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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CJ컵 코스는 올해 어떻게 더 어려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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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 11번과 15번 그린은 샴쌍동이처럼 하나의 긴 그린으로 붙어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서귀포)=남화영 기자] ‘바람이 안 불어 올해의 선수가 쳐도 7언더파.’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리는 한국 유일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50만 달러)는 올해 페덱스컵 랭킹 50위 중에 17명 출전이라는 막강한 진용에 맞서 굳건하게 언더파 타수를 방어해내고 있다.

올해 메이저인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미국)가 이날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클럽나인브릿지를 공략한 결과 7언더파 65타를 쳐서 선두에 한 타차 2위(8언더파 136타)에 그쳤다.

첫날에는 시속 45킬로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어서 선수들은 코스 공략에 애를 먹었지만 이날은 전날의 매서운 강풍은 좀처럼 보이지 못했다. 이날은 이 대회를 시작하던 지난해의 첫 라운드를 연상시켰다.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지난해 대회 첫날 9언더파 63타를 치면서 선두로 나섰다.

클럽나인브릿지와 더CJ컵을 야심차게 준비했던 대회 관계자들은 당시 경악했다. 2001년에 개장해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 명성을 쌓은 코스가 한국에는 처음 왔다는 선수에게서 처참하게 농락당했던 것이다. 지난해는 무려 7개의 티잉그라운드를 길게 하고 난이도를 높였다고 자신만만해 했지만 결국 한 선수에게서 강한 펀치를 얻어맞은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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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 8번 홀은 뒷바람이면 원온도 가능한 드라이버블 파4 홀이다.


하지만 결국 골프란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틀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 선수들은 맥을 못췄고 결국 첫날 선두에 올랐던 토마스의 우승 스코어는 그가 첫날 쳤던 9언더파에서 마쳤다. CJ컵 관계자들로서는 가슴을 크게 쓸어내렸다. 자부심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투자와 정성을 다해 쌓아온 명성의 코스가 인간에게 하릴없이 정복당하는 건 원치 않는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한국에서 최초의 PGA투어를 개최한다고 해서 무려 6개 홀에서 티를 신설했다. 9, 10, 11, 12, 18번 홀이고 7, 8 ,17번 홀은 티를 이동했다. 9번 홀은 507미터가 539미터로 늘었고 10번 홀은 399미터가 431미터로 길어졌다. 11번 홀은 378미터가 391미터로 늘었다. 18번 홀은 492미터가 519미터로 길어졌다.

올해는 7, 12, 16번 티를 신설했다. 12번 홀은 531미터가 547미터로 16미터가 더 길어졌다. 그러면서 재미난 코스 레이아웃이 나오게 됐다. 원래 이 골프장의 11번 홀 그린은 15번 홀의 그린과 연결이 되는 코스다. 그런데 이번에 12번 홀 전장을 늘리면서 16번 홀 티잉그라운드와 역시 아래 윗단의 구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코스 자체로 보면 무한대 기호(∞) 표시처럼 돌아가는 모양이 됐다.

11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이 긴 선수는 15번 홀 그린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됐고, 16번 홀 티에서는 바로 아랫단에서 티샷하는 선수들과 마주보게 되었다. 이 코스를 설계한 데이비드 데일은 이것 외에도 코스 난이도 조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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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CJ컵 2라운드가 끝난 뒤 미디어센터를 찾은 클럽나인브릿지 설계가 데이비드 데일.


“코스 난이도를 높게 하기 위해 페어웨이를 축소했다. 2001년에 개장한 코스라 시간이 지난면서 수직벽을 가진 리베티드 벙커의 보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인조잔디를 통해 수직벽을 되살렸다. 그린과 페어웨이 등 경도를 개선했다.”

그의 말은 선수들의 라운드 소감에서도 잘 드러난다. 똑같은 벤트그라스 잔디가 식재된 잭니클라우스에서 열린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태희는 “이곳 그린이 좀더 딱딱했고 그린에서 공이 조금이라도 길면 굴러 내려갔다.”

1988년에 한국에 온 뒤로 한국에 십여 개의 코스를 설계한 데이비드 데일은 애초 원 설계자인 로널드 프림의 수석 디자이너였으나 이후 2006년에 골프플랜으로 독립해 오늘날 나인브릿지가 현재의 코스로 되기까지 꾸준히 코스를 개선하고 고쳐냈다.

데일이 이 코스에서 대표라고 생각하는 홀은 18번 홀이다. “맞바람이 불면 이 홀은 쓰리온을 해도 보기, 더블보기를 할 수 있고, 뒷바람이 잘 불면 이글에 버디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홀이다. 그밖에 14번, 8번은 바람에 따라 원온도 할 수 있고 타수가 오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이 코스를 더 잘 공략할 수 있을까? “이 코스는 바람이 변수로 작용하는 코스다. 그게 이 코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 말이 맞다. 바람이 크게 불지 않았던 이 코스에서 켑카와 PGA투어 4승의 단독 선두 스콧 피어시(미국)는 7언더파를 치는 데 그쳤다. 이날 가장 잘 친 스코어는 브라이언 하만(미국)의 8언더파였다. 하지만 하만은 첫날 바람부는 코스에서 4오버파를 쳤다. 마찬가지로 이날 하루에 가장 많이 나온 스코어는 8오버파였다.

클럽나인브릿지는 올해 더 어려워졌다. 보다 정확하게는 지난해보다 더 챌린징해졌다. 남은 3,4라운드에서 하루에 9언더파 이하의 스코어가 나온다면 아마도 내년엔 더 어려운 코스로 변모할 것이다. 이 대회를 만드는 사람들의 자부심은 보통 수준을 넘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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