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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113] ‘신페리오’는 ‘뉴피오리아’의 콩글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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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의 피오리아 시청. 이 시의 여론이 한 때 미국 전체 여론의 바로미터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퍼들마다 개인 핸디캡을 거의 가지지 않은 한국에서 아마추어 단체가 골프 대회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임시 핸디캡 방식은 ‘신페리오(New Perio)’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스펠링이 전혀 다른 ‘뉴 피오리아(New Peoria)’의 콩글리시다.

이 용어는 한국에서만 쓰이고 한국 골퍼들만 아는 단어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피오리아(Peoria)’라고 설명한다. 구글 사이트에서 페리오(perio)나 신페리오를 검색하면 골프존 사이트를 연결할 뿐 골프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영어사전을 검색하면 ‘신페리오’라고 설명되는데 ‘영어 사전’ 항목에서 골프존을 출처로 동일하게 설명한다. 심지어 미국식과 영국식 발음까지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밑으로 예문이 몇 개 있는데 애석하게도 ‘페리오 방식과 골프’를 연결하는 영어 예문은 없다.

영어 사전의 출처인 골프존에 취재한 결과 골프존은 ‘신페리오의 용어는 대한골프협회(KGA)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오철규 KGA사무처장은 “오래전 이 방식을 번역하면서 방식을 만든 사람이 페리오이거나 혹은 일본식 발음이 들어간 것 아닌가 싶다”면서 “잘못된 표기라면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8년 이전에는 제대로 피오리아였다"고도 말했다. KGA가 한국 골프를 대표하고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인 만큼 올바른 용어를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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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페리오 방식을 설명하는 네이버 화면.


그렇다면 피오리아는 어떻게 나온 말일까? 이 방식을 만든 사람이름일까? 아니다.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의 한 도시 이름이다. 인디언 부족 이름에서 유래한 이 지명은 미시시피 강의 지류인 일리노이 강 연안에서 1680년부터 형성된 전통있는 도시의 명칭이다. 피오리아를 옥스퍼드영한사전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피오리아: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작은 도시. 이곳 주민들의 여론은 미국 전 국민 여론의 전형으로 여겨짐.’

구글 위키피디아는 피오리아를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미국에서 피오리아는 전형적인 미국 도시로 여겨졌다. 인구 구성이나 지리상 ‘주류(main stream)’로 여겨지는 미국 중부의 문화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여론의 테스트 마켓으로 여겨졌다. 특히 1980~90년대 코미디언 샘 키니슨이나 밥 딜런, 메탈리카 등의 뮤지션들이 전국 순회공연을 여기서 시작하곤 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방송국들이 여기서 여론을 감지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구 변화로 인해 피오리아가 미국의 여론을 대변한다는 인식은 옅어졌다. 그 대신 아이다호의 보아스, 뉴욕의 알바니, 노스캐롤라이나의 그린스보로, 캘리포니아의 산타바바라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피오리아 방식이란 지명에서 유래한 골프 핸디캡 결정 방식을 말하는 것 같다. 단체 골프 행사에서 참가자가 모두 핸디캡 증서가 없기 때문에 간이 핸디캡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때 마치 피오리아의 여론을 표본으로 삼아 전체를 추정하듯 부분적인 홀 스코어를 바탕으로 전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인별 임시 핸디캡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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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골프협회에서는 신페리오로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피오리아 방식은 계산이 간단하다. 경기 위원이 핸디캡을 산출할 파의 합계가 24가 되는 6개 홀(18홀의 3분의 1)을 플레이어들 몰래 정한다. 경기가 종료된 후 이 6홀의 스코어를 각 개인별로 산출하고, 그것을 3배 해서 거기서 코스의 파를 뺀 것을 각 개인의 핸디캡으로 한다. 여기서 6개홀은 인-아웃 코스에서 두 개씩의 파3, 파4, 파5가 해당된다. 그리고 한 홀당 최대 스코어는 더블파까지만 계산한다. 쉽게 말해 18홀의 3분의 1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이들을 3배수로 하는 임의의 핸디캡을 만드는 것이다.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다. 골퍼의 6개 홀의 타수가 30타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30*3=90이고 여기서 72를 밴 18이 플레이어의 스코어에서 뽑아낸 핸디캡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6개의 홀만으로 플레이어의 핸디캡을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해서 나온 것이 임의의 홀을 두 배인 12개로 늘린 뉴피오리아(혹은 더블 피오리아) 방식이다.

뉴피오리아 방식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파4홀로 12개를 하기보다는 파3, 파5홀을 2개씩 동일하게 넣어서 48을 만든다)의 숨긴 홀을 선택하여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예컨대 파72이면 72)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하는 산정 방식이다.

이 역시 사례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12개 홀의 내 타수 합계가 60타다. 그렇다면 60*1.5=90이고 여기서 72를 빼면 18이 나온다. 여기서 80%을 곱하면(18*0.8) 14.4가 나온다. 이게 신페리오로 잘못 알려진 뉴피오리아 방식에서의 내 핸디캡 14.4가 나오는 산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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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A에서는 수정 피오리아 시스템을 간이핸디캡 시스템 범주에서 설명하고 있다.


USGA는 뉴피오리아가 복잡하다고 느꼈는지 요즘엔 ‘수정 피오리아(Modified Peoria)’시스템을 제시한다. 각 홀별 최대 타수를 제한한다. 예컨대 파3, 파4홀에선 3오버파까지만 계산한다. 파5홀은 4오버파까지다. 그리고 나온 6개 홀의 합계에 3이 아닌 2.8을 곱한다. 피오리아 방식에서 6개홀 타수가 30이라면 30*2.8=84이고 이를 코스의 파(파72)에서 빼면 핸디캡은 12가 나오게 된다.

한국은 보기 드문 골프 강국이다. 동남아에 단체팀이 가서 골프 대회를 열고 여전히 잘못된 용어인 신페리오 방식의 대회를 열고 있다. 이제는 영어권 국가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공통된 단어를 쓰는 게 좋을 듯하다. KGA와 네이버, 골프존도 올바른 용어로의 수정을 바란다.

이런 문제는 국내에 골프 핸디캡의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증처럼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공식 핸디캡을 가지고 골프를 시작한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공식 핸디캡이 있어야 게임이 가능한 스테이블 포드 방식을 일반 골퍼들도 흔히 사용한다. 유럽의 명문 골프장에선 공식 핸디캡 증명서가 있어야 라운드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뛰어난 선수가 많이 배출되는 만큼 우리 골퍼들도 자신의 핸디캡 증서를 가지는 건 필요하고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핸디캡 증서가 자동차 면허증처럼 골퍼에게 필수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2020년부터 ‘진(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 GHIN)’ 프로그램을 ‘세계 골프 주민등록증’으로 쓰기로 했다.

KGA는 올해 USGA와 계약을 맺고 핸디캡을 산출하는 진(GHIN)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KGA 소속 회원사 뿐만 아니라 골프 동호회나 골프장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최근 스마트폰에서 GHIN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골퍼도 있다고 한다. 누구나 골프면허증인 공식 핸디캡을 가진다면 '간이 핸디캡'인 뉴피오리아 방식은 없어질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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