프에 집중도를 높여주어서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저녁 7시 반을 지나 후반 홀에 접어들자 메탈 전구의 조명이 켜졌다. 티잉 구역에 올라서니 그림자가 양쪽에서 조명을 받아 서너 개로 갈라졌다. 대낮같이 밝은 한 가운데 서니 무대 한 가운데서 조명을 받는 뮤지컬 주인공 같았다.

마샬캐디 고영문 위원의 홀 설명이 낭랑하게 밤하늘로 퍼졌다. 티샷을 마친 일행은 그가 모는 카트에 올라탔다. 밤의 적막에 가끔씩 산새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더해지면서 골프는 오히려 집중하게 되었다. 공이 떨어진 지점에 카트가 도착하자 각자 우드나 아이언을 한두 개씩 집어들고 떠났다.

고 위원은 카트 옆에서 핀까지 남은 거리를 불러줬다. 들고 간 7번 아이언과 우드 사이에 고민하다가 친 샷은 거리가 좀 짧았다. 카트를 타고 간 뒤에 웨지를 집어들고 나왔다. 다행히 어프로치로 그린에 올리자 퍼터 4개를 든 고 위원이 그린에 올라왔다. 나는 그에게서 퍼터를 받아 공을 닦고 라인을 본 뒤에 스트로크를 했지만 힘이 약한 부족했는지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카트를 운전하는 고위원은 골프 지식에 해박했다. “1744년에 골프룰 13개 조항이 나오고부터 275년을 지나는 동안 지금까지 짧았던 퍼트가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다네요.” 아세코밸리를 거쳐 1년 정도의 마샬캐디 경력을 갖춘 그는 일행 중 한 명에게는 그린 라인을 읽어주기도 하고, 퍼트 자세의 원포인트 팁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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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하고 골프 지식도 뛰어난 마샬캐디 고영문 위원.


과하지 않고 부족함 없는 서비스
기존에 여성 캐디에게서 받는 정도의 완벽 서비스는 아니지만 오히려 내 골프를 알아서 즐기니 좋았다. 밤의 고요함과 함께 어울려 내 샷과 골프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티샷하고 기다릴 때 웨지 그루브를 솔로 닦으라’는 훌륭한 셀프라운드 팁도 주었다. 환갑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젊어보였고 매너는 뛰어났고 안내는 충분했다. 카트를 운전하고 거리를 불러주고 퍼터를 가져다주는 정도의 과하지 않고, 부족함도 없는 서비스를 받고나니 캐디피 7만원이 오히려 적게 느껴졌다.

강원도 횡성의 18홀 퍼블릭 골프장 벨라스톤에서 마샬캐디를 통한 야간 골프를 지난주 체험했다. 마침 이 골프장은 5월부터 전 홀 라이트 시설을 갖췄고 마샬 캐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했다. 현재 11명이 오후 5시부터 6시반 사이의 3부 야간 라운드에 배치되는데 15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들었다. 골프장에 오면 저녁부터 먹고 라운드를 돈다. 저녁 이후로 레스토랑, 그늘집이 영업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 내장객 8만명이었을 정도로 인기높고 장사가 잘되는 벨라스톤은 올해 전홀 라이트-3부 운영 시스템을 갖추면서 야간 라운드에 마샬캐디를 전격 도입했다. 남녀주 등 몇몇 골프장이 운영중인 이 제도에 3부 라운드 전체를 걸었을 정도다. 마샬 캐디에게도 전용 기숙사가 배정되고 숙식까지 제공하는 건 이 골프장이 처음인 듯 싶었다.

홍재원 본부장의 말이다. “일주일에 3~4일을 근무하시는 마샬캐디를 저희는 ‘위원’이란 직함으로 부릅니다. 한 달 수입 100~120만원 남짓이지만 골프를 잘 알고 즐기는 분들이고, 진행에 대한 노하우와 성품이 훌륭한 분들이 저희 마샬 캐디 시스템의 특징이지요.”

처음에 골프장에서 마샬 캐디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자 인근 동네에서도 골프를 모르는 은퇴자들까지 응모했다고 한다. ‘단지 카트만 몰아주고 7만원’이라는 내용으로 마샬캐디 업무가 와전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트레이닝을 해보니 마샬 캐디는 골퍼의 마음을 잘 읽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 그만둔 이들도 있다고 했다.

