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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야구선수, 레슨프로 그리고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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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노의 가르침>을 담은 책, 'SAY NO'의 표지. 저자와 카페회원들이 파일을 공개해 인터넷에 쉽게 구해볼 수 있다.


# ‘사람은 자신의 삶에 변화를 스스로 일으켜 그 어떤 분야에서든지 자신의 가치를 계속 증대시켜 나갈 때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조금은 특별한, 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변화가 없는 삶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좀 특별하다. 작가는 ’NO라고 말해라‘는 뜻의 책 제목과 같은 ’신비의 인물‘ 세이노다. 그는 평균 10억 원씩 소득세를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물로,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이 화제가 돼 신문칼럼까지 연재했다. ’세이노의 가르침‘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이 책도 비매품으로 만들어 인터넷상에 자유롭게 구할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어쨌든 세이노도 변화를 강조했다. 변화, 그리고 변화를 통한 끊임없는 추구가 행복의 원천이란다.

# 87년생인 그는 야구선수였다. 소년체전에도 나가고, 야구명문 덕수정보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타격훈련 도중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 강하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맞아 왼쪽 눈 주변의 뼈가 함몰됐다. 한동안 시력을 잃었고, 어려운 수술 끝에 조금이나마 시력을 되찾았지만 시각장애인 5급 판정을 받았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 3학년 야구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그렇게 10대의 야구인생은 끝이 났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는 지금 롯데에서 뛰고 있는 민병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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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선수 시절의 모습. 호타준족으로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 대학에 가기 위해 고3 여름방학 이후 급히 골프를 시작했다. 야구를 한 덕에 실력이 금새 늘었고, 서일대 골프학과에 진학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 꿈은 프로골퍼로 성공하는 것. 장애판정 덕에 병역면제 판정을 받아 골프에 매진했다. 실력도 급신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야구하다 다친 왼쪽 시력이 투어프로 수준의 경기력에 큰 방해가 됐다. 성인이고 먹고 살아야 하기에 모 대형백화점의 골프숍에 취직했다. VIP 고객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면서, 물건도 팔고. 이렇게 사회생활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도 2014년 레슨프로 자격증을 땄다.

# 훤칠한 외모에 운동선수 특유의 성실함으로 나름 레슨프로로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던 운동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던 탓일까, 주변의 권유로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조단역으로, 불러주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배우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차승원과 배정남을 섞어놓은 듯한 개성 있는 외모 덕에 모델로는 눈길을 끌었다. 단역배우와 모델을 하면서 운동할 때 82kg이나 나가던 체중을 62kg으로 감량했다. 운동이든, 연예인이든 노력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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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 후 레슨프로로 활동했다(오른쪽). 훤칠한 외모와 친절한 레슨으로 나름 인기가 높았다.

# 삶의 굴곡이 많아서일까, 노래를 좋아했는데 2017년 우연한 계기에 작곡가 김인효를 만났다. 조항조의 ‘가지마’, 최진희의 ‘와인’ 등을 만든 김인효 씨는 그의 인간미와 음색에 반해 가수데뷔를 권했다. 원래 좋아하던 소몰이창법을 버리고, 매력적인 중저음을 살려 성인발라드 즉, 트로트를 택했다. 1년이 넘도록 노래를 엄청나게 연습했다. 마치 타격훈련이나 골프연습을 하듯이. 그리고 2018년 12월 24일 마침내 쇼 케이스와 함께 가수로 데뷔했다.

# 이상은 최근 트로트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가수 차수빈(32)의 스토리다. 아버지가 작사를 하고, 김인효 씨가 멜로디를 붙인 차수빈의 노래 ‘두 번 사랑’은 겨울을 넘기면서 인기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트로트 곡 히트의 주무대인 부산경남 지역부터 반응이 시작되더니, 각종 행사와 방송출연으로 바빠지고 있다. 훤칠한 외모 때문인지 30대 이상 여성팬들이 많다. 야구와 골프를 거친 운동선수에, 골프숍 직원과 무명배우 등 사회생활을 일찍 경험 까닭에 가수 차수빈은 목소리만큼이나 노래에 대한 꿈이 깊다. “여전히 배우도 하고 싶지만, 일단은 김인호 선생님의 평가처럼 전설의 가수 배호의 뒤를 잇는 좋은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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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랑'이라는 곡으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트로트 가수, 차수빈(가운데).


# 가수 차수빈에게 과거 두 번의 운동선수는 어땠을까? “눈 부상을 당했을 때는 나이도 어렸고, 야구밖에 몰랐기 때문에 정말 막막했죠. 벤치에서 앉아 한 쪽 눈으로 동기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게 심적으로 쉽지는 않았지요.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골프요? 어린 나이에 레슨프로로 나이 많으신 분들을 가르쳤어요. 직장생활도 하면서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야구와 골프를 경험했기에 제가 연예인이나 가수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예인들도 사회인야구와 골프를 즐긴다. 전직 야구선수에 레슨프로인 그는 어떨까? “야구는 같이 하자는 분들이 많은데 눈부상의 트라우마 때문에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병헌이가 있는 롯데 경기에 시구는 하고 싶습니다. 골프는 가끔 나가는데, 지금도 80대 초반은 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이어스에 따르면 행복은 지금 가진 것의 크기보다는 그 양과 질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가수 차수빈은 행복한 사람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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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수빈은 연기자와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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