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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구] 장우진이 각진 수건으로 땀을 닦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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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은 스토리가 많은 선수다. 3관왕이 확정된 순간 스승 김택수 감독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 [사진=월간탁구/더핑퐁]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대전)=유병철 기자] 이쯤이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스타탄생 드라마다. 한국에서 열리는 첫 플래티넘 대회(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의 최상위 레벨), 북한의 참가 및 단일팀 구성 등으로 큰 화제를 모은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에서 장우진(23 미래에셋대우 세계30위)은 가장 많은 경기를 뛰면서도 한 경기도 패하지 않고 전 종목(남자단식, 남자복식, 혼합복식)을 석권했다. 특히 혼합복식은 ‘1살누나’ 차효심(북한)과 짝을 이뤄 세계 최강 중국을 제압했다. 그렇지 않아도 화젯거리가 많은 대회에 최대 이슈를 더한 것이다.

명실상부 한국 남자탁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장우진은 갑자기 떠오른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도 많다.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땀수건도 각을 잡는 깔끔장이

현장이나 TV중계로 유심히 지켜본 팬들이라면 발견했을 수도 있다. 장우진은 경기 중 땀을 닦는 모습이 특별하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큰 수건을 사각으로 단정하게 접은 뒤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땀을 닦는다. 라켓도 그렇다. 브레이크가 생길 때 라켓을 탁구대 위에 올려놓는데 항상 그립부분이 밖으로 향해 나오도록 놓는다.

외모는 축구스타 박지성을 연상시키는데 성격은 그렇게 깔끔할 수가 없다. 대표팀에서 장우진과 방을 함께 쓰는 조대성(대광고1)은 장우진의 정리정돈 습관에 대해 “장난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옷가지와 용품 정리는 물론이고, 신발 위치도 정해져 있다. 아는 사람들은 농담으로 놀릴 정도로 장우진의 정리벽(癖)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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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한 장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테이블 위로 올라서는 용기, 그리고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라켓과 땀수건. 장우진을 아는 사람들만이 안다. [사진=월간탁구/더핑퐁]


근성과 에너지 통제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깔끔’은 사실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진 근성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탁구에 대한 열정이 강하기에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22일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히든카드 량징쿤을 평범한 선수로 만들어버리며 4-0 완승을 확정짓는 순간, 장우진은 수건과 라켓을 테이블 위에 던져버렸다. 목표를 달성했기에 더 이상 스스로 지킬 것이 없어진 것이다.

유명한 사건들도 있다. 2015년 12월 종합선수권 때 장우진은 ‘대선배’ 주세혁에게 3-4로 역전패를 당한 후 분을 참지 못하고 경기구를 깼고, 라켓을 집어던졌다. 승부에 대한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곧 사과를 하고, 당사자인 주세혁이 대인배답게 “괜찮다. 나는 더했다”며 사과를 받아줬다.

넘치는 에너지는 장우진의 탁구와도 닯았다. 그의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빠른 발과 파워는 복싱선수 출신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한다. 단점은 흔들리면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것. 장우진은 김병준 인하대 교수로부터 3년째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이를 극복했다. 김택수 감독은 “우진이 탁구가 강해진 것은 이제 에너지를 조절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원하면 강해진다

한국에서는 역대급으로 많은 관중이 모인 이번 코리아오픈은 장우진 스타탄생의 무대로 제격이었다. 장우진은 많은 관중의 응원을 즐긴다.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고, 심지어 22일 3관왕을 확정짓는 순간에는 우승 세리머니로 탁구대 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날만큼은 워낙 장우진이 화제라 문제가 없었지만 사실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우진은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남자 단식에서 우승했을 때 다른 나라선수들처럼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가 한국 탁구계의 ‘꼰대’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장우진은 23일 출국, 또 하나의 플래티넘 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한다. 바로 다시 수건을 각지게 접은 것이다.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런데 이제 시작입니다. 아시안게임과 2020년 올림픽을 목표로 정말 열심히 할 겁니다.” 이런 말을 할 때 장우진의 눈빛은 세계타이틀 매치 직전의 복서처럼 이글거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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