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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 ‘안재현 돌풍’이 반가운 이유

  • 기사입력 2019-04-2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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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탁구 세계선수권 남자단식 16강에서 '일본의 자랑' 하리모토(세계 4위)를 꺾은 안재현(157위). [사진=대한탁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초등학교까지만 해도 꼬마 탁구선수 안재현(20 삼성생명)은 동갑내기 김대우(보람할렐루야), 황민하(미래에셋대우)에게 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입학 후 어느 순간 안재현이 달라졌다. ‘탁구를 잘 치니까 이렇게 인정을 받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고, 연습벌레로 변신했다. 정말이지 매일 밤 12시까지 지독하게 훈련했다. 이후 또래 최고를 넘어 세계 주니어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탁구의 기대주’로 성장했다.

25일(한국시간)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헝가리)에서 일본의 탁구신동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16강에서 4-2로 일축하며 파란을 일으킨 안재현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었고, 탁구인인 안창인 한국중고탁구연맹 부회장의 영향으로 탁구를 시작하면서 ‘집’보다는 ‘숙소’에서 주로 생활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집은 숙소였던 것이다.

대전의 봉산초-동산중-동산고 시절 안재현을 가르친 까닭에 그를 가장 잘 아는 권오신 감독(동산고, 대전시탁구협회 전무)은 25일 문자중계로 안재현의 활약을 지켜봤다. “(재현이는)겉으로는 활달하고, 머리도 좋고, 탁구감각도 뛰어나다. 그런데 안재현에게는 그늘진 구석이 있다. 평범한 아이들처럼 엄마의 정을 듬뿍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안재현이 친형에게 보낸 문자를 보고 뭉클한 적이 있다고 술회했다. “우연히 문자를 봤는데, ‘형, 우리가 잘해야, 우리 집안이 일어설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철이 든 것이죠.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하니 탁구가 안 될 수가 없죠.”

2016년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남자복식 우승 등 이미 청소년 시절 세계 톱랭커가 된 안재현은 삼성생명에 입단한 후인 2018년 기대에 못 미쳤다. 워낙 좋은 선수였기에 예상 밖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도 따지고 보면 안재현의 성장사와 관련이 있다. 주니어 시절에는 아버지의 친구의 권오신 감독이 가까이서 그를 많이 챙겼다. 하지만 성인무대인 실업팀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적응 과정에서 슬럼프를 겪은 것이다.

안재현은 스스로도 “2018년은 (탁구에 전념하지 않고)참 많이 놀은 것 같다. 2019년부터는 정말 탁구에 모든 것을 걸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각오는 치열했던 국가대표 선발전 통과, 그리고 이번 세계선수권 돌풍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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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정우 남자대표팀 코치(왼쪽)가 8강전 도중 안재현을 코치하고 있다. [사진=대한탁구협회]


특히 이번 대표팀에서는 처음으로 국가대표 코치로 발탁된 이정우 코치(보람할렐루야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의욕이 넘치는 이정우 코치는 대표팀 합숙훈련 내내 막내 안재현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대표팀의 김택수 감독(미래에셋대우)과 협의해 안재현 경기의 벤치도 이정우 코치가 담당했다.

“(안)재현이는 머리가 좋아서 벤치주문을 실전에서 바로바로 잘 수행하죠. 이번에 이정우 코치와의 케미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권오신 감독의 말처럼 이번 안재현 돌풍에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남자대표팀의 김택수 감독도 “세계선수권 개인전에서 성적을 내는 것은 올림픽보다 더 어려운 일인데, 이번 헝가리 대회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들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현의 부활은 한국 남자탁구에 정말 반가운 일이다. 선수 개인 차원에서는 성인무대 적응을 완전히 마쳤다는 의미가 있고, 한국 남자탁구는 무난한 세대교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안재현의 위로는 정영식, 이상수, 장우진이 아직 버티고 있다. 밑으로는 김우진(동인천고3) 조대성(대광고2) 박경태(두호고1) 오준성(대광중1) 등 기대주들이 즐비하다. 안재현이 주니어시절 명성만큼만 활약하며 이 두 그룹을 연결고리 노릇을 잘한다면 향후 한국 남자탁구는 큰 진통 없이 세대교체를 이루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열 가능성이 있다. 2003년 세계선수권에서 랭킹 61위로 출전해 이 대회 남자단식에서 한국의 역대 최고성적(은메달)을 낸 주세혁은 "삼성생명 코치 시절 안재현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타고난 감각, 부단한 노력 등 장점이 정말 많은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157위로 8강까지 올랐는데, 더 좋은 성적을 내 나를 뛰어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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