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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소년 보조코치부터 구단 운영이사까지' 아르헨티나 드림에 도전하는 박민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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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르티보 에스파뇰의 페드로 까탈라노 청소년팀 감독(중), 디에고 메이라마 유소년팀 감독(우)과 박민호 이사.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의 가교가 되고 싶습니다.”

축구의 나라 아르헨티나. 마라도나부터 메시까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유명 스타들이 기라성 같이 등장한 나라다. 말 그대로 ‘축구 선진국’이다. 용담호혈 같은 아르헨티나의 축구계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해서 현재는 한 구단의 운영이사직을 지내고 있는 한국 축구인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3부리그 프로 클럽 데포르티보 에스파뇰의 박민호 이사다.

박민호 이사는 한국에서 축구하는 여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입시 축구를 했었다. 그는 입시 위주의 한국축구를 경험하며 많은 선수들이 한국의 시스템으로 인해 빛을 드러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을 봤다. 특히 감독 위주로 운영되는 한국의 학원 축구에서는 선수들의 창의성이나 판단력을 키우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비록 한국에서 선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아직 축구지도자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스무 살에 축구 강국인 아르헨티나 행을 결심했다.

결심을 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았다. 도시락 배달, 서빙, 핸드폰 판매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오락실 등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였다. 또 언어의 벽을 해결하기 위해서 군 복무를 하며 틈틈이 스페인어를 익혔다. 이렇게 해서 모은 1,700만 원을 들고 아르헨티나로 떠난 것이 2008년, 그의 나이 24살 때의 일이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아르헨티나에서 박 이사는 정말로 밑바닥부터 고생을 했다. 약속도 없이 주변의 축구클럽에 방문해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잡상인으로 여겨져 쫓겨나기 일쑤였다. 심지어 언어도 미숙한 상태였으니 고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문전박대를 당하며 보내던 어느 날, 훼로카릴오에스테(2부 클럽)을 방문했을 때 감독으로부터서 유소년 축구팀 훈련의 참관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참관을 했고, 이에 감독이 호기심이 생겼는지 사정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감독은 지구 반대편에서 축구를 공부하기 위해 날아온 것을 좋게 보았는지 앞으로 훈련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코치들을 따라다닐 수 있게 허락했다. 그렇게 1년을 쫓아 다니다보니 감독은 훼로카릴오에스터의 유소년 보조코치로 일 해볼 것을 제안했다. 박 이사가 아르헨티나 유소년 축구를 정식으로 접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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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뇰 구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박민호 이사.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 10년을 보낸 박이사는 현재 데포르티보 에스파뇰의 운영이사가 되었다. 현재 그는 팀의 유소년 U-8(8세 팀)부터 성인 2군까지의 모든 선수 및 해당 지도자를 관리하고 있다. 성인 1군 프로선수를 제외하고 박 이사가 관리하는 선수는 약 500명, 지도자 수는 40명 가량이다.

박민호 이사의 꿈은 바로 한국과 아르헨티나 축구를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박 이사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까지 박 이사의 손을 거쳐 프로리그에 데뷔한 한국선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11명의 한국 선수들이 유소년 팀에서 꿈을 먹으며 자라고 있는 중이다.

“재능있는 선수들이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하며 프로까지 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제2의 손흥민, 박지성 같은 선수들이 내 손을 거치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 물론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를 꿈꾸는 청년들이 이곳(아르헨티나)에 온다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정보와 기회의 부족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꿈을 접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근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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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부 라그 우니온산타페클럽 U18의 남유준(좌)와 박민호 이사. 남유준은 13세 때 박 이사가 아르헨티나로 데려와 직접 육성한 선수다.


* 데포르티보 에스파뇰
정식명칭은 클럽 데포르티보 에스파뇰(Club Deportivo Espanol). 아르헨티나 3부 리그인 Primera B 소속 클럽. 1956년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거주 스페인 이민자들이 설립한 구단으로 1966년, 1984년 두 차례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클럽. 2003년 금융위기로 파산했다가 2008년에 재창단되어 4부 리그에서 시작, 3부 리그로 승격해 현재가지 이어지고 있다. 3만 2,500명을 수용하는 홈구장을 보유한 팀으로 2부 리그 승격을 목표로 이번 시즌을 진행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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