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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42) 내셔널리그 ‘첫’ 일본인 선수, 타츠의 코리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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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13번)는 목포시청에서 올 시즌 5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실업축구연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3부리그격인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엔 외국인 선수가 드물다. 외국인 선수 쿼터가 존재하지만 채우지 않거나 실력이 모자라 존재감 없이 희미하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 시즌 내셔널리그의 ‘첫’ 일본인 나가마츠 타츠로(23)가 내셔널리그 외국인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타츠는 일본 한난대를 졸업 후 프로 진출을 타진했다. 일본 J리그가 아닌 한국을 목표로 삼았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한국에서 희소한 타입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한국 에이전트와 연이 닿았다. 한국 땅을 밟아 K리그2 수원FC에서 테스트 기회를 얻었다. 테스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수원이 아시아 쿼터로 기존 선수인 호주 국적 수비수 아드리안 레이어를 택하면서 입단이 무산됐다.

타츠는 내셔널리그로 눈을 돌렸다. 목포시청에 새로 부임한 김상훈 감독은 타츠를 단번에 받아드리지 않았다. 타츠에게 한 달간의 테스트 기회를 부여했다. 김상훈 감독에 따르면 타츠는 테스트 첫 날부터 간절함을 보였다.

결국 타츠는 목포시청에 합류해 시즌 시작과 함께 주전으로 도약했다. 최근까지 치른 24경기(10월 5일 기준) 중 22경기에 출전했다. 3-5-2 포메이션에서 주로 중앙 미드필더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피치를 밟았다. 공격 포인트는 8개(골5, 도움3)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선정하는 라운드 베스트11에는 7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K리그 입단이 되지 않아 당시에는 간절한 마음이 커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됐기 때문에 현재 좋은 폼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대학 시절 J리그 팀과도 경기를 해봤지만, 힘, 압박 속도 등이 한국이 더 좋은 것 같다. 한국에 와서 그런 부분을 배운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기회를 주신 김상훈 감독님께 감사하고 잘 배우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지에서 커리어 첫해를 보내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세미프로격인 내셔널리그는 프로 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하다. 더불어 예산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통역사를 따로 고용하긴 어렵다. 다행히도 타츠는 감독과 동료의 도움을 받아 수월하게 적응을 해냈다.

“감독님이 일본어를 할 줄 아셔서 훈련이나 경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주시고, 룸메이트이자 주장인 최지훈 선수가 일본에서 뛴 경험이 있어 통역을 잘 해주고 있다. 고마운 친구다(웃음). 또한, 최근까지 일본에서 활약하다 온 임승겸 선수는 동갑이고, 말이 통해 많은 것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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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라운드 창원시청과의 원정 경기에 타츠의 모교 사쿠요 고등학교 후배들이 찾았다. [사진=실업축구연맹]


고향이 그리울 때 즈음 ‘깜짝’ 손님이 한국을 찾았다. 타츠의 모교 사쿠요 고등학교 후배들이 창원시청 원정 경기에 방문한 것.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득점도 기록했다.

“경기장 가기 전까지는 후배들이 온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깜짝 선물이 되어 고맙지만, 골 이외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후배들이 왔다고 특별한 마음이라기보다는 팀이 이기도록 집중을 했다."

타츠는 FA컵을 통해 동경하는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목포는 지난 시즌 FA컵 4강 드라마를 쓴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올 시즌도 거침이 없었다. FA컵 32강에서 안양(K리그2)을 격파하고, 16강에선 인천(K리그1)을 꺾었다. 8강에선 최근 리그에서 흐름이 좋은 대구(K리그1)를 만났다. 하지만 항해는 거기까지였다. 대구에게 1-2로 패했다. 타츠에겐 이러한 경험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한 단계, 두 단계 위에 있는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더 깨닫는 계기가 됐다.

“프로 선수 플레이의 정확성과 체력이 좋다고 느꼈다. 일본과는 다른 플레이라는 것을 내셔널리그에서도 느꼈지만 상위 팀들은 더 좋다고 느꼈다. (대구 경기에서) 슈팅 수에서 별로 차이가 없었지만, 마지막 마무리의 세밀함에서 차이가 난 것 같아서 아쉽다.”

최근 타츠는 주장 완장까지 차고 있다. 그는 팀 내에서 어린 선수 축에 속한다. 게다가 올 시즌이 커리어 첫해고, 언어의 장벽까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타츠의 주장 완장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만큼 타츠를 향한 김상훈 감독의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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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는 최근 주장 완장까지 차며 김상훈 감독의 신뢰를 두둑이 받고 있다. [사진=실업축구연맹]


“학창 시절에도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아는 한국 단어와 영어로 지시하고 있다. 나머지는 제스처를 열심히 사용한다.”

“물론 주장이라는 것이 중요한 존재이지만, 저는 주장일 때와 아닐 때 팀이 이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팀으로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장의 의식을 갖고 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츠는 한국 무대에 대한 목표가 확실하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에 불을 지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보였는지 최근 복수의 K리그 팀들이 타츠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부진 편에 속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그런 부분들에 더 초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한 것이고, 에이전트가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아직 한국에 와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한국에서 아직 흡수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 더 노력하고 도전하고 싶다. 나아가서는 K리그 팀의 일원으로서 ACL에도 진출하고 J리그 팀과 승부하고 싶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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