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며칠 전에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출신인 에릭 번스(미국)가 24시간 동안 420개 홀(23라운드 6홀)을 돌아 이 부문 기네스북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세상에는 정해진 시간에 많은 홀 기록을 깨려는 철인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임흥순: 하루 200홀 한국 기네스 핸디캡 5의 임흥순 씨가 1993년6월15일에 경기도 용인 프라자CC 라이온코스(파72)에서 오전 4시에 티오프해서 오후 8시17분까지 16시간17분동안 200홀(11라운드 2홀)을 돌아 자신이 2년 전에 수립한 세계최고기록인 198홀을 2홀 경신했다. 당시 52세인 임씨는 200홀을 돌면서 평균 78.7타를 쳤다고 한다. 애초에 임씨는 216홀에 도전할 계획이었으나 안개가 끼고 일찍 일몰이 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임씨의 기록은 한국기네스협회에 의해 인정돼 세계기록으로 공인받았다고 전해진다. 이때 기네스 기록 경신을 높이 평가한 골프장이 그에게 편의를 봐주었으며, 홀을 마쳤을 때는 오토바이로 다음 홀까지 태워 주는 등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최대한 오랜 라운드를 위해 해가 가장 긴 하지 무렵을 잡았고 골프장이 휴장하는 월요일을 거사일로 택했다고 한다. 임씨는 1986년(45세)에 골프에 입문하자마차 골프에 몰두해 6개월만에 싱글 핸디캐퍼가 됐다.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 골프를 하기 전에는 20여년간 매일 새벽 북한산을 오르며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으나 강철 체력을 과시하면서 세계에도 존재감을 알리려 한 기개와 용기는 백번 칭송해도 부족하지 않다.
에릭 번스: 24시간 420홀 올해 44세의 번스는 캘리포니아주 하프문베이 골프 링크스에서 24시간에 420개 홀을 돌았는데 이는 종전 기네스북 기록인 402개 홀을 넘어선 것이다. 번스는 현지 시간 22일 오전 7시에 첫 홀 경기를 시작했고 다음날 새벽 5시31분에 402번째 홀을 마쳤다. 또 남은 1시간 29분 사이에 18개 홀을 더 돌았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1971년 이안 콜스톤(호주)이 호주 빅토리아의 벤디고 골프클럽에서 작성한 401홀(22라운드 5홀)이었는데 인데 번스가 무려 48년 만에 경신했다. 번스의 18홀 평균 라운드 소요 시간은 1시간 2분이었다. 번스는 8번 아이언 만을 들고 코스를 돌았고, 해가 진 뒤엔 라이트를 켜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스코어는 어땠을까? 번스는 “예전에도 클럽 한 개로 41분 만에 18홀을 돌았고, 그때 103타를 쳤다”면서 “이틀 뒤 골프백을 제대로 꾸려 5시간30분간 라운드를 했어도 103타였다”고 말했다. 번스가 이런 도전에 나선 것은 미국의 어린이 야외 체육활동을 장려하는 렛뎀플레이(Let Them Play)재단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오클랜드 등에서 외야수로 활동한 번스는 이날은 폴로 경기하듯 라운드를 했다.
브래드 루이튼: 12시간 237홀 지난 2016년 12월12일에 뉴질랜드 마라토너인 브래드 루이튼(35)이 스피드 골프 세계 기록을 세웠다. 루이튼은 뉴질랜드의 헬렌스빌 골프클럽(파72 6400야드)에서 12시간 동안 237홀을 돌아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종전 기록은 2005년 스콧 홀랜드(캐나다)가 세운 221홀이었으니 그보다 16홀을 더 돌았다. 루이튼은 아침 6시에 6번 아이언을 들고서 헬렌스빌GC를 티오프해 12시간을 쉴 새 없이 달리며 기록을 작성했다. 18홀로 치면 13라운드를 돌고 3홀을 더 돈 것이다. 루이튼은 거리로 치면 100km 넘게 라운드한 것이다. 홀당 평균 3분이 걸렸다. 루이튼은 이외에도 세계 기네스의 기록 보유자다. ‘10km 외다리 달리기’ 종목에서 지난 2015년 1월1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바니에서 1시간13분40초 기록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루이튼이 이 기록에 도전한 것은 대장암 환자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뉴질랜드는 대장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루이튼의 절친한 친구이자 축구팀 코치가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이같은 도전을 계획했다.
배리 기븐스, 1년간 걸어서 878라운드 미국 코네티컷주 리지필드에 사는 57세의 배리 기븐스가 2016년 12월31일에 텍사스 레이크웨이의 더힐스컨트리클럽 플린톡폴스코스를 걸어서 라운드를 마쳤다. 한 해 동안 21개의 서로 다른 골프장에서 878라운드(1만5804홀)를 완료한 순간이었다. 33년 구력의 기븐스는 IBM에서 은퇴한 뒤에 이같은 거창한 계획을 감행했다. 일년에 40라운드 정도를 하는 골퍼라면 20년 동안 칠 분량의 골프 라운드고 한 해 20번 라운드하는 골퍼라면 40년 치의 골프를 1년에 완료한 것이다. 종전까지 기네스북에 기록되기로는 리차드 루이스가 2010년에 64세로 걸어서 기록한 한 해 최다 611라운드였다. 루이스는 일년간 몸무게 18kg이 빠졌다고 한다. 기념 라운드를 가졌을 때는 마침 홀인원까지 하는 행운도 있었다. 아놀드 파머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기븐스는 파머의 나이인 87홀을 라운드했다. 네 번의 라운드를 마치고 15홀을 돌았다. 10월에는 냉장고에서 할라피뇨 병을 꺼내다 발에 떨어져서 깨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병원에 가지않고 붕대로 응급조치를 한 뒤에 라운드를 나갔다. 기븐스는 이런 무모한 모험을 시도한 이유에 대해 “친구가 지난해 57세에 죽었는데, 은퇴하거나 인생을 즐기지도 못한 채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