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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IOC위원은 없고, 실망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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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한국인 IOC 위원 추가 배출에 총력.’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인 지난 2월초 몇몇 미디어가 보도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13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새 한국인 IOC 위원 선출을 목표로 중지를 모은다’고 돼 있다. 한국은 2017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사퇴해 IOC위원이 유승민 선수위원 1명밖에 없다. 동계올림픽까지 치르는 등 스포츠 국력에 비해 IOC위원이 턱없이 적기에 정부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 ‘IOC위원 후보 9명 선출... 한국인은 없어.’ 지난 7월 20일(한국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는 9명의 IOC위원 후보를 선출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IOC총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된다. 기사의 제목이 말해주듯 2018년에는 한국인 IOC위원이 나오지 않게 됐다. 중국은 이미 IOC위원이 3명이고, 일본은 이번에 와타나베 모리나리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이 국제경기단체(IF) 자격으로 추가돼 2명이 된다.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타박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천박하고, 또 통합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못나도 너무 못났다는 점이다.

완장 찼으니 우리 맘대로?

먼저 정부를 보자. 원래 IOC는 한국의 새 IOC위원으로 2명을 추천했다. 하지만 한 명은 나이가 많았고, 다른 한 명은 기업활동을 이유로 고사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몇몇 후보를 저울질하다가 모 기업 회장을 추천했다. 모 회장은 지난 6월 스위스 로잔을 방문해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 째는 체육 관련성이 없는 후보를 추천해 '될 것도 안 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IOC로서는 정말 뜬금이 없었죠. IOC위원은 올림픽운동이나 최소한 자국에서라도 체육에 기여한 바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거나, 자국에서 좀 영향력이 있다고 IOC위원이 되는 게 아닙니다.” IOC 내부에 밝은 한 인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재벌이고, 여권의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두터운 것은 알겠는데 모 회장이 왜 IOC위원이 돼야 하는지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도 이 약점을 스스로 알았는지 모 회장을 추천했다는 것 자체를 발표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촛불정부답지 않다.

두 번째는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IOC위원 후보를 물색한다면 대한민국의 엘리트 및 생활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와 상의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대한체육회 측은 “우리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고 있다. 정부가 어떤 경로로, 누구를, 어떻게 추천하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이는 ‘체육계는 정치권력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적폐 정치세력의 인식과 다를 게 전혀 없다. 특히 지난해 이기흥 회장이 NOC(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의 IOC위원으로 IOC에 신청한 바 있기에 정부와 대한체육회 양쪽의 의견조율은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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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하계 아시안게임 결단식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대한체육회]


이 좋은 기회를 망쳐버리는가?


대한체육회도 잘한 게 하나 없다. 아니 더 큰 사단이 나기 전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지난해 이기흥 회장의 IOC위원 추천 때 ‘셀프추천’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은 그 사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치자. 문제는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안팎에서 정말이지 욕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다. 회장은 붕 떠 있고, 대한체육회 요직에 있는 인사들은 회장 뒤에 숨어서 호사만 누린다는 얘기가 많다. 실제로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특정종교 쪽 인사들을 중용하고, 몇몇 대한체육회 고위인사들의 전횡이 심하다는 구체적인 불만이 나돈다. 회장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인사들을 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한체육회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의 사이도 아주 좋지 않다. 문체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를 리드할 수는 없다. 동계올림픽 후 합동평가회를 갖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안을 일축하는 것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 이기흥 회장이 정치권 실력자들과 친분이 두터운지는 몰라도 그러면 안 된다. 또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고, 문체부가 반대하는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 수익금 배분'과 관련해 서명운동 등 여론몰이로 당국을 압박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곧 대한체육회에 대한 문체부의 감사가 발표될 예정인데 뭐가 튀어나올지 걱정된다.

이기흥 회장은 최순실-김종 등 적폐세력이 활개 치던 시절 드라마처럼 ‘체육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금의 여권인 당시 야권이 그를 지지했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기흥 회장은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천운을 타고 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1년여 만에 대한체육회와 이기흥 회장은 되려 예전 적폐들처럼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를 지지했던 여권의 실세 정치인이 최근 “이러다가는 이기흥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니 자신의 IOC위원 추천은 무시당하고, 새 IOC위원 추천 과정에서도 배제된 것이다.

2019년 남북한 IOC위원 탄생

이쯤이면 정권을 쥔 정치권력이나, 이기흥 회장의 대한체육회 양쪽 모두 한심하다. 더 늦기 전에, ‘신적폐’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기 전에 정신 바짝 차리고 겸손하게, 그리고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체육계에서 처음 터졌다.

한국의 IOC위원과 관련해서는 내년이 호기다. 북한의 장웅 IOC위원의 임기가 올해 종료되는 까닭에 내년 IOC가 남북한 IOC위원을 한 명씩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체육계의 뜻을 모아 정말 괜찮은 IOC 위원이 내년에는 꼭 나왔으면 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편집장]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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