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지난달 30~31일 양일간 고양 뉴코리아컨트리클럽에서는 국내 골프장 32곳의 난다긴다하는 클럽챔피언들이 대거 모였다. 대한골프협회(KGA)에서 주최하는 제51회 ‘전국골프장팀선수권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치열한 결전 결과 제주도 라헨느컨트리클럽(단장 오기종, 선수는 강창원, 이주승, 황준영)이 단체전에서 우승했고, 개인전 우승자는 88CC 회원이자 미드아마추어연맹 상임부회장인 김양권 씨로 결정됐다. 라헨느CC는 대회 첫날 전년도 우승팀인 뉴코리아CC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으며 최종일 합계 290타(144, 146)로 우승했다. 3명이 출전해서 성적을 내는데 그중 좋은 성적을 낸 선수 2명의 스코어를 합쳐서 점수화한다. 88CC가 2위, 뉴코리아CC가 3위를 차지했다. 라헨느 대표 선수 이주승 씨는 지난해 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이 정한 전국 아마추어 랭킹 1위의 강자였다. 개인전에서는 88CC 김양권 씨가 이틀 합계 1언더파 71타를 치면서 최종 2언더파를 기록해 동률을 이룬 라헨느CC 황준영 씨를 카운트백 방식에서 앞서면서 정상을 차지했다. 3위는 베어크리크GC 하철상 씨가 차지했다. 김양권 씨는 지난해 미드아마추어 랭킹 3위였고 올해는 4위에 랭크된 고수다.
51년 골프장 챔피언들의 쟁투 KGA에 가입한 회원제 골프장들이 단장 포함 4명씩의 선수들이 출전해 최고수 골프장을 가리는 이 대회의 역사는 51년이나 된다. 반백년을 넘은 이 대회는 국내 클럽챔피언들의 실력다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8년 6월22일 현재 어린이대공원으로 바뀐 서울컨트리클럽(CC)에서 ‘한국골프협회장배경기’가 첫 대회였다. 서울CC, 부산, 태릉, 관악, 한양, 안양, 뉴코리아 7개 골프장에서 12명씩 출전해 하루 18홀 경기를 펼쳤다. 12개 중에 좋은 스코어 10개씩을 비교한 결과 태능 골프장이 단체전 1위, 뉴코리아가 2위, 서울이 3위를 했다. 개인전 우승자는 65타(핸디캡 16 스트로크 적용)를 친 태능의 김덕준 씨였다. 70~80년대 골프장이 늘어나면서 대회의 외양과 형식도 변했다. 70년대에 출전 골프장 수가 두 자릿수로 늘어난 대신 선수는 10명으로 줄어 8명의 점수를 반영하거나, 6명이 출전해 5명의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수라고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출전하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이 가장 안 좋은 선수의 성적을 제외하고 총점으로만 겨룬 것이다. 제 14회를 맞은 1981년에는 대구CC에서 열리면서 대회 명칭을 촌스럽게 ‘구락부대항골프팀경기’로 퇴보시켰다. 국내 외환위기 한 해 전인 1997년 제주도 오라CC에서 열렸는데 무려 32개팀이 출전했다. 그 이후로는 골프장 당 4명씩만 출전해 3개의 좋은 점수로 우열을 가렸다. 2006년에 가서야 ‘전국골프장대항팀선수권대회’로 명칭을 다시 바꾸었다. 그리고 하루가 아니라 이틀 36홀 경기로 바뀌었고 3명씩 출전해 2개의 스코어를 합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고수의 소굴과 개인전 다승자 51년의 역사를 지나면서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골프장도 있었다. 여주CC는 1987년 첫 우승이후 2007년까지 6번 우승했다. 뉴코리아와 서울CC가 각 5번씩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대구CC는 통산 4승을 거뒀다. 최근 강자는 2011년부터 2013, 2015년 3번 우승한 경북의 블루원상주다. 이곳에서 골프채널의 고교최강전 프로그램이 촬영됐었고 미드아마추어 경기도 열리면서 강자들이 홈 코스처럼 이곳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대회 개최 코스를 보면 단체전에서 우승한 골프장이 이듬해 개최 코스가 되는데 대구CC가 5회로 가장 많이 개최했다. 뉴코리아와 블루원상주가 4번씩 개최했다. 국내 회원제 골프장 중에 클럽챔피언전을 중시하는 골프장은 회원제의 전통이 오래된 곳이면서 고수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회원 친목 라운드가 아니라 치열하게 골프장 최고수를 가린다는 자체가 그만큼 진지하게 골프를 대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어떤 골프장은 클럽챔피언에 오르면 1년간 그린피 면제, 챔피언 전용 카트와 라커 제공 등의 특전도 주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챔피언을 가린 뒤에는 이 대회를 앞두고 출전하는 대표 선수들이 한달 전부터 전지 훈련을 하며, 대회 때는 유니폼을 깔맞춤하고 나오기도 했다. 개인전 최다승을 기록한 이는 뉴코리아CC 대표 선수로 출전한 정환 씨다. 2004년을 시작으로 2008년, 2017년까지 3회를 우승했다. 그가 속한 뉴코리아는 이로써 역대 개인전 6승을 쌓은 골프장에 올랐다. 창원CC에서 개인전 4승이 나오면서 2위다. 남서울은 3승이 나왔는데 1980년에는 허광수 현 KGA회장이 대표 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한성CC 대표로 출전해 2007, 2012년 두 번 우승한 장흥수 씨는 2012년에는 18홀 최저타인 5언더파 67타, 36홀 최저타인 141타(74-67타) 기록을 세웠다. 한 사람이 두 군데 골프장 회원권을 가져서 각각 다른 골프장 대표로 나와 우승한 적도 있다. 공병채 씨는 1985년에는 인천국제CC 대표 선수로 1993년에는 뉴서울CC 선수로 출전해 각각 개인전 우승을 달성했다. 태능CC 신국현 씨는 1971년과 72년에 이어 개인전 2연패를 이뤘다. 그밖에 창원의 양희태 씨(1996, 1998년), 김기수 씨(1973, 1987년)가 개인전에서 2승씩 달성했다.
