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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1% 부족한 남자골프, 그래도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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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이 메모리얼 토너먼트 대회 기간 중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 [사진=안병훈 인스타그램]


1%가 부족해서 골프팬들이 외면하는 남자골프. 그래도 그들은 잘하고 있다. 지난 주 PGA 대회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안병훈은 상금 8억 5,000만 원을 벌었다.

아시아 최강의 한국 남자 골프

이번 주 세계 랭킹을 보면 100위 안에 있는 우리나라 선수는 2명뿐이다(김시우 45위, 안병훈 56위). 한국은 아시아 골프의 최강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10위 히데키 마쓰야마, 35위 코다이라를 포함해 6명이나 100위 안에 올려 놓은 일본에 밀리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일본 선수들의 연습환경은 열악한 우리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다. 또 일본 남자대회 상금이 한국보다 훨씬 많으므로 그들이 더 강해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태국, 인도, 중국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PGA투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PGA투어는 전 세계 골퍼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무대이다. 치열한 진입 경쟁을 뚫고 시드를 받아 출전자격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다. 2018시즌에 한국은 7명(군 복무 중인 노승열 포함)의 선수가 PGA 투어카드를 확보해 3명뿐인 일본을 압도했다. 미국, 영국, 호주 다음으로 많은 한국선수들이 PGA투어를 따라서 미국을 누비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골프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골프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어떻게 7명이나 투어카드를 받았는지 놀라운 눈으로 우리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은 아시아 골프의 최강이다.

PGA 투어의 우승을 못해도

‘PGA 투어에 7명이나 가 있으면서 뭐하나, 우승 소식이 없는데.’ 이런 아쉬움이 나올 수도 있다. 우승을 하면 좋지만, 사실 프로 선수들은 상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PGA 대회에서 10등을 하면 총상금의 2.5%를 받는데 보통 20만 달러 정도이고 23등을 하면 총 상금의 1%를 받을 수 있으므로 7~8만 달러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우승을 못해도 평균 30등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면 년간 1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이 보장된다.

다른 좋은 소식도 있다. PGA투어 2부 리그인 웹닷컴 투어의 상금랭킹에 임성재가 1위, 이경훈이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2019시즌의 PGA 투어 카드 확보가 확실해 보인다. 내년에는 PGA투어가 열리는 골프장에 한국선수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골프의 최강은 역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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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PGA 투어카드를 가지고 있는 한국 선수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휘 노승열 최경주 배성문 김시우 강성훈 안병훈.


극복이 가능한 실력차이


어쩌다가 PGA 투어에 한 번 출전하는 행운의 기회를 잡았던 KPGA 선수들은 컷을 통과하지 못하고 거의 최하위권에서 맴돌다가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PGA투어와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차이가 극복이 불가능할 만큼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처음 나가본 PGA 대회는 골프장도 생소하고 분위기도 다르다. 적응기간 없이 출전한 PGA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PGA 투어 선수들과 실력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극복이 가능한 정도인 것이다. PGA 투어에 진출해 끈질기게 살아 있는 7명의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 증거이다. 7명 중에서 안병훈을 빼고는 모두 순수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스윙으로 무장하고 있다.

응원하고 기다려줘야

여자골프의 LPGA우승소식에 익숙한 골프팬들은 남자골프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고 때로는 조롱하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는 옳지 않다. 대부분의 KPGA 선수들이 미국 진출의 꿈을 가지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목숨을 걸고 연습하는 선수들도 드물지 않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선수들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골프 미디어의 도움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골프 기사의 80% 이상이 여자골프에 할애되는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팬들이 여자골프에 관심이 더 많으니 미디어가 따라가는 것이다. 결국 더 많은 골프팬들이 남자 골프에 관심을 가져야 미디어가 변하고, 이는 남자골프의 활성화로 이어져 남녀 골프의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 골프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남자골프를 더 강하게 키워낼 수 있다.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라

남자선수들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골프환경에 주눅들지 말아야 한다. 많은 골프팬과 미디어는 이 어려운 환경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절에 PGA 8승을 거둔 최경주가 나왔고,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도 나왔다. 우리나라의 PGA 투어 우승 횟수가 15승이나 되는데 최경주와 양용은이 10승을 합작했다. 그들에게는 골프 대디도 없었고 코치도 없었다.

KPGA의 대회 숫자가 충분치 않다고 원망만 하지 말고 일본 투어, 아시아 투어, 유럽투어 등 해외 취업의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자기나라에 골프 투어가 없어도 위대하게 된 선수들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투어환경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쁘지는 않은 것이다. 우리를 부러워하는 다른 나라의 선수들이 꽤 많다.

지금 이 순간도 묵묵히 연습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남자 골프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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