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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오거스타 통신] 마지막날 승부 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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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포츠팀(미국 오거스타)=남화영 기자] 대학입시를 치르는 전날 어떤 이는 잘 자고 어떤 이는 잠을 설친다. 잠이 다음날 시험에 영향을 주는지 아직 검증된 바는 없으나 다들 안다. 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을 선수는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어떤 품질의 잠을 자느냐가 결정한다고 예측하는 건 어떨까?

마스터스닷컴은 8일(한국시간) ‘불면의 밤들(Restless Nights)’이라는 칼럼을 게재하고 역대 챔피언들로부터 챔피언을 가르는 결정 요인 중에 숙면을 다뤘다. 마스터스에서 6번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는 “10시간 자면 이만큼, 9시간은 저만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치 예전 대학 입시에서 돌던 ‘몇 시간 자면 붙고 몇 시간은 떨어진다’는 속설과 비슷한 뉘앙스였다.

마스터스 우승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얼마나 좋은 컨디션이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걸 결정하는 요소는 전날 밤 잠의 품질이다. 특히 선두권에 있는 선수들은 머리를 베개를 대고 누워도 수만가지 생각이 오가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1984년과 1995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벤 크렌쇼는 “설명하긴 어렵지만 메이저 우승은 호된 시련을 겪는 제사의식 같은 것”이라면서 “마스터스는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데 오거스타 내셔널은 가장 챌린징한 코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적으로 수많은 충동과 도전에 접하는 코스이기 때문에 각 상황에 임하는 선수의 컨디션과 마음 상태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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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마지막날은 전날 밤 잠자리가 중요하다. [사진=마스터스닷컴]


마스터스에서 3승을 거둔 게리 플레이어는 “잘 자는 친구가 우승에 가장 좋은 찬스를 가진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오간다. 역사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훌륭하고 찬스가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3라운드 뒤의 밤은 가장 힘든 밤이다.”

1976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자인 레이몬드 플로이드는 “매번 잘 잤다”면서 “한 타차로 리드할 때도 그랬던 것 같으니까 그래서 적어도 내겐 압박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건 타고나는 것이다.

2승을 거둔 톰 왓슨은 54홀 선두를 두 번 겪었다. 1977년에는 벤 크렌쇼와 공동 선두, 1981년에는 단독이었다. “첫번째 선두였을 때가 더 힘들었다.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두 번째는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게리 플레이어는 “몇 개의 운이 필요한데 잠이 그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1961년 아놀드 파머가 마지막 홀에서 좌절하면서 자신이 우승했을 때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잘 자는 선수가 우승에 가까운 것이다. 더 많이 잘수록 더 좋다. 컨디션에 큰 영향을 끼친다. 호흡이 중요하고 명상은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것들이 마스터스의 경쟁 상황에 영향을 준다.”

잭 니클라우스의 자서전 <마이 스토리>에서도 ‘중요한 라운드 전에는 잠을 잘 잤다’고 적었다. 니클라우스는 마스터스에서 13번 선두에 있었고, 그중에 5번(1963, 65, 66, 71, 72년)은 3라운드를 마친 뒤였다. 니클라우스는 찰스 쿠디가 우승한 71년만 빼고 모두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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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를 3타차 선두로 마친 패트릭 리드가 경기후 인터뷰하고 있다.


게리 플레이어가 1975년 마스터스에서 잭 니클라우스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줄 때가 인상적이었다. 플레이어가 “내 전성기에는 일요일 전날에 잠을 푹 잤는데 어젠 안 그랬다”고 말하자 니클라우스가 말했다. “그 점에서 저는 행복했죠. 베개에 대자마자 바로 뻗었어요.” 플레이어가 말했다. “한 밤중에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마스터스 4승을 거둔 아놀드 파머는 14번을 선두에 있었고, 그중에 5번이 3라운드를 마친 뒤의 선두였다. 1958년 첫승을 시작으로 60, 62, 64년은 모두 우승으로 이어졌다. 1959년은 파머가 선두였으나 아트 월이 마지막 날 6언더파 66타로 너무 잘 쳐서 그린재킷을 넘겨주어야 했다.

“내가 리드하고 있을 때는 토요일밤 같은 기분이었다. 긴장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3라운드 때는 내가 충분히 피곤해 있어야 했다. 9시나 10시쯤 TV를 보다가 잠들어서 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났다. 오후 티타임이어도 그랬다. 일어나 어떻게 긴장감을 풀어주는가가 관건이다. 가끔은 사업 서류를 검토하기도 했다. 요점은 대회에 너무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다가올 라운드를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신경의 이완이 아주 중요했다.”

그린재킷을 4번 입은 타이거 우즈는 숙면을 취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1997년 3라운드를 마치고 9타차로 앞서 있던 상황에서 그는 9시간을 잤다. 그게 첫 우승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많은 것들이 오갔고, 부모님, 찰리 시포드, 리 엘더와 같은 (흑인 선수)선구자들이 밟아온 길이 떠올랐다. 집중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내 자신을 즐기고 싶기도 했다.”

2015년 챔피언 조던 스피스는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하기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2014년과 2016년에는 준우승자로 선두권에 있었다. 2015년에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거뒀지만 압박감이 높았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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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3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2라운드를 마치고 어떻게 쉬어야 할지가 가장 어려웠다. 5타를 앞서 있었다. 2014년에는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잘 못잤다. 마지막날 아침 7시에 일어났을 때부터 벌써 마음은 코스에 나가 있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다르게 했다. 밤 10시 넘어서 TV를 끄고 잠을 청했다. 물론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누워서 편한 상태로 있으려 했고 곧 잠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땐 몸이 가뿐해 있었다. ‘그래 내가 잘 자려했구나’ 생각했다. 그건 뭘 할 수 있다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였다.”

아마도 그런 감정이 마스터스 3라운드 선두에 오른 선수들이 가져야 할 마음일 것이다. 긴장을 이완시키는 노력이 우승이라는 또 다른 감정을 맞이하는 마중물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그린재킷의 녹색 실오라기는 전날 밤부터 꿰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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