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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남자 주니어선수 감소의 역설

초중고의 아마추어 학생선수 숫자를 파악하려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숫자를 인터넷으로 조회하면 된다. 선수 등록을 해야 대한골프협회의 공식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등록 선수의 숫자가 변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골프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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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비해 75% 감소

표를 보면 여자선수의 숫자는 별로 감소하지 않았다. 전체 학생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여자선수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남자선수의 감소 현황을 보면 심각해 보인다. 2000년에 비교하여 75%나 감소했고 2012년에 비해서도 50% 감소했다. 따라서 골프산업의 남저여고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차이가 날 가능성이 많다.

남자선수 숫자의 감소 현상을 보며 필자는 걱정보다는 안도의 마음이 생겼다. 스포츠든 산업이든 경쟁력이 있는 곳에 선별 투자해야 하는데 세계적인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남자골프에 과투자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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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꼬끄배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에 출전한 주니어 선수들의 연습장면.


KPGA 프로의 현실

국내 남자 프로골프대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남자 프로골퍼가 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KPGA가 올해 개최하는 대회의 숫자는 17개에 불과하다. 프로골퍼는 시합에 나가는 것이 일하는 것인데 17주밖에 일할 수 없다면 반 실업자나 다름없다. 어려서부터 학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골프에 올인하여 프로가 되었는데 반실업자가 되는 것이 확실하다면 왜 골프선수를 지망하는가?

골프 선수의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한 명의 프로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10억 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또 2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10억 원과 2만 시간을 투자하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는데 왜 불확실한 골프를 선택하는지 확실한 이유가 필요하다.

KPGA의 회원 숫자는 6,200명 정도인데 그 중에서 상금을 받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선수는 1% 정도이고,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서 생활하는 선수를 합쳐도 2% 남짓할 뿐이다.

프로 1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금을 7~8억 원으로 줄여 잡아도 남자 프로골프 선수들에게 투자된 총 금액은 5조 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KPGA의 1년 총상금이 투자된 원금 5조원의 0.5%도 안 되는데 그 곳에 계속 줄을 서려고 하는 것은 기이한 현실이다.

돌파구는 없는가?

돌파구로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KPGA가 대회의 숫자를 늘려서 상금을 올리는 것인데 KPGA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성과가 없다. 국내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서 있는 대회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KPGA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다.

다른 돌파구는 해외 취업이다.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투어 등으로 진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이미 PGA나 일본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보다 몇 배의 숫자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해외로 나가려면 추가로 큰 비용이 필요하고 어릴 때부터 영어, 일본어와 문화를 가르치며 준비해야 한다. 학교에 안가고 골프 이외에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면 해외투어에 적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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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에 출전한 주니어 골프 선수들의 모습.


줄어서 다행이다

어린 아이가 스스로 평생 직업으로 골프선수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보통 부모의 결정으로 골프를 배우는 것인데 학교공부를 중단시키는 것도 부모들이다. 비싼 레슨비를 들여서 다른 아이보다 더 빨리 잘 치기 위해서 서두르고, 프로선수로 일찍 데뷰시키려는 부모의 욕심이 아이의 장래를 험난한 길로 인도한다. 그 길은 자식이 평생을 2류 인생으로 살게 만들지도 모르는 위험한 길이다. 국가적으로 보아도 우수한 자원의 낭비이다.

남자선수들의 숫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프로골프의 현실을 올바로 파악한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아직도 1,063명의 남자선수들이 남아 있다.이 선수들 중에서 골프 천재가 나오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골프스타가 나오기를 기다려 본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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