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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챔피언스리그]클롭의 리버풀, 카리우스의 실수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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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장 로리스 카리우스의 잇달은 실책으로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사진=UEFA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2005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키퍼 예르지 두덱의 활약에 웃었던 리버풀이 2018년엔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책에 울었다. 2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리버풀이 레알 마드리드에게 1-3으로 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통산 13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전체적으로 리버풀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내내 커리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리버풀을 이끌었던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전반 일찍 부상으로 필드를 떠났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의 고의성 짙은 반칙으로 어깨 부상을 당했다. 더이상 뛸 수 없음을 직감한 살라는 울음을 터트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해결사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사라지자, 리버풀은 전반 끝날 때까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벼려온 '플랜 A'가 수포로 돌아가자, 리버풀 선수들은 리듬을 되찾지 못하고 허둥댔다. 다행히 공수에서 일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후반전 들어 리버풀은 다시 집중력을 되찾았다. 단 한 명이 집중에 실패했는데, 하필 그 한 명이 리버풀의 골대를 지키는 카리우스였다. 후반 6분, 쇄도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에게 패스를 차단 당하며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다.

유럽 축구의 최고봉이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걸맞지 않는 실수였다. 대신, 리버풀은 살라가 빠진 공격진에서 종횡무진하던 사디오 마네가 후반 10분 곧장 동점골을 터트렸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주도권을 내줬지만, 곧장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귀중한 득점이었다.

마네의 동점골로 경기에 다시 불이 붙자,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교체 카드를 던졌다. 라리가에서 시즌 막판 폼을 급격하게 끌어올렸지만, 이번 경기에 선발 출장하지 못한 가레스 베일이 이스코를 대신해 필드에 들어왔다.

교체 투입된 지 3분도 지나지 않은 후반 19분, 베일은 왼쪽에서 마르셀루가 올린 크로스를 환상적인 시저스 킥으로 골문을 뒤흔들었다. 지난 4월 4일,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터트린 시저스 킥과 유사한 득점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승기를 잡았다.

추격의 고삐를 당긴 건 다시 한 번 마네였다. 오른쪽에서 안쪽으로 드리블하다 감각적으로 시도한 슈팅이 골대에 맞았다. 운이 따르지 않은 슈팅이었지만, 리버풀에게 진짜 불운은 잠시 후 찾아왔다.

후반 38분,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상황에서, 베일이 돌파가 여의치 않자 먼 거리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속도는 위협적이었지만 골대 정중앙으로 향하는, 막아내기에 무리가 전혀 없는 평범한 슈팅이었다.

하지만 카리우스 골키퍼는 그 평범한 슈팅을 막아내지 못했다. 슈팅이 손에 닿는 순간까지, 주먹으로 쳐낼지 잡아낼지 선택하지 못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공을 향해 손을 뻗은 카리우스는 소위 '기름손'을 선보이고 말았다. 공은 카리우스의 손바닥에 맞고 미끄러지듯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 골 차를 뒤집기엔 남은 시간이 촉박했다.

경기 전부터 절대적인 열세로 점쳐졌던 리버풀이지만, 카리우스의 어이없는 두 차례 실수가 아니었다면 호각을 이룰 수 있는 경기였다. 심지어 일찌감치 에이스 살라가 교체 아웃 되었음에도 리버풀은 나름의 경기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조기 축구회에서도 보기 힘든 실수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미셸 플라티니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경기장 위 22명의 선수가 모두 완벽하다면 승부는 영원히 0-0이다'. 문제는 그 실수가 동료 열 명의 선수가 극복하기엔 용납하기 힘든 대형 실수였다.

결국 카리우스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울음을 터트렸고, 시상식에서 준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은메달도 차마 목에 걸지 못했다. 대신 경기장을 찾은 리버풀 팬들에게 연신 사과하며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 동료들도 납득이 되지 않는 실수 탓인지, 경기가 끝나고도 카리우스에게 선뜻 위로를 건네지 못했다. 전 세계의 리버풀 팬들도 카리우스가 야속하고 또 야속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물로 사과하는 카리우스에게, 이내 팬들도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결국 지구가 둥글고 축구공이 둥글 듯, 지구는 돌고 축구도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축구도 끝나지 않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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