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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이유 있는 맞대결, 모히칸(조현우) vs 아프로(오초아)

[헤럴드경제 TAPAS=김상수 기자]모히칸이냐 아프로냐. 한국ㆍ멕시코전에서 유난히 조명받는 포지션이 있다. 바로 골키퍼다. 그들이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모히칸 vs 아프로


두 선수 모두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다. 바로 헤어스타일. 조현우의 별명은 ‘대구 데헤아’. 그는 스페인의 데헤아처럼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스웨덴전 이후 조현우 헤어스타일이 중국 등에서도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소유자다. 


모히칸은 미국 원주민 부족으로, 소설 ‘모히칸족의 최후’나 영화 ‘라스트 모히칸’ 등으로 유명해졌다. 사실 모히칸족보다는 포니족이 원래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대전 당시 장병들 사이에서 모히칸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인기 헤어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프란시스코 기예르모 오초아의 헤어스타일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 월드컵에서도 아프로 스타일의 곱슬머리로 세계인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초아가 유명세를 탄 데엔 실력만큼이나 그의 헤어스타일도 한몫했다. 아프로는 자칫 희화화될 수 있는 헤어스타일이지만, 70~80년대엔 흑인의 저항문화를 상징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오초아의 헤어스타일이 유명세를 타면서 일부 해외 매체에선 ‘축구 사상 최악의 헤어스타일’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면 종종 차분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초아는 역시 아프로가 제격. 


‘골키퍼+헤어스타일’, 이 조합으로 보자면 사실 한국에 원조격 인물이 있다. 바로 김병지 선수. ‘김병지컷’은 아예 고유명사화됐을 정도다. 왜 골키퍼는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할까. 김병지는 이와 관련, 언론 기고에서 ‘몸부림’이라고 표현했다.

“주전 골키퍼로 어렵게 자리 잡았지만, 누구도 날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조언을 구했고, 아내가 헤어스타일을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말해줬다. 비난도 많았지만 이를 고수했다. 꽁지머리는 저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골키퍼는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골키퍼의 특성상 주전이 아니라면 오랜 기간, 어쩌면 평생 경기장에 설 기회조차 없다. 그렇게 이름없이 사라진 선수도 수없이 많다. 그 어떤 포지션보다 대중의 관심에 목말라 있다. 그들의 헤어스타일은 세상의 관심을 받기 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물론, 전제조건은 실력. 실력까지 겸비한 한국의 모히칸, 멕시코의 아프로의 대결이기에 더 흥미진진하다.

연골 제거 수술 vs 약물파동

두 선수 모두 힘든 시기가 있었다. 조현우는 프로 데뷔 첫해 양쪽 무릎 연골이 찢기는 부상을 입었다. 수술이 불가피했고, 2014년에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조현우는 포기하지 않고 강도 높은 재활을 감내했다. 이와 관련 조현우는 “축구를 빨리하고 싶은데 이대론 안될 것 같았다. 재활훈련을 보며 주변에서 독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결국, 복귀에 성공했지만 입지가 불안정했고 출전도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결국 이를 이겨내고 대표팀에까지 승선했다.

오초아는 2011년이 위기였다. 빼어난 실력으로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으나 오초아는 2011년 골드컵에 출전했다가 1차 도핑에서 금지약물인 클렌부테롤이 검출돼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약물은 기관제 확장제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약물. 이후 자연스레 빅클럽의 관심도 사라졌다. 하지만 이후 약물 검출 배경이 상한 고기 때문이었다고 밝혀지면서 결국 징계도 무산됐다. 오초아로선 억울한 일을 당한 셈. 당시 이 같은 해프닝이 없었다면, 오초아는 지금쯤 빅클럽을 대표하는 골키퍼가 됐을지 모른다.

26세 vs 32세

조현우는 1991년생, 올해로 만 26세. 오초아는 1985년생. 올해로 만 32세다. 조현우가 6살 젊다. 조현우는 신장 189cm에 몸무게 75kg. 오초아는 185cm에 78kg. 신체조건은 두 선수가 비슷하다. 참고로 현존 세계 최고 키퍼로 평가받는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는 193cm에 92kg. 스페인의 다비드 데헤아는 192cm에 82kg. 조현우나 오초아 모두 이들보다 키나 몸무게에서 왜소한 편.

