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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리가] 돌풍의 주인공, ‘산골 마을’ 에이바르를 주목하라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바르셀로나가 18일 새벽 스페인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에서 열린 에이바르와의 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리그 최강’ 바르셀로나의 승리는 흔한 일이지만, 경기 내용은 사실 에이바르가 더 나았다.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의 환상적인 활약과, 에이바르의 파비안 오렐라냐의 퇴장 악재가 승부를 갈랐을 뿐, 전체적인 경기력은 에이바르의 우위였다. 심지어 에이바르는 퇴장 이후 10명으로 싸웠음에도 11명의 바르셀로나를 여전히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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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지방 산간지대에 위치한 에이바르의 홈 구장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데 이푸루아. [사진=에이바르 홈페이지]


바스크의 산골 촌놈, 에이바르


에이바르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 기푸스코아 주(州) 에이바르 시(市)를 연고지로 하는 클럽이다. 에이바르 시는 우리나라 강원도 산골을 떠올리게 하는, 인구가 채 3만 명도 되지 않는 산골 동네다.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프 누가 수용 인원 9만 9,354석인데 반해 이푸루아의 수용 인원은 고작 5,250명에 불과하다.

바스크 지방에 대표적인 축구 클럽은 두 팀이 있다. 바스크 민족 혈통이거나 바스크 지방에서 나고 자란 선수만이 그들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바스크 순혈주의’를 지금도 고집하는 아틀레틱 빌바오(이하 빌바오)와, 그들의 라이벌이자 국내 팬들에게는 이천수가 뛰었던 팀으로 유명한 레알 소시에다드다.

이 두 팀은 스페인 라리가의 오랜 중견 강호로 군림했다. 하지만 에이바르는 14-15시즌이 그들의 첫 1부 리그였을 정도로 작은 규모의 팀이다. 빌바오나 레알 소시에다드도 에이바르를 지역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어린 선수들을 임대 보내고 경험을 쌓게 하는, ‘지역 하위 구단’쯤으로 여겨왔다.

실제로 리버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을 거치며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했던 사비 알론소(은퇴)도 레알 소시에다드 시절 에이바르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현 맨체스터시티의 에이스 다비드 실바 또한 에이바르 임대 경험이 있다.

에이바르가 13-14시즌 세군다리가(스페인 2부 리그) 1위에 올라 역사상 첫 승격을 확정지었지만, 스페인 축구협회는 에이바르가 1부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추가 재정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이때 알론소와 실바를 필두로 각계각층에서 후원금이 줄을 이었고, 에이바르는 당당히 1부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다.

이듬해 14-15시즌, 그들은 18위를 기록하며 한 시즌 만에 강등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13위였던 엘체가 재정난으로 대신 강등을 당하며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다음 15-16시즌 14위를 기록한 에이바르는 지난 16-17시즌 10위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24라운드 현재, 이 산골 청년들의 순위는 7위, 바스크 지방에서 가장 높은 순위(빌바오 13위, 레알 소시에다드 15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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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르를 이끌고 인상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호세 루이스 멘딜리바르 감독 [사진=에이바르 홈페이지]


압박+점유, 그리고 끈질김. 에이바르의 돌풍 공식

연고지 인구 2만 7,000여 명, 부자 구단주도 없는 팀이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를 가질 리 없다. 그럼에도 에이바르가 리그 7위라는 돌풍을 일으킨 것은 호세 루이스 멘딜리바르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열정이 낳은 결과다.

지난 바르셀로나 전에서 보여줬듯, 에이바르의 전술은 격렬한 전방 압박과 빠른 빌드업으로 대표된다. 상대의 중원이 편하게 패스하지 못하게 달려들어 괴롭힌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의 이반 라키티치와 파울리뉴는 경기 내내 에이바르의 과격한 압박 템포를 견뎌내지 못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잔뜩 끌어올린 수비라인도 특징적이다. 라리가의 대부분 팀들도 짧은 패스 축구를 위해 라인을 높게 가져가는 편이다. 하지만 에이바르는 압박을 위해 보다 더 전진하고, 바르셀로나 같은 강팀을 상대로도 라인을 내리지 않는다.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은 필연적으로 배후에 대한 위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에이바르의 수비진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끈질긴 수비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낸다. 2017년 11월 14일,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맹활약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세르비아 출신의 마르코 드비트로비치가 지키는 골문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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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평가전에서 활약으로 주목 받은 세르비아 국적의 골키퍼 마르코 드미트로비치. 그는 에이바르의 수문장이다. [사진=에이바르 홈페이지]


에이바르 축구의 매력


소위 ‘슈가 대디’로 불리는, 돈 많은 구단주가 없는 중소 클럽의 패턴은 비슷하다. 인상적인 전술과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 덕분에 괄목할 성적을 이뤄낸다. 그리고 핵심 선수들, 혹은 아예 감독이 보다 더 큰 클럽으로 떠난다. 팀은 중심을 잃고 다시 약소팀으로 떨어진다.

에이바르도 그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언제 다시 하부리그로 돌아가, 산골의 그저그런 축구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그들에게 실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미 에이바르는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거대한 투자나, 뛰어난 개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사회를 밑거름 삼아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세계적인 빅클럽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결과도 남긴다. 이는 축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에이바르가 이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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