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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학교폭력 가해자가 '장학생'도 되고, '대통령'도 되는 세계?

  • 기사입력 2018-12-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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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라는 링네임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로드FC의 퀴즈 이벤트.

얼마 전 우연히 SNS를 통해서 격투기 대회 이벤트를 하나 접했다. "로드FC051에는 '김해 대통령' ㅇㅇㅇ의 데뷔전이 치러진다"라는 문제엿다. 퀴즈를 맞춘 당첨자 중 선정을 통해 2019년 달력을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로드FC 특유의 링네임 주인공이 또 한 명 탄생했나 보군’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대통령'이라는 거창한 별명까지 붙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주먹대통령' 김도형 선수와 외모가 닮아서? 혹은 대통령처럼 이름 석 자만 대면 누구나 알 만큼 지역에서 유명해서?

완전히 틀린 예측은 아니었다. 해당 선수는 학창시절 그 지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할 만큼 '싸움짱'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생각해 보면 로드FC의 ‘선수 캐릭터 만들기’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앞에서는 '폭력은 나쁜 것'이라며 캠페인까지 하면서도 늘 그들의 스탠스는 폭력의 주체 입장이었고 심지어 이러한 폭력적 감성을 '멋진 추억'이나 '코믹한 이미지'로 친근하게 포장해 왔다.

익히 알려진 '야쿠자'나, '협객' 같은 거친 표현의 링네임을 로드FC 선수들에게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거침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것을 그저 마케팅 혹은 홍보기법인 것 처럼 가볍게 치부한다.

과연 이러한 행보가 그렇지 않아도 대중에게 폭력적 인식이 강한 격투스포츠 이미지에 도움이 될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캐릭터는 그저 캐릭터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 로드FC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TV에 비춘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해 예비취업생의 등을 쳤다가 사기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잎사 로드FC가 주관했던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가 갈취와 폭력혐의로 형사 입건된 사례도 있다.

심지어 과거 로드FC는 문제아 학생들을 갱생한다는 목적의 '청개구리 장학금'에 후원을 꾸준히 진행한 적도 있다. 뭔가 이상한 장학금이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보듬거나 혹은 그들에게 격투기를 가르쳐서 다시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학폭 가해 학생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한 장학금이라니 횡당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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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의 청개구리 장학금 지원을 알리는 홍보 이미지.


이 장학금 후원을 다룬 ‘미담’ 기사에는 이런 문구도 등장했다. ‘약자를 괴롭히며 비겁하게 살지 말라는 선생님 말을 듣고 괴롭힌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다’, ‘앞으로는 가르침을 명심하고 약자를 도우며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보겠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만큼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피해자들의 용서가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정작 그런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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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이가 갱생과 반성을 근거로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나와서 스타가 된다면? 누구든 용서가 쉽지 않을 듯하다.

이번에 '대통령'이라는 링네임을 얻은 선수는 결국 과거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가 인터넷 댓글을 통해서 폭력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구설에 올랐다. 일이 일파만파로 커져 버렸다. 해당 선수가 수소문 끝에 피해자에게 사과하며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피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훨씬 더 많은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도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물론 과거의 잘못이 주홍글씨가 되어서 평생의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족이나 지인에게까지 피해가 전이되는 속칭 '연좌제'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자가 있다면 그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는 반드시 전재되어야 한다. 더불어 로드FC가 진정 세계로 성장하는 격투스포츠 넘버원이 되고 싶다면 더 이상의 폭력 미화 마케팅은 없어야 한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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