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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 프로 2년 차 ‘중고신인’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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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프로 적응을 마친 2년차 선수들이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매 시즌 K리그의 입문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수원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우선지명을 제외하곤 단 한 명의 대학 선수도 선발하지 않았다. 취업 문턱을 넘으면 더 큰 벽이 기다리고 있다.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경쟁은 더욱 치열한 것이다. 물론 지난해 김민재(22 전북현대)가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그를 제외하곤 뚜렷하게 경쟁을 확실히 이겨낸 신인은 몇 없다.

새 얼굴들이 큰 인상을 주지 못한 것도 한몫한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엇비슷한 실력이라면 노련한 선수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기 때문에 신인은 개인의 능력 이외에 환경 및 상황이라는 변수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묵묵하게 기다린 끝에 주어진 기회. 여기서 경험이 차이를 갈린다. ‘한 건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묶이기 시작하면 아무런 소득 없이 피치만 열심히 밟은 것이 고작인 맹탕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대부분의 1년 차가 이렇다.

1년 차와 2년 차의 차이는 꽤 크다. 프로 짬밥(경력)을 먹은 선수는 ‘경험’이라는 무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1년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냐’고 반문한다면 얼마 전 열린 AFC U-23 챔피언십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소속팀에서도 충분히 선수 파악이 된 뒤이기 때문에 감독의 선수 기용에도 차이가 생긴다. 서두가 길었다. ‘중고신인’ 프로 2년 차에 괜찮은 자원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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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은 단신이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제주UTD 김현욱

김현욱(23)의 지난해 출장 기록은 단 3경기. 그의 피치 밟은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기억하는 팬들이 있다면 그의 웃픈(웃기고 슬프다) 데뷔전일 것이다. 지난해 32라운드 제주UTD와 광주FC의 경기는 폭우로 그라운드가 수영장(?)으로 변신했는데, 160cm의 작은 김현욱이 중원에서 물에 잠길 듯 첨벙 첨벙거리며 이곳저곳을 열심히 누볐다.

프로필상 신장은 160cm. 참 작다. 이 콤플렉스를 생각의 속도로 극복한다.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날카로운 왼발과 함께 공격지향적인 모습을 뽐낸다. 그의 통통 튀는 성격은 그라운드에 그대로 묻어 나온다. 지난해 11월 상하이 선화와의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김현욱은 프리킥 골을 넣고 카를로스 테베즈 앞에서 공중제비 세레머니를 펼쳐 많은 팬의 웃음을 자아냈다.

올 시즌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활약한 권순형과 이창민이 건재하다. 여기에 신인으로 한양대 후배 이동희까지 가세했다. 여름만 되면 체력 문제로 고생하는 제주이기 때문에 다양한 카드가 쓰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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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상호는 올 시즌 광주FC를 K리그 원으로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광주FC 나상호

나상호(22)은 기대보다 다소 늦게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첫 선발전의 임팩트는 강했다. 교체 출전으로 예열을 마친 뒤 지난해 8월 말 첫 선발 경기인 전북현대 전에서 본인의 장기인 스피드를 내세워 골까지 기록했다. 이후에도 조금씩 그라운드를 밟으며 순간순간 번뜩이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나상호의 프로 첫해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금호고(광주FC U-18)-단국대에서 보여준 폭발력을 모두 보여주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첫 해 아쉬움이 컸던 만큼 올 시즌 준비는 다부지다. 송승민, 김민혁, 조주영, 임선영이 빠진 광주의 공격진에 도전장을 내민다. 가장 뚜렷한 목표인 올해 2018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있어 중요한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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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아쉬움을 털어내고 새 시즌을 시작하는 이동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부산아이파크 이동준

지난 시즌 이동준(21)은 다사다난했다. 눈앞에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출전을 놓쳤다. 주장으로 늘 이름을 올렸지만, 사령탑이 교체된 이후로 대표팀 명단에서 멀어졌다. 프로에서의 활약에서도 미비했다. 1군보다는 주로 R리그의 피치를 밟은 날이 더 많았다.