클럽챔피언에 오른 고수들 클럽을 대표해서 나온 선수들은 속한 골프장의 명예를 걸고 참가한다. 클럽챔피언들이 나오는 이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기도 힘들지만, 대회에 참가하는 자체부터 일반 회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고수는 어떤 면면들일까? 1980년 여주CC에서 열린 13회 대회에서 남서울 대표로 출전해 개인전을 우승한 허광수 KGA회장은 2회 대회부터 99년 대회까지 무려 24번 참가한 최장 출전자다. 부친인 허정구 회장이 R&A회원이면서 남서울 오너였으니 젊은 시절엔 클럽 대항전을 당연하게 나가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가 하면 82년 남서울 대표로 출전해 개인전 우승한 이종민 씨는 클럽챔피언만 27번을 달성한 전설의 최고수다. 지난 74년부터 서울CC 대표로 3번, 남서울CC 대표로 9번을 합쳐 이 대회에는 총 12번 참가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이 대회라기 보다는 수많은 클럽챔피언 타이틀 획득이었다. 1976년 남서울에서 시작해 2000년 용평까지 모두 10곳의 국내 골프장에서 클럽챔피언을 24번 했고, 해외에서는 3번이나 올랐다. 이중에 남서울, 뉴코리아, 양지에선 4회씩, 한성에서 3회, 태광, 로얄(현 레이크우드), 서울CC에서 2회씩 세 곳이다. 한 번에 그친 곳은 관악(84년)과 인천국제(83년), 용평(2000년)이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세미아머CC에서 90, 91년,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스와니CC에서 95년도에 한 번 우승했다. 골프장만 보면 12군데에서 클럽챔피언을 획득한 게 된다. 지난해 한국오픈을 우승한 골프선수 장이근의 부친 장오천 씨는 1994년 우정힐스CC 클럽챔피언을 비롯해 국내외 골프장에서 총 21번이나 클럽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네 아들에게 모두 골프를 가르쳤는데 셋째(장재근)와 막내(장이근)가 KPGA프로다.
골프장 대항전의 미래 모습 2008년엔 전국 45개 골프장에서 출전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골프장팀대항전은 아쉽지만 매년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 올해 출전 골프장이 32개로 줄어든 데서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KGA에 가입한 골프장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이 대회의 확장성을 막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1박2일의 출전을 위해 골프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내부적으로도 클럽챔피언전을 치러서 대표를 뽑아야 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골프장 담당자들이 꺼려한다. 역사가 오래고 전통도 있는 이 대회가 100여 곳도 안 되는 KGA 회원사 골프장만 출전할 수 있는 현 시스템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여주CC 등 전통적으로 이 대회에 대한 열정이 높았던 골프장은 몇 년 전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이제 출전조차 못한다는 건 아이러니컬 하다. 전국에 골프장들이 500곳을 넘지만 왜 꼭 KGA회원사만 출전해야 하는가? KGA가 국내 골프를 이끄는 가장 큰 단체인 만큼 회원사가 아니더라도 대승적으로 전국 골프장들이 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두어야 한다. 연회비를 내는 회원사와 구분을 하고싶다면 이 대회에 참가하려는 비회원사 골프장과 선수들에게 해당 출전비를 받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모든 건 개방의 시장으로 가야 미래가 있고 발전이 있다. 남북, 북미 대화도 결국은 개방에서 발전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문호를 넓혀 국내 골프장 간 교류 문화를 선도하는 게 KGA의 역할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