7경기 vs 94경기


지난 스웨덴전에서 조현우의 선발출전은 깜짝 발탁이란 평가였다. 선수교체가 드문 골키퍼 포지션에서 조현우는 지난 스웨덴전까지 A매치 출전 경험이 7경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부름을 받았지만, 후보로만 대기했다. A매치 데뷔전은 불과 1년 전인 2017년에 이르러서였다. 세르비아와의 평가전. 1대1 무승부였지만 여러차례 선방을 보여주며 주목받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는 ‘서드 골키퍼’로 분류됐으나, 지난 스웨덴전을 통해 당당히 주전 골키퍼로 자리매김했다.

오초아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골키퍼다. A매치 출전이 94경기로, 샌트리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대표 데뷔도 2005년으로 10년 이상 대표팀에 승선했다. 하지만 오초아 역시 주전 골키퍼로 입지를 다진 건 그리 길지 않다. 독일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 등에서 대표팀에 발탁됐으나 경기에 출전하진 못했다. 오초아가 명성을 떨친 건 지난 브라질 월드컵. 이때에도 오초아는 원래 주전 골키퍼가 아녔으나, 주전 골키퍼의 컨디션 문제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스웨덴전 vs 브라질전

양 선수의 인생 터닝 포인트. 조현우는 지난 18일 스웨덴전이다. 조현우는 스웨덴의 15개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특히 1대1의 결정적 기회를 연이어 막아내며 탄성을 자아냈다. 그가 실점한 득점은 패널티킥 1골에 불과했다. 경기 후 FIFA는 결승 골의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를 MOM(Man of the match)로 뽑았지만, 영국 BBC는 조현우에게 평점 7.48점을 부여하며 MOM로 선정했다. FIFA 역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조현우를 게재하며 깜짝 스타를 알렸다.

오초아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 개최국 브라질과의 경기였다. 당시 오초아는 8개의 유효슈팅을 모두 막아내며 무실점을 달성했다. 이날 MOM에 선정된 건 물론이다.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멕시코는 경기에선 패했으나 오초아는 수차례 선방을 보여주며 MOM에 뽑혔다. 지난 러시아월드컵 1차전 역시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맞아 유효슈팅 9개를 모두 막아내며 명성을 이어갔다.

대구FC vs 스탕다르 리에주


조현우는 대구FC 소속, 오초아는 벨기에 스탕다르 리에주 소속이다. 대구FC는 2002년 창단한 한국 K리그 시민구단이다. 때문에 구단주도 대구광역시장이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최초로 시민구단 개념을 도입, 창단했으나 아직 우승 경험은 없다.

오초아가 소속돼 있는 스탕다르 리에주는 1898년 창단한 클럽으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벨기에 대표 클럽 중 하나다. 챔피언스리그를 통해서도 친숙한 클럽이다. 벨기에 리그에서 10차례 우승 경력이 있다. 크리스티안 벤테케, 마루앙 펠라이니, 빅토르 발데스 등 축구팬이라면 꽤나 친숙한 선수들이 이 클럽을 거쳤다.

1만6028명 vs 228만1858명


조현우 인스타그램엔 현재 1만6028명의 팔로워가 있다. 가장 최근 글도 5월 19일. 월드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엔 아예 SNS 활동이 없다. 대신 팬들의 반응이 폭발적. ‘인사를 제대로 못했네요.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상없이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남긴 마지막 글은 ‘좋아요’ 1만개를 돌파했다. ‘너무 멋있어요’, ‘다치지 마세요’ 등의 댓글과 함께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영어로 작성된 댓글(‘Great!!!!!’, ‘Amazing performance! Keep it up!’)도 상당수다(관심이 쏠린 후 현재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된 상태다).

오초아는 SNS를 즐긴다. 월드컵 기간 이후 활동을 자제하는 조현우와 달리 오초아는 지금도 수시로 올린다. 본인의 선방을 보여주는 사진과 함께다. 경기장소를 이동할 때에도 실시간 중계급으로 SNS를 즐기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 ‘좋아요’는 228만1858명.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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