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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팅 슬럼프라는 미로에서 빠져나온 배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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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배상문. [사진=올댓스포츠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지난 6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한 배상문(사진)은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군복무후 2017년 10월 PGA투어에 복귀한 배상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 때문인 듯 언론의 관심 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자신을 지켜보는 팬들의 시선에 밝지만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배상문은 PGA투어 복귀후 6개 대회 연속 컷오프를 당하는 등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군복무로 인한 2년의 공백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성적표였다. 골프를 치기 시작한 후 6개 대회 연속 컷오프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배상문은 코오롱 한국오픈에 출전하기 직전에도 발스파챔피언십과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3개 대회 연속 컷탈락했다.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고국무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상문은 코오롱 한국오픈 1,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이븐파를 쳐 컷 통과에 성공했으나 본격적인 우승경쟁이 펼쳐진 3,4라운드엔 2오버파와 1오버파를 쳐 공동 37위에 그쳤다. 우승자인 최민철과는 15타 차이가 났다. 투어 내에선 "군 입대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말들이 오갔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선수들 사이에선 배상문의 부진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배상문은 롱게임엔 별 문제가 없었다. 배상문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 322.25야드를 기록했고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그린적중률도 65.28%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퍼팅이었다. 그린스피드 적응에 애를 먹었고 퍼팅라인을 읽는데도 확신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퍼팅 스트로크에 자신감이 없었다.

1,2라운드에 동반 플레이를 펼친 박상현(35)은 당시 배상문의 경기력에 대해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 등 롱게임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퍼팅이 조금 부족해 보였다. 그렇지만 PGA투어라는 큰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퍼팅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문은 경기중에도 그린 위에서 한숨을 쉬는 모습이 여러차례 목격됐다. 이런 장면은 복귀전인 작년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자주 연출됐다. 좋은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어놓고도 퍼팅라인을 제대로 읽지 못해 버디를 놓치자 자연스럽게 나온 반응이었다. 결국 복귀전에서 예선탈락한 배상문은 17일 앨버튼 보이스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일년 가까이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배상문은 겉으론 남자다워 보여도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다. 퍼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심리적인 위축이 심해졌고 그 결과는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 배상문은 2017~18시즌 PGA투어에서 17개 대회에 나가 5차례 예선을 통과했으며 한 차례 기권에 11차례 컷탈락했다. 최고 성적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서 거둔 공동 15위였다. 시즌상금은 18만 4057달러에 페덱스컵 랭킹은 202위였다. 배상문의 최종라운드 평균 퍼팅수는 32.00개였다.

배상문은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퍼팅을 해야 잘 하는 지를 좀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1,2라운드를 함께 치른 재미교포 케빈 나와 박상현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부탁을 했다. PGA투어에서 함께 뛰고 있던 케빈 나에겐 “형은 그린에 올라가면 어떻게 퍼팅 라인을 읽나요?”라고 대놓고 묻기도 했다. 오죽 답답하면 함께 경기중인 선수들에게 그런 질문을 했을까.

어찌됐든 배상문은 고통스런 시간을 극복하고 멋지게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2018~19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우승을 차지한 앨버튼 보이스오픈에서 배상문은 나흘간 드라이브샷 평균거리 329야드에 그린적중률 66.67%, 홀당 평균퍼팅수 1.667개를 기록했다. 반가운 것은 퍼팅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이다. 이 대회의 홀당 평균퍼팅수는 1.727개였다. 숨고만 싶었던 일년을 꿋꿋히 버티며 이를 악물고 버틴 배상문은 이제 더 단단해졌다. 그의 재기에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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