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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완욱의 골프주치의] (26) ‘가성비 갑’ 프로의 좌절 극복 이야기

  • 기사입력 2019-04-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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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골프 주치의는 평소의 디테일한 레슨이 아닙니다. 긍정의 마인드로 좌절을 극복한, 한 여자 프로선수를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 23회 차에서 ‘긍정의 마음이 골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는데, 그 현실 사례가 지난 주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침 해당선수는 제 제자(정확히 말하면 제자의 제자)입니다. 그래서 그 휴먼스토리의 속살을 좀 자세히 소개하고, 골프에서 긍정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은 지난 21일 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에서 극적으로 우승한 이승연 프로(21)입니다. 제가 원장으로 있는 마일스톤 아카데미(남수원CC 연습장 내) 소속이고요, 마일스톤의 김성훈 헤드프로가 주니어 시절부터 가르쳐온 선수입니다.

이번 우승 후 몇몇 언론에 보도가 나왔는데, 이승연 프로의 별명은 ‘가성비 갑’입니다. 160㎝의 작은 키로 270야드 펑펑 날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도 올시즌 가장 전장이 길게 세팅된 코스에서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우승했죠.

먼저 저는 이승연 프로가 결코 반짝스타가 아닐 것이라고 ‘예언’을 하고 싶습니다. 이는 괜한 자신감의 표출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프로 투어에서 우승을 한 선수를 몇몇 키워낸 적이 있고, 수많은 주니어 선수와 주말골퍼들까지 많은 레슨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 신중하게 전망하는 겁니다. 이유는 그의 ‘노력’과 ‘좌절 극복’ 두 가지 키워드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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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의 우승.' 지난 주 이승연 프로의 우승은 그 속살을 알고 보면 새삼 골프에서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집니다.


먼저 노력입니다. 작은 키에 장타. 지켜보는 처지에서는 말이 쉬울 뿐이지 이건 한 마디로 노력의 산물입니다. 이승연 프로는 누구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는 선수입니다. 우승 다음 날인 22일에도 저희 아카데미를 찾아 2시간 가까이 웨이트를 하고 갔습니다. 평소에도 김정도 트레이너와 함께 보통은 두 시간, 어쩔 때는 5시간씩 웨이트를 합니다. 그래서 남다른 근력과 순발력, 지구력을 갖춘 것입니다.

이승연 프로는 대표적인 노력파입니다. 초중고, 즉 주니어 시절에는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집안도 평범한 까닭에 운동여건이 남달리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신체적인 조건도 불리하니, 골프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노력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두 번째는 오늘의 핵심인 긍정의 마인드로 좌절 극복하기입니다. 2017년 시즌이 끝날 무렵 이승연 프로는 골프를 관두려고 했습니다. 정말 많이 울었죠. 2016년 8월 KLPGA에 입회하고, 2017년 본격적으로 2부투어를 뛰었는데 2승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2부투어의 메이저인 호반오픈이 그해 두 차례 열렸고, 상금이 많이 걸린 이 대회에서 부진하다 보니 간 발의 차(상금 6위까지 시드인데 7위)로 1부 티켓을 놓친 겁니다. 이후 열린 시드전에서도 3일 내내 언더파로 선전하다가 마지막 날 80대타수로 무너지면서 다시 2부투어에 머물게 된 것이죠.

이 정도 상황은 극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침 집안사정도 넉넉지 못해 그해 겨울 전지훈련을 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정말 힘든 시기였죠. 이때 저는 원장으로 이승연 프로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핵심은 ‘골퍼로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에 집중하는 것도 바쁜데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진을 빼면 안 된다는 얘기였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지훈련 비용도 아카데미 차원에서 해결해줬습니다. 그리고 전지훈련 기간 내내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안 된다고 하면 정말 안 된다’고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습니다. 직접 이승연 프로를 가르치는 김성훈 프로도 저의 제자로 레슨철학이 같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승연 프로는 2018년 초 전지훈련을 거치며 많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2부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르며 1부 시드를 가볍게 확보했죠. 그리고 지난 1, 2월 다시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갔습니다. 1부 진출을 확정한 까닭에 이승연 프로의 긍정마인드는 더욱 업그레이됐습니다. 공이 잘 안 맞아도, “곧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답하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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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태국 전지훈련 때 찍은 사진. 왼쪽부터 김정도 트레이너, 이승연 프로, 김성훈 헤드프로, 그리고 필자.


노력형이 긍정의 마인드와 만나니 그 효과는 정말 좋았습니다. 거리 얘기인데요. 겨울 전지훈련 때 이승연 프로가 저나 김성훈 프로보다 티샷을 더 멀리 보내기도 했습니다. 본인은 물론 모두가 깜짝 놀랐죠. 철저한 몸관리에 자신감이 더해지니 샷이 더욱 좋아진 겁니다. 무엇보다 마인드가 정말 좋습니다. 이번 우승도 그렇죠. 17번홀에서 1타차로 역전을 당했는데, 18번 홀에서 다시 뒤집은 겁니다.

이렇게 이승연 프로를 제대로 알게 되면 이번 1부 첫 승은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금도 2017년 끝자락이 생각납니다. 그때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다면? 또 전지훈련에서 김성훈 프로를 중심으로 이승연 프로와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좌절 극복이 가능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마일스톤 아카데미는 긍정의 마인드를 아주 중시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선수들과 악수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좀 오그라들지 모르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선수들의 자존감을 높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지난해 BTS 열풍이 불 때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메시지에 혼자 과한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존감이 좀 있어야 성공합니다. 골프에서도 스윙이 좀 나빠도 스스로 잘 친다고 생각하면 잘 맞습니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스스로 합니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과 스스로 하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마일스톤 아카데미의 레슨철학 중 하나가 ‘우리(코치)는 준비돼 있으니 언제든 와서 얻어가라’입니다. 항상 관심을 갖지만 배우는 사람 스스로 원해서 레슨이 이뤄져야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연 프로가 우승한 직후 전화가 왔을 때 저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나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 있으니 더 겸손하고, 인성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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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프로의 호쾌한 스윙. [사진=KLPGA]


끝으로 김성훈 헤드프로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전하고 싶습니다. 제 제자이지만 코치로 정말 배울 게 많은 친구입니다. 그의 장점은 ‘아이들에게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같이 있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시합장에 데려가는 것, 스윙 봐주는 것 그 자체를 즐깁니다. 천상 지도자인 것이죠. 실력도 실력이지만 지도자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면 결코 결실을 맺을 수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낸 이승연 프로와 그의 코치 김성훈 프로, 그리고 김정도 트레이너에게 평소 말로 하지 못하는 축하인사를 글로 전합니다. 우리 삶에서 이런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최완욱 프로. 마일스톤 골프 아카데미 원장. 체육학 박사. 타이틀리스트 TPT 교습프로. 이승연(KLPGA) 등 프로와 엘리트 선수는 물론이고 주말골퍼들에게도 친절한 맞춤형 레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여름 레슨 어플리케이션 ‘이어골프’를 내놓았다. 티칭프로와 교습생이 한 자리에 없더라도 스윙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보내면 그것을 분석하고 해법을 파악해 다시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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