이동준 얼굴은 시즌 말미에서야 볼 수 있었다.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잇따라 골을 기록하며 본인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골 장면에서 본인의 장점을 그대로 보였다.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 숭실대 시절에도 그가 뛰기 시작하면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파울뿐이었다. 다소 단조롭다는 평도 있지만 그의 장기인 스피드를 잘만 살린다면 이만한 정통윙어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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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울산의 미드필더진에서 주전 도약을 노리고 있는 한승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울산현대 한승규

한승규(22)는 울산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지난해 입단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출발도 좋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들어서자 조금씩 경쟁에서 밀렸다. 시즌 막바지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으나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엔 다소 부족했다.

그는 프로에서의 아쉬움을 대표팀에서 달랬다. AFC U-23 챔피언십에서 팀 경기력은 아쉬웠으나 한승규 개인의 경기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볼란치에서보다 한 단계 전진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을 때 결승골을 기록하는 등 유일하게 호평을 받았다. 과거 연세대에서 보여준 공격 성향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다가오는 시즌, 소속팀에서의 전망은 밝다.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U-23 규정 내에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 포지션에서는 박용우, 이동경, 장성재, 이상헌 등이 경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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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욱은 지난 시즌 벨기에에서 다진 경험으로 한층 성숙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FC서울 황기욱

황기욱(22)은 서울이 꽤 공 들여 키운 오산고 출신이다. 대학 무대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성했지만 프로 첫 해는 쉽지 않았다. 팀 전체가 자주 흔들렸고, 중심에는 오스마르라는 큰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주로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후반기엔 벨기에로 눈을 돌렸다. 임대로 간 벨기에 2부 AFC투비즈에서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경험치를 쌓았다. 그 덕에 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도 참여했지만, 경기 도중 갈비뼈 부상으로 이탈했다.

황선홍 감독은 다가오는 시즌 ‘리빌딩’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이 변화 안엔 황기욱이 당연히 속해 있다. 게다가 핵심 선수였던 오스마르가 J리그로 이적하면서 변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남FC에서 정현철을 데리고 오긴 했으나 동기부여가 확실히된 황기욱도 베스트11에 도전장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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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호는 지난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매탄고 출신 스타 탄생을 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삼성 윤용호

윤용호의 데뷔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2017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 원정 경기에 교체 투입되어 정신도 차리기도 전에 경기를 마쳤다. 이 경기에서 윤용호는 특유의 설렁설렁 대는 폼 때문에 많은 비난도 받았다.

17라운드가 지난 뒤 오랜만에 잡은 출전 기회. 이번엔 선발이었다. 29라운드 전남을 다시 만났다. A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멀티골로 얻은 자신감을 그대로 이어갔다. 전반 16분 만에 오른발로 자신의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장점을 뽐내기엔 역시 시간이 부족했다. 수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엔 조금 노련(?)해지려 한다. 골문 앞에서의 침착성도 뛰어나지만, 순간 타이밍을 뺏는 터치가 남부럽지 않다. 산토스가 나간 자리를 바그닝요가 채워 쉽진 않다. 팀이 리그, FA컵, ACL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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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에서 임찬울은 지난 시즌 입단한 신인 중 유일한 생존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강원FC 임찬울

임찬울(24)은 팀에서 지난 시즌 영입된 신인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임찬울을 제외하고 모두 임대 및 이적을 통해 강원을 떠났다. 임찬울은 지난 시즌 동계에서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리그 때까지 출전을 이어갔다.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18경기 2골 2도움. U-23 규정의 덕을 봐 선발로 출전했지만 후반에 곧바로 교체 아웃되는 상황이 여럿 연출됐다. 전반 45분이 자신의 한정된 출전 시간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급급했다.

다가오는 시즌은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기존의 김승용, 김경중을 비롯해 새로 영입된 서명원, 정석화까지. 더불어서 U-23 규정의 혜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임찬울은 한양대 시절 보여준 폭발력 있는 득점력이 터져줘야 생존할 수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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