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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택의 크로스카운터] 언니들의 챔피언, ‘간호사파이터’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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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MAX) FC 밴텀급 챔피언인 김효선이 1년여 만에 링에 오른다. 사진은 링 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오는 4월 21일(토) 전북 익산에서는 ‘간호사파이터’ 김효선(39)이 오랜만에 링에 오른다. 그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MAX) FC 밴텀급 챔피언이다. 또한 가천대길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18년차 현역 간호사이기도 하다.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등으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중증 외상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외상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하며 중증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급박한 순간부터 치료를 완료하고 무사히 퇴원하는 순간까지 모든 치료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회복 상태를 관리한다.

생명이 오가는 매순간을 지켜보며 그녀는 누구보다 삶의 소중함과 인생의 가치에 대해서 절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녀의 격투기도전은 이러한 근무 환경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 “순간을 즐기고 후회 없이 살아가자”고 외치는 당당한 그녀에게 운동 외에도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현실, 적지 않은 나이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그녀의 배경 때문에 김효선은 누구보다 강인한 챔피언의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김효선이 경기에 오를 때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간호사파이터 팬클럽’이 그녀를 따른다. 종합격투기와 입식격투기를 막론하고 이렇게 대규모 팬클럽이 직접 티켓을 구매해서 경기장을 찾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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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복장으로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두른 채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효선.


그녀를 따르는 팬들은 다른 격투 마니아와는 조금 다르다. 심지어 격투기 전문 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왜냐하면 김효선 팬의 대다수는 병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선후배 간호사,관련 분야 종사자, 환자, 심지어 그녀를 보며 열광하는 체육관의 아줌마 부대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아바타가 되어 링 위에 오르는 것이다.

김효선은 지난해 챔피언 방어전을 앞두고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미 서른 후반을 훌쩍 넘긴 나이, 늦게 시작한 운동이기에 회복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도 조금씩 ‘은퇴’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변의 우려를 비웃듯이 1년여 만에 링 위로 복귀한다. 3교대의 치열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재활과 훈련을 병행하며 이를 악물고 끝내 복귀에 성공했다.

”왜 그렇게 링 위에 오르냐구요? 내 맘이니까요!” 깔깔깔 웃어 보이는 김효선의 자신감 안에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 이호택은 국내 종합격투기 초창기부터 복싱과 MMA 팀 트레이너이자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국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격투 이벤트의 기획자로 활약했다. 스스로 복싱 킥복싱 등을 수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마케팅홍보회사 NWDC의 대표를 맡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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