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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역사상 단 한 명의 골프천재, 보비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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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슬램 4개의 우승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보비 존스.


골프 역사에 천재가 있었을까?

‘천재는 1 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벤 호건과 같은 골프 영웅들은 모두 99%의 땀으로 만들어진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연습장에서 흘린 땀으로 최고의 골퍼가 되었다.

그런데 진정한 천재라 하면 99퍼센트의 재능과 1퍼센트의 노력으로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연습을 하지 않아도 타고난 재능으로 한 세대의 최고가 된 골프 천재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보비 존스(1902~1971)이다.

스윙 레슨을 받지 않았다

미국 최초의 골프 영웅 월터 하겐이 나타난 이후 유명한 프로골퍼들은 모두 캐디 출신이었는데 존스는 애틀란타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집은 최고 명문 골프장인 이스트레이크 컨트리 클럽 13번 홀의 그린 옆에 있었다. 이스트레이크 컨트리 클럽은 매년 미 PGA투어의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을 개최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존스의 아버지는 변호사였는데, 골프를 사랑하는 주말골퍼였고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스코트랜드에서 이민 온 헤드프로 스튜어트 메이든이 존스의 선생이었는데 그는 스윙 이론이나 테크닉을 한 번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립 잡는 방법을 가르친 후 공을 있는 힘껏 강하게 치라고만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존스는 선생이나 클럽 고수들의 스윙을 흉내 내어 따라 하면서 자기의 스윙을 만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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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보비 존스의 스윙 모습.


골프보다 학교공부가 더 중요했다

존스의 아버지는 골프보다 학교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쳤다. 골프가 치고 싶으면 학교에서 돌아와 숙제를 빨리 끝내야 했다. 6세 때 동네 골프시합에 나간 이후 28세인 1930년 아마추어 선수로 은퇴할 때까지 골프 때문에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존스는 조지아텍 공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애틀란타 최고 명문대학인 에모리 대학의 법대에 들어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수재였다. 명문 대학을 세 곳이나 졸업한 보비 존스가 골프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방학뿐이었다.

존스는 1923년 21세 때 US 오픈에서 우승하여 첫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받아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존스는 US 오픈 4회, 디 오픈 3회, US 아마추어 5회, 브리티시 아마추어 1회 우승하여 프로 메이저 7승, 아마추어 메이저 6승을 달성했다. 1930년 한 해에 디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US 오픈, US 아마추어를 모두 석권하는 당시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을 때도 그는 변호사로 일하는 중이었다. 존스는 그랜드 슬램 이후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가족, 직업 그리고 골프

1923년 US 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에게 우승을 빼앗긴 프로 골퍼들의 자존심이 조금 상했었는데, 1926년 US 오픈에서 존스가 다시 우승하자 프로골퍼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 직업으로 골프만 치는 프로들이 방학에 연습하는 파트타임 아마추어 골퍼에게 패배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 이후 US 오픈 때마다 월터 하겐, 진 사라센 등의 프로골퍼들은 존스의 우승을 저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1929년, 1930년 연속 우승하는 존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1930년 존스의 은퇴 발표가 프로골퍼들에게 얼마나 좋은 소식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존스는 자기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첫째 가족이고, 둘째 직업, 셋째 골프였다고 말했다. 보비 존스 같은 골프 천재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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