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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PL] ‘굿바이 뱅거’ 왕위를 계승할 주인공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아르센 뱅거 감독이 아스날과의 22년 동행에 작별을 고했다. 아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아스날의 홈구장)을 떠나진 않았지만, 뱅거가 이끌 경기는 6경기 혹은 7경기(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고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오를 경우)만 남았다. 벵거의 퇴장은 위대한 시대의 종언이라 할 수 있다.

뱅거 감독이 사임을 발표한 직후, 아스날의 CEO 이반 가지디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임자 물색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시즌도 남은 만큼, 후임 인선 작업에 충분한 공을 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스날에서 뱅거 감독이 워낙 위대하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던 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보들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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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루이스 엔리케. [사진=바르셀로나 홈페이지]


# ‘명장’ 그룹 - 루이스 엔리케, 카를로 안첼로티

누가 와도 뱅거가 쌓아올린 입지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혼란을 수습할 가장 빠른 방법은 이미 커리어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장’을 데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아스날과 가장 유사한 축구를 한다는 바르셀로나 출신 감독이라면 금상첨화일 터.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가 아스날로 올 확률이 없다고 본다면, 남은 후보는 루이스 엔리케다.

14-15시즌, ‘MSN 라인(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즈-네이마르)’를 이끌고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엔리케는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쭉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애당초 엔리케는 안토니오 콘테의 후임으로 첼시로 가는 듯했다. 하지만 엔리케의 결정이 늦어지며, 인내심을 잃은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다른 후보로 눈을 돌렸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흘러나왔다.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다운, 소위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짧은 패스 축구의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티키타카에 얽매이지 않고, 직선적인 기동력도 중요시한다. 엔리케 감독의 그런 스타일이 프리미어리그의 격렬한 템포에 잘 녹아들 수 있다. 아스날의 피에르 에메릭-오바메양, 알렉산더 라카제트 등 날랜 선수들이 엔리케의 철학에 잘 맞을 것이다.

엔리케가 아니라면 카를로 안첼로티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비록 좋지 못한 끝을 맞았지만, AC밀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광스러운 시절을 보낸 감독이다. 이미 첼시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이력이 있기에 리그 적응 문제도 없다. ‘10번(플레이메이커)’ 선수를 활용하는 전술의 귀재인 안첼로티는 아스날의 에이스 메수트 외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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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의 독주를 막고 지난 시즌 리그앙 우승을 차지한 AS모나코의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 [사진=AS모나코 홈페이지]


# ‘육성 전문가’ - 레오나르도 자르딤, 율리안 나겔스만

명성 높은 감독 대신, 보다 ‘뱅거스러운’ 감독을 선임할 가능성도 높다. 장기 집권하며 구단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망주 발굴에 탁월한 성과를 냈던 뱅거 감독이었기에, 아스날은 새 감독 체제에서도 이런 운영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지난 16-17시즌, 프랑스 리그앙의 우승자는 ‘절대강자’ 파리생제르망(이하 PSG)이 아닌 AS모나코였다. 킬리안 음바페(현 PSG), 토마 르마, 파비뉴, 벤자민 멘디(현 맨시티) 등 전 포지션에 걸쳐 두루 뛰어난 선수들을 발굴한 결과였다. 이는 원석들을 발굴하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든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의 공이다. 그가 구사하는 전술 또한 빠르고 공격적이다. 프랑스 국적의 뱅거 감독 하에서 유지해온 ‘프렌치 커넥션’을 이어갈 수 있다.

독일 호펜하임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도 좋은 후보다. 87년생의 이 젊은 감독은 아스날의 현 주장 페어 메르테사커(84년생)보다도 어리다. 젊은 감독답게 드론을 포함한 첨단 과학 기술을 훈련에 접목하고, 선수들과 친구처럼 소통한다. 니콜라스 쥘레(현 바이에른 뮌헨), 나디엠 아미리 등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일가견이 있을 뿐 아니라, 전술도 변화무쌍하게 구사한다.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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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가 감탄할 정도로 전술적 재능을 인정 받고 있는 미켈 아르테타. [사진=맨체스터시티 홈페이지]


# ‘교수님의 제자들’ - 티에리 앙리, 패트릭 비에이라, 미켈 아르테타

뱅거 감독이 오래 지휘봉을 잡은 덕분에, 축구화를 벗고 감독 혹은 코치로 지내고 있는 제자들도 여럿이다. 감독 경험 혹은 빅클럽 경험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뱅거와 아스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기 없이 녹아들 수 있다. 팬들의 지지는 덤이다.

선수 시절, ‘아스날의 왕’으로 군림했던 티에리 앙리는 벨기에 국가대표팀에서 코치직을 수행 중이다. 감독으로 아스날에 돌아가는 것을 꿈꾼다고 수차례 언급해왔다. 감독 경험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물론 아스날로 돌아온다면 팬들과 선수들의 압도적인 충성을 받을 것이다.

아스날에서 전성기를 보냈고, 맨시티에서 선수 황혼기를 보낸 후, 맨시티 유스팀 감독을 거쳐 맨시티의 ‘계열사’인 뉴욕 시티의 감독을 수행 중인 패트릭 비에이라도 있다. 비록 유럽 명문팀 감독 경험은 없지만, 맨시티에서 단계적으로 지도자 훈련을 받았다. 뉴욕 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이번 시즌 미국 MLS 동부 리그 1위를 달리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비에이라와 마찬가지로 아스날을 떠나 맨시티 소속이 된 미켈 아르테타도 유력한 후보다.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코치직을 수행 중인 아르테타는, 감독 경험이 없음에도 이미 전술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스날에서 은퇴할 때, 이미 뱅거와 과르디올라가 아르테타를 코치로 선임하기 위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적도 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뱅거가 아닌 다른 감독이 지휘하는 아스날을 본 적도 없다. 22년이란 시간은 그런 세월이다. 누가 와도 어색하고, 웬만해선 성에 차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스날 감독은 매력적인 자리이고, 뉴스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의 새 안방마님이 곧 결정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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