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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카르타 AG 결산] 아시안게임이 낳은 ‘영웅’ 황의조, ‘희생양’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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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황의조(26 감바오사카)는 ‘영웅’이 됐지만, 황희찬(22 함부르크)은 안타까운 ‘희생양’이 됐다.

김학범 감독(58)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토너먼트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일본 등 강팀을 연이어 격파한 한국은 사상 첫 대회 2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는 황의조라는 영웅을 얻었다. 황의조는 대표팀 합류 전부터 ‘인맥 축구’라는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오로지 실력으로 이 프레임을 깨고 영웅으로 거듭났다.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황의조는 7경기에 출전해 무려 9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에 등극했다. 한국의 총 득점(19골) 중 절반을 홀로 책임진 엄청난 활약이었다.

대회 시작 전부터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큰 부담을 떠안았던 황의조는 “(인맥 축구 논란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 주겠다”던 각오대로 묵묵히 부담감을 이겨냈다. 대회 첫 경기였던 바레인 전에서부터 해트트릭을 터트리더니, 4강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다시 한 번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황의조는 와일드카드다운 성숙한 정신력으로 부담감을 극복하며 영웅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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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은 이번 대회 매 경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황의조라는 영웅의 탄생 뒤에는 황희찬이라는 안타까운 희생양도 있었다. 이번 대회 황희찬은 매 경기가 논란이었다. 부진한 경기력, 그중에서도 특히 아쉬웠던 마무리 능력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경질적인 플레이, 경기 종료 후 상대 팀과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던 비매너 등 황희찬의 모든 행동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의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과하다는 사실이다. 생산적인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까웠다. 말레이시아 전 이후 일부 축구 팬들은 황희찬의 SNS를 인신공격성 댓글로 도배했고, 결국 황희찬은 SNS를 폐쇄했다.

일부 팬들의 수위 넘은 비난으로 인해 황희찬은 이후 경기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장기인 폭발적인 드리블 대신, 공격 지역에서 우물쭈물하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황희찬은 결승전에서 헤더 골을 터트리며 어느 정도 부담감을 덜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축구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온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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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그간의 비난을 털어낸 김영권. [사진=대한축구협회]


거센 비난의 화살을 맞는 희생양의 존재, 한국 축구에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영웅 뒤에는 희생양이 있었다. 김영권(28 광저우헝다)이 황의조를 닮은 영웅이었다면, 장현수(27 FC도쿄)는 황희찬을 닮은 희생양이었다.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김영권은 축구 팬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최종예선 이란 전 이후 있었던 ‘실언 논란’에 경기력 부진까지 겹치며, 그를 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절치부심하고 월드컵에 나선 김영권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인 것은 물론, 독일 전에서는 직접 득점을 터트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대회 이후 김영권에게는 ‘빛영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김영권은 팬들의 비난이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영웅으로 등극했지만, 모든 비난을 독차지했던 지난 시간이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음을 고백했다. 특히 아무 죄 없는 가족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게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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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영권의 수비 파트너였던 장현수는 아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희생양’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슈틸리케 감독(64) 시절부터 신태용 감독(48) 때까지, 장현수는 늘 비판의 중심에 있었다. 물론 장현수가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친 적도 있었지만, 역시 그 비판은 필요 이상으로 과했다. 장현수와 관련된 기사의 댓글에는 늘 인신공격성 댓글이 있었다.

장현수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은 월드컵 도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월 31일 한 컨퍼런스에서 월드컵 도중 장현수에게 “SNS 보지 말아라. 보면 죽고 싶을 것이다. 나는 더 심하다. 독일 전까지 열심히 하고, 같이 대표팀에서 물러나자”고 말했던 사실을 밝혔다. 장현수는 물론, 신태용 감독 역시 팬들의 비난이라는 부담감에 어려움을 느꼈다.

‘팬’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던진 비난이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비난을 이겨내지 못한 선수에게는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현상은 옳지 않다. 단언컨대, 대표팀 선수 중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잘하려는 과정에서 실수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실수에 관대하지 않다. 실수가 나오면 비판보다 비난을 꺼내 든다. 축구 팬, 미디어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영웅’ 황의조와 김영권, ‘희생양’ 황희찬과 장현수 모두 벤투호 1기에 이름을 올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49)과 함께 다시 한 번 팬들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새로운 4년을 시작하는 벤투호부터는, 비난의 수위를 조금 낮추는 게 어떨까? 새로운 영웅은 언제라도 환영이지만, 불필요한 희생양을 더 이상 만들 필요는 없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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