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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제주UTD에도 봄이 찾아올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지난 4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지난 10여 년 간의 긴 겨울을 거쳐, 깊은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민들에게도 봄이 찾아온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제주를 연고지로 하는 축구팀, 제주UTD(이하 제주)에게는 매서운 겨울이 찾아왔다.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날 제주는 일본 오사카 얀마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 AFC챔피언스리그(이하 ACL) G조 조별예선 5차전에서 세레소 오사카에 1-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시즌 제주의 성적은 지난 시즌에 비해 처참한 수준이다. 먼저 K리그에서는 1승1무2패로 8위에 머물러있다. ACL에서는 1승4패로 조기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제주는 지난 시즌 K리그 준우승 팀이며, ACL도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하여 자존심을 지켜냈던 팀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우뚝 올라섰던 제주가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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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UTD 스리백의 주축인 김원일. [사진=제주UTD]


어설픈 스리백

스리백은 현대축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과거의 스리백과는 달리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스리백의 왼쪽, 오른쪽에 위치한 수비수들은 좌우로 크게 벌려 전진하면서 윙백이 공격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측면 돌파와 크로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스리백의 중앙에 위치한 수비수는 중앙에 빈 공간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전진한다. 전진한 후 슈팅을 시도하기도 하며, 전진으로 상대 수비에 균열이 간 틈을 타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기도 한다. 스리백을 자주 가동하는 첼시, 토트넘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들 모두 이렇게 공격적인 스리백을 사용한다.

반면 제주는 시대를 역행하는 어설픈 스리백을 쓰고 있다. 오반석, 조용형, 권한진, 김원일 등이 주로 스리백의 일원으로 나서고 있는데 모두 움직임이 정적이다. 미드필더와 윙백이 전진한 공간을 능동적으로 메우지 못하니, 미드필더와 스리백 사이의 공간이 벌어져 쉽게 위기에 노출된다. 결국 수비진의 숫자가 많음에도 쉽게 골을 허용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와의 경기에서도 두 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상대는 쉽게 패스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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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제주UTD의 조성환 감독. [사진=제주UTD]


공격력 약화

물론 모든 것을 수비진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앞선의 무게감이 급격히 떨어진 것도 스리백 불안의 큰 원인이다. 먼저 지난 시즌 측면을 지배했던 안현범이 군입대했다. 이에 측면 공격이 주 공격 루트였던 제주의 공격력이 크게 약화됐다. 최전방을 책임졌던 멘디는 태국으로 떠났고, 대체자인 찌아구, 호벨손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다소 단조로웠던 제주 공격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던 윤빛가람 역시 군에 들어갔다. 실제로 제주는 골 자체를 많이 넣지 못하고 있다. ACL 5경기에서는 그나마 많은 6골을 넣었지만, 리그에서는 4경기 1골이라는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듯 공격수와 미드필더진의 무게감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앞선에서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지 못하다 보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스리백의 수비수들이 떠안게 되었다.

변화가 필요하다

계속된 부진에도 조성환 감독은 스리백을 고집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어설픈 스리백은 오히려 팀에 독이 될 뿐이다. 구단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 겨울 훌륭한 성적을 냈던 조성환 감독과의 재계약 과정이 길어지면서 선수단은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그 준우승에 팀에 걸맞는 전력보강도 없었다. 그렇기에 확실한 비전과 다가오는 여름 이적 시장에서의 전력 보강은 필수다.

제주는 여전히 저력이 있는 팀이다. 단, 현재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제주도민들과 함께 제주에 찾아온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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