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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오승택은 7일 AAC에서 30위로 마쳤다. [사진=AAC]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싱가포르)=남화영 기자] 10주년을 맞은 올해 아시아아마추어챔피언십(AAC)이 일본의 카나야 타쿠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카나야는 7일 싱가포르 센토사 뉴탄중 코스(파70 6847야드)에서 열린 대회 파이널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했다. 지난 2016년에 처음 출전해 12위로 마친 이래 두 번째 출전 만이다. 카나야는 월드아마추어골프랭킹(WAGR) 22위로 일본 선수 중에 가장 높다.

2015년 일본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으며, 지난 8월의 자타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공동 4위로 일본팀 단체전 금메달에도 기여했다. 이번 우승으로 카나야는 내년 4월 마스터스에 초청될 뿐만 아니라 내년 7월 북아일랜드 로열포트러시에서 열리는 디오픈과 내년 US아마추어선수권 출전권까지 얻었다.

두 달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나카지마 케이타(일본)는 토마스 레이한(인도)과 공동 2위로 마쳐 내년 디오픈 파이널 시리즈 출전권을 얻었다. 나카지마는 WAGR 126위로 지난해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공동 17위를 한 바 있다. 이밖에 일본 선수는 오사와 카즈야가 공동 24위, 마루야마 시게키의 아들인 마루야마 션이 고 시소와 함께 공동 30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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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한 일본의 카나야(왼쪽)는 내년 마스터스와 디오픈을 가고, 준우승한 케이타(오른쪽)는 디오픈 파이널을 간다. [사진=AAC]


6명 출전한 일본 선수 중에 오니시 카이토가 유일하게 컷을 통과하지 못했을 뿐 1, 2위를 석권했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일본은 최근 국제무대에서 2연타석 홈런을 쳤다.

한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부진의 늪을 헤맸다. 미국에서 골프를 하는 이원준(21)은 9위로 마쳤다. 국가대표 에이스 김동민(20)은 공동 24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인 국가대표 오승택(21)은 가장 어린 출전 선수 이장현(16)과 함께 30위, 브라질에서 골프를 하는 하진보(21)는 국가대표 정찬민(20)과 함께 4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해처럼 올해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9회 대회에서는 6명중 4명만이 본선에 올라 이원준이 28위, 하진보가 39위에 그쳤고 국가대표 장승보는 54위, 오승택은 60위에 그쳤다. 올해는 그나마 6명이 본선에는 올랐으나 톱10에 한 명만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 2년간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국가대표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해외에서 자력으로 골프를 하는 선수들이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세계 속에서의 수준이랄 수 있는 WAGR에서 가장 높은 김동민이 129위, 은메달을 딴 오승택이 577위, 정찬민이 847위다. 이번 대회에 WAGR 100위 이내만 14명이 들어있었으니 한국의 우승은 어차피 기대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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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자력으로 골프하는 이원준이 2년 연속 한국 선수 중에 최고 성적으로 마쳤다. [사진=AAC]


2009년부터 10번 열린 역대 대회에서 한국은 2번 우승했다. 비단 이 대회가 아니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2010년까지는 아시아 최강이었다. 언제부터 국가대표가 더 이상 국가를 대표할 수없을 정도가 됐을까?

싱가포르에서 만난 국내외 골프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일본 선수들의 강세는 이미 예견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강한 이유는 국가대표 시스템에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파편적이지만 핵심을 찌른 얘기들은 이렇다.

“일본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면 코치가 조용한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날의 라운드를 서로 분석한다. 어떤 샷이 잘됐고 어디서 실수를 했는지를 찾는다.”

“일본 선수들은 단체전 대회에 가보면 대회가 있는 날 아침에도 단체로 뛴다. 일단 체력부터 키운다.”

“일본은 호주에서 수억대의 코치를 고용해 선수들의 모든 골프 내용을 과학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과감하게 선수 육성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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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팀 존스 코치와 챔피언 카나야가 우승 인터뷰 후에 포즈를 취했다.


카나야의 우승 인터뷰가 끝나자 일본 기자들은 일제히 가레트 존스(Gareth Jones) 일본팀 헤드코치에게 몰렸다. 호주 대표팀 코치 출신의 존스는 2015년10월에 부임하면서 일본팀의 체질을 바꾼 주역이다.

존스가 털어놓은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처음에 카나야를 만났을 때 일본아마선수권을 우승했을 정도로 자질은 있었는데 확신이 없었다. 한국 선수들에게 뒤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거리도 짧았다. 하지만 꾸준히 상담하고 고쳐나갔다. 지난해 25야드가 늘었다”

카나야는 이 대회에서 첫 2라운드는 1언더파씩에 그쳤다. 하지만 존스 코스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준비가 이미 되어 있었다. 카나야가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했을 뿐이다. 라운드 후에 코스맵, 그린북으로 분석했고 3,4라운드부터 더 잘할 것이라고 믿었다.”

존스 코치는 선수들끼리 서로를 자극하는 시스템도 언급했다. “나카지마와 카나야는 서로 연습하면서 단점을 고쳐준다. 그리고 그게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서 윈윈하게 된다.” 이날 카나야가 라운드를 마쳤을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나카지마가 가장 먼저 달려가 두 살 위의 형인 카나야와 함께 얼싸안고 우승을 축하했다. 경쟁하면서도 서로 돕는 관계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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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야가 우승을 확정짓자 케이타가 가장 먼저 뛰어가 자기 일인듯 축하해주었다. [사진=AAC]


일본 기자들은 존스에게 2년 뒤의 2020년의 올림픽까지 물었다. “일단 마쓰야마 히데키나 사토시 고타이라 등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을 선수들을 충분히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존스는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본골프협회 매니저인 준 나가시마도 '최근 몇년새 일본이 왜 그렇게 잘해졌느냐'를 묻자 존스 코치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2년 뒤의 올림픽이 아니라 당장 올해라도 선수들을 통솔하고 이끌 코치가 있는가? 선수를 제대로 키워낼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가? 선수들은 또 코치진을 얼마나 신뢰할까?

한국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준은 처참하다. 출전한 호주 선수 6명 중에 가장 낮은 WAGR 순위가 55위였다. 한국은 중국(앤디장 15위), 대만(유춘안 29위), 인도(토마스 레이한 70위), 인도네시아(라마단 나라지 에메랄드 79위), 뉴질랜드(다니엘 힐리어 18위), 태국(케칸자나 사돔 10위), 싱가포르(그레고리 푸 101위)에도 뒤진다. 한국 국가대표 중에 가장 순위(129위)가 높은 선수가 아시아에서는 10위권 밖이라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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