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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갤러리수 집계 포기한 피닉스오픈의 철학

  • 기사입력 2019-02-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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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오픈이 리더보드에까지 매년 공개하던 입장객수를 올해는 중단하기로 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매년 갤러리 입장 기록을 경신하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피닉스오픈(총상금 710만 달러)이 올해부터 입장객 기록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지 매체 애리조나센트럴은 1일(한국시간) 대회를 주관하는 피닉스선더버드 재단이 매년 출입구에서 집계하던 갤러리 수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매년 입장객이 증가하면서 하루 갤러리수(3라운드) 21만6818명, 대회 기간 총 71만9179명의 기록을 세웠던 대회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 대회는 마스터스보다 두 배 이상, 보통 PGA투어 대회보다는 서너 배는 많은 갤러리로 인기 높은 대회다. 매년 입장객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올해 역시 지난해 이상의 갤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요일인 4라운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벤트인 미식축구(NFL) 최종전인 슈퍼볼과 겹친다. 대체로 이 대회는 일요일에 슈퍼볼과 겹치면서 토요일 입장객이 일요일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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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슈퍼볼과 겹쳤던 피닉스오픈 비교


선더버드 재단은 이 대회가 갤러리수나 흥행으로 명성을 얻는 대신에 자선과 지역사회 경제에 도움이 되는 대회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입장객수를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의 경우 이 대회는 갤러리수에서 역대 최고를 경신했지만, 동시에 자선금에서 1220만 달러(136억3350만원)을 모았다. 이를 통한 경제효과는 3억8900만 달러(4348억원)로 집계됐으나 미디어는 입장객과 흥행에만 관심을 두었다.

지난해를 보면 슈퍼볼과 피닉스오픈 파이널라운드가 2월4일로 겹쳤다. 흥행이나 시청자수, 입장권 등는 슈퍼볼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자선금에서는 피닉스오픈이 2배나 높았고 지역 경제 효과도 슈퍼볼에 버금가는 정도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회를 주관하는 재단은 좋은 취지의 대회가 상업성에 묻히는 것을 과감하게 뿌리친 것이다.

애리조나센트럴에 따르면 챈스 코즈비 경기위원장은 “이 대회가 PGA투어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모은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갤러리수를 발표하는 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에 집중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자선 활동을 중시하고 그게 이 대회를 여는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갤러리수 발표 중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코즈비에 따르면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나 타이틀 스폰서인 웨이스트매니지먼트도 이 결정에 100% 지지했다”고 한다.

올해로 84회째를 맞은 피닉스오픈은 PGA투어의 오래된 5개 대회에 드는 고색창연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가 메인 스폰서가 된 지는 10년째다. 대회를 주관하는 선더버드재단은 1937년에 ‘스포츠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대의명문을 내세우고 조성됐다. 55명의 활동 회원과 285명의 평생 회원으로 이뤄진 재단에서는 지난해 대회 일주일 기간에 1220만 달러를 자선기금으로 모은 이외에도 1932년부터 계산하면 1억3400만달러(1498억원)의 자선금을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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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피닉스오픈은 수요일 및, 2,3라운드에 역대 최다 갤러리를 기록했다.


골프 대회가 흥행이나 상업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매년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피닉스오픈은 더구나 늘어나는 입장객수를 자랑으로 삼을 만했다. 하지만 대회 운영주최의 철학은 그보다는 깊은 데 있었다. 대회 전날인 31일에는 감동적인 이벤트도 있었다. 피닉스의 대학 골프 선수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에이미 보커스텟이 콜롯세움으로 유명한 파3 16번 홀에 등장했다.

스페셜 올림픽 선수인 보커스텟은 게리 우들랜드(미국)와 함께 등장했고 120야드에서 티샷을 해 벙커로 보냈고 거기서 파 퍼트를 잡아내면서 지켜보던 갤러리의 환호를 받았다. 우들랜드는 “지금까지 골프 코스에서 누군가를 그렇게 응원해보기는 처음”이라며 “가장 멋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PGA투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영상을 올리며 ‘에이미,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은 저마다 모자나 사인볼 등 각종 선물을 준비해서 갤러리에게 던져주는 전통 이벤트를 이어간다. 주변과 이웃을 생각하고 함께 하는 가치를 이 대회는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들의 높고도 바른 운영 철학이 이 대회를 매년 발전시키는 동력일 것이다.

국내 골프 대회도 단순한 흥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깊은 철학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에 두는 이벤트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갤러리 수가 가장 많은 인기 대회가 흥행을 알리는 것을 포기한 결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울림이 크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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