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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낙하산 총장'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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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전 한체대 총장.


<2년간 4번 퇴짜놓더니…한체대 총장에 ‘친박’ 김성조>. 2015년 2월 8일에 게재된 한 일간지의 보도다. 2년 가까이 한체대가 추천한 총장후보를 교육부와 청와대가 퇴짜를 놓더니 경북 구미에서 3선(16·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성조를 최종 낙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실 이것도 다분히 진영논리에 의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김성조는 친박에 밀려 정치권에서 멀어졌다. 2012년 3선의 김성조 의원은 뼛속까지 ‘친박’인 심학봉에게 밀려 낙천했다(심학봉 의원은 2015년 10월 성폭행 사건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뇌물수수로 영어의 몸이 됐다). 뜬금없이 그가 한체대 총장이 된 것은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회장을 맡았는데, 직전 회장인 한체대 김원경 교수의 권유 때문이다. 총장 후보로 입후보 했고, 적법한 절차에 의해 당선된 것이다. 어쨌든 박근혜의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였고, 체육 전문성이 높지 않았으니 ‘정치권 낙하산’이라고 비판해도 여기까지는 수긍할 만하다.

그럼 ‘낙하산’ 김성조가 이끈 한체대 4년은 어떠한가? 애써 비판한 이들이 무색할 만큼 그에 대한 내부 평가는 아주 후하다. ‘6명의 역대 총장 중 역대 최고다’, ‘한 번 더 연임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많았다. 5대 총장을 역임한 김종욱 교수는 김성조 총장이 한체대의 숙원과제였던 건폐율을 해결하자 “정말 어려운 일 해 내셨다. 총장님께 뽀뽀라도 해 주고 싶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학생회관, 도서관 및 일반학과 학생기숙사 신축으로 이어진 건폐율 완화 외에도 빼어난 동하계올림픽 성적, 운동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데이터베이스 구축, IOC 등록 올림픽연구센터 유치, 행복기숙사 건립 추진 등 김성조 총장 시절 한체대는 많은 발전을 일궜다. 2017년에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으로부터 한체대는 '세계 최고 대학 상'을 받기도 했다. 임기 막판 조재범 성폭행 사건이 터졌지만, 법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한체대 총장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체대 박재현 교수는 “김성조 총장은 위기의 한체대에 부임해 냉철한 논리와 탁월한 추진력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많은 한체대인들이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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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북도의회 인사검증위원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김성조 경북문화관광고사 사장 내정자. [사진=경북도의회]


이런 김성조 총장이 최근 4년 만에 또 낙하산 소리를 듣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돼 경북도의회의 인사검증을 받았는데 주로 더민주 소속의 의원들이 한체대 총장 시절을 거론하며 전문성 부족, 미투사건에 대한 책임, 조직관리와 리더십 문제를 추궁했다(13일).

'4년 전 한체대'의 경우처럼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지난 한체대 4년이 좋은 반증이 된다. 전문성이 좀 부족해도 뛰어난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나머지 조직관리와 리더십 문제는 사실을 왜곡하는 억지에 가깝고, 미투사건 책임론은 좀 심하다.

특히 “한체대가 정부 종합감사 대상에 오르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치듯 자리를 갈아타려는 것 아니야”는 비판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김성조 총장은 한체대 내에서 연임요구가 많았지만 미투사건 훨씬 이전부터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니다. 이 정도 하고,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때 물러나는 게 맞다. 고향인 구미에 빚진 것이 많아 앞으로는 고향발전을 위해 일할 생각”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2015년 2월 5일 임기를 시작해, 2019년 4일이 설연휴였던 관계로 2019년 2월 1일 퇴임식을 가졌다.

진영논리로 오염된 우리네 정치문화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난무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1980년 광주의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는 졸렬한 수준을 보인다. 경북도 의원님들이 김성조의 한체대 시절을 비판하려면 그 전에 최소한 그 속살을 한 번쯤 파악했으면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한 것까지 억지로 나무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스포츠의 공정함을 우리 정치가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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