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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아의 차이나는 골프] (8) ‘그때 그때 달라요’ 중국식 국가대표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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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 열린 중국 주니어골프대회의 모습. 광저우 포이즌 골프클럽의 10번홀이다.


이번 주는 박인비 프로가 오랜만에 우승(개인통산 19승째)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미LPGA에서 시즌 초반 미국선수들의 기세(3승)가 강했는데, 이제 ‘최강’ 한국선수들이 제대로 반격(2승)에 나선 느낌입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다른 나라선수들을 가르치는 경우, 한국선수들의 선전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더욱 후배들을 응원하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조금은 혼란스러운 중국의 국가대표 선발과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관계로 중국은 연초부터 국가대표선발전이 한창입니다. 올림픽은 프로선수들이 출전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만 참가한다는 사실 정도는 다 아시죠? 중국은 예전 한국처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성적에 목을 맵니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중국 여자골프는 한국, 태국, 일본 등이 강하니 금메달까지는 아니더라도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죠. 지난해 퀸 시리키트 대회(아시아-태평양 여자아마추어골프 팀선수권)에서 제가 지도한 중국이 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까닭에 기대치가 높아져 좀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이 중요한데요. 당초 총 8명의 대표선수를 뽑고, 아시안게임 직전 4명의 최종멤버를 확정하기로 했죠. 8명의 선수는 세계랭킹 등을 고려해 협회가 2명을 우선선발하고, 1, 2차선발전에서 각각 3명씩 뽑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차선발전에서 2명만 뽑았고(현재 7명), 4월초 다시 3차 선발전(무려 8라운드)을 열어 3명을 추가로 발탁하기로 했습니다. 총 10명의 대표선수를 뽑는 것이죠.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 중 몇몇이 중국골프협회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있는 특정 중국선수에게 유리하도록 2월 싱가포르 대회(Women’s Amateur Asia Pacific)를 선발전에 포함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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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PGA투어 Q스쿨 1~3위 선수들. 가운데가 1등을 차지한 타니아 레브젝, 오른쪽이 2등한 장유, 왼쪽이 치프 팽. 팽은 최근 동남아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골프 리얼리티 프로그램 '신데렐라 스토리'에 출연하고 있다.


좀 어수선하죠. 어떻게 보면 이게 중국식입니다. 사실 지난해 퀸 시리키트 대회 선발전도 비슷했습니다. 프로대회에서 우승한 특정선수에게 유리하도록 난이도를 더 높이는 등 애를 썼고, 우여곡절 끝에 해당선수가 선발됐죠. 그런데 이 선수가 시리키트 대회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으니 성적을 중시하는 중국에서는 오락가락 선발전이 되려 ‘잘한 일’이 됐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중국선수들은 이런 과정을 다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한국 같으면 난리 났을 텐데 말이죠. 그만큼 아직 국가 주도 분위기가 강합니다. 최근에는 중국골프협회가 독립된 사단법인으로 분리하면서 협회행정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중국은 '국가체육총국소고운동관리중심'이 골프를 담당합니다. 우리식으로 하면 ‘중국체육총국의 작은공스포츠관리센터’인 셈인데요, 여기서 골프 볼링 당구 세팍타크로 럭비 크리켓 스쿼시 보치(잔디에서 하는 이탈리아식 볼링) 등 8개 종목을 관장합니다. 골프가 커지면서 따로 독립해 나온 것이죠.

어쨌든 중국 국가대표는 12~3월까지는 소집훈련이 없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선수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중국여자프로골프 투어는 만 16세부터 Q스쿨에 도전할 수 있는데요, 제가 개인지도를 하고 있는 장유 선수를 비롯해 1, 2차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대거 Q스쿨에 응시했고, 대부분 통과했죠. 이에 아마추어를 포기하고, 프로에 간다는 사인을 한 선수도 나왔죠. 그런데 갑자기 3차 선발전을 한다고 하니, 아쉬워하는 선수들이 생긴 겁니다.

저는 Q스쿨을 통과한 장유 선수에게 “아직 나이가 어리니 좀 더 두고 보자. 프로를 할 거면 중국투어에 뛰는 것보다 한국의 2,3부나 미국 대학 등 더 좋은 기회가 많다”고 충고했습니다. 장유 선수는 CLPGA 투어에 가지 않았고, 마침 3차 선발전이 열린다는 발표가 나와 지금은 3차선발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두모한이라는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안게임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면 가장 좋고요, 만일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도 다른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턱이 높지 않은 CLPGA Q스쿨은 내년에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죠. 중국골프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대표선발 등 시스템도 곧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헤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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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 선수의 스윙 모습. Q스쿨을 2등으로 통과하면서 장유가 쓰고 있는 한국 샤프트 브랜드(오토파워)도 조금 홍보가 됐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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