“5월부터 마샬캐디를 실시하는데 만약 캐디가 모자라면 노캐디 라운드도 가능합니다. 홍보가 아직 덜 되어 3부 그린피는 5월말까지 6만원 할인가로 진행합니다. 애초엔 라이트 설치후에 셀프 플레이를 도입하려 했지만 야간에는 카트 운전 등 안전 사고의 우려가 있어서 바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듯 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마샬 캐디제를 시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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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샬캐디는 카트를 운전해주면서 홀을 설명해주는 것이 주 업무다.


마샬캐디는 1석3조의 효과
최근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최근 <레저백서 2019>를 발간하면서 노캐디와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골프장이 91개소에 달했다고 밝혔다. 5년 전인 2015년 51개소이던 셀프 플레이 가능한 골프장수가 2016년 66개소, 2017년 70개소, 2018년 75개소에 이어 올해 91개소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연구소는 집계했다.

한국골프소비자원이 마샬캐디 보급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서천범 소비자원 이사장은 셀프라운드를 위한 중간 다리 역할로 마샬캐디제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골프경험이 있는 은퇴 시니어들에게는 마샬 캐디를 통해 일자리와 취미를 함께 하게 되고, 골프장으로서는 어려운 캐디 수급의 고민 없이 수익에 도움이 되고, 골퍼들은 팀당 5만원 정도 저렴한 캐디피로 라운드하게 되니 결국 일석삼조 효과가 있습니다.”

벨라스톤에서 마샬캐디제를 선택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직접 따져봤다. 골퍼들의 골프 비용이 줄어드는 건 확실했다. 주간에 라운드하면 그린피 11만원(주중 정상가), 캐디피 3만원, 카트피 2만원 등 1인당 최소 16만원이 든다. 하지만 야간 3부에 마샬캐디제를 선택하면 할인된 그린피 6만원(보통 때 야간은 7만9천원)에 마샬캐디피 1만7500원, 카트피 2만원을 합쳐 1인당 9만7500원이다. 평균 4만3500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온다.

마샬캐디를 도입해 운영하면 골프장은 당연히 이득이다. 야간경기 한 달 매출액은 1억3천만원(=입장료 + 카트피 99,000원×3.9명/팀×17팀×20일)에 달한다. 5∼10월까지 3부를 운영하는 6개월간 매출액은 7억8천만원에 이른다. 다만 밤늦게 라이트를 켜두어야 하므로 잔디 관리에는 신경을 더 써줄 필요가 있다.

급속히 노령화하는 국내에 시니어 고용 확대라는 장점도 있다. 김태영 대중골프장협회 부회장의 말이다. “마샬캐디제는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저변 확대되면 골프 비용이 낮춰지면서 직장인들이 평일에 이용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저희 협회 차원에서도 회원사들에 마샬 캐디 운영 성공 사례를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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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오를 수록 야간 라운드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다. 5월부터 야간 라운드를 실시하는 벨라스톤은 접근성도 뛰어나다.


접근성 뛰어난 직장인의 꿀 휴식처
국내에 마샬캐디제도는 4년 전인 2016년 2월 남여주골프클럽에서 처음 도입했는데 이후 반응이 좋아 아세코밸리, 벨라스톤까지 3개소로 늘었다. 서 소장에 따르면 마샬캐디제는 노캐디제와는 달리 늑장플레이를 방지할 수 있고 안전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셀프 플레이 도입을 주저하는 골프장에서 좋은 대안으로 여긴다고 한다.

벨라스톤은 2011년에 개장한 골프장으로 무난한 코스 레이아웃으로 내장객도 많고 인기 높은 골프장이다.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50분대 거리에 위치해 3부 라운드면 충분히 수도권 직장인도 이용할 만 했다. 약간 일찍 퇴근하면 충분히 하루 일과를 손상하지 않는 시간 활용도 가능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강원도 횡성의 깊은 산중에서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라운드를 마치고 한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윽한 정취와 충만함은 좀처럼 느껴보지 못했던 꽤나 즐길 만한 짜릿한 쾌감이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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