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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2018년 골프 관심사 2위는 타이거, 1위는 라이더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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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라이더컵 대회의 로고.


미국의 골프 미디어가 선정한 2018년 골프의 주요 관심사 중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타이거 우즈의 컴백이 아니라 미국의 라이더컵 승리 여부였다. 2년 마다 열리는 라이더컵의 2018년 대회(42회)는 오는 9월 25 ~ 30일 프랑스 파리의 르 골프 나쇼날에서 열린다. 라이더컵의 우승트로피는 높이 43cm에 무게가 2kg 안 된다. 그런데 이 작은 순금 트로피는 골프 최강국의 지위와 그들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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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의 우승트로피.


최고의 골프 이벤트
한국의 골프팬들은 미국과 유럽 간의 단체전인 라이더컵과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이 대회는 현존하는 모든 골프 대회 중에서 가장 인기 있고, 또 큰 수익을 올리는 대회이다.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을 기억한다면, 라이더 컵은 규모 면에서 프레지던츠컵의 10배쯤 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더무 과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대회장의 응원 열기와 긴장감은 100배쯤 된다. 개회식과 폐회식이 성대하게 열리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필자는 많은 메이저 대회와 PGA 대회, 그리고 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을 관람했다. 이런 필자에게 만일 단 한 번의 골프대회 관람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라이더 컵을 선택할 것이다.
필자는 2012년 시카고 라이더컵을 참관했는데, 골프 대회도 야구처럼 응원하고 흥분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거대한 텐트 앞에 줄을 섰다가 입장했는데, 안에서 보니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이 족히 1,000명은 휠씬 넘었다. 계산대도 50개가 넘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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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시카고 대회의 기념품 판매 텐트 안.


개인전보다 더 재미있는 단체전
개인전인 골프 경기에서 단체전이 이렇게 큰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관중이 게임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5만 명의 관중이 반으로 나뉘어서 자기 팀을 응원하기 때문에 함성소리는 야구장을 방불케 한다. 1번 티에서 티샷을 하는 선수들은 골프 특유의 조용함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응원가를 부르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자기 응원단의 합창소리를 들으며 티샷을 하는 선수들의 긴장감은 메이저 대회 4라운드의 챔피언조 선수보다 훨씬 크다. 심장이 약한 선수는 1번 티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을 하기도 했다.
라이더컵 인기의 또 다른 이유는 1927년 제1회 대회를 시작한 이후의 역사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사이에 골프 최강국을 가려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던 라이더컵은 1983년까지 사실상 미국의 독주였고 관중이 거의 없는 대회였다. 1979년부터 영국 대신 유럽 전체의 선수들을 선발하여 팀을 만든 후, 1985년 28년 만에 유럽이 미국을 제압하여 우세를 잡자 유럽은 열광했고, 미국은 당황했다. 그 이후 미국과 유럽의 골프 팬들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이 생겼고, 라이더컵 대회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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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라이더컵 대회장의 모습.


최고의 영예 ‘라이더컵 팀원’
미국과 유럽의 선수들에게는 라이더컵 출전 자체가 메이저 대회의 우승만큼이나 중요하다. 특히 한 번 출전했던 선수는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보다 훨씬 더 간절하게 팀에 뽑히기를 원한다. 라이더 컵 대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얼마나 강한 애국심과 자부심을 느끼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팀 선수들끼리는 평상시 절대로 공개하기 싫어하는 자기만의 쇼트게임 기술을 서로 가르쳐 주준다. 평상시 보아왔던 스윙의 단점을 지적해하기도 한다. 작전을 논의하는 팀 미팅은 캐디도 초대하지 않는 비밀회의이며, 대통령이 직접 사기를 올려주는 응원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한다. 마지막 날 개인전에 나갈 선수들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오직 캡틴의 명령에 따를 뿐이며 목숨이라도 걸고 이기겠다는 투지로 똘똘 뭉친다.
라이더 컵은 선수들에게 상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골프 대회 중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선수는 순수하게 나라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출전한다. 그래서 우승 상금이 200만 달러가 넘는 메이저 대회의 우승 경쟁보다 라이더컵에서 훨씬 더 큰 압박감을 느낀다. 경기에서 패한 후, 혹은 때로는 승리한 후 동료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광경도 흔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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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복장을 한 채 유럽팀을 응원하는 갤러리들.


미국 vs 유럽

2018년 미국과 유럽 선수들의 최고 관심사는 12명의 라이더컵 팀에 뽑힐 수 있는지 여부이다. 두 팀 모두 캡틴이 4명의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하는 까닭에 자력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상금 랭킹 8위 이내를 지켜야 한다.
미국의 주장 짐 퓨릭은 자력으로 팀에 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타이거 우즈와 미켈슨을 와일드 카드로 뽑을 것인지 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주장 토마스 비욘은 현재 합격선에 못 미치는 로리 맥길로이를 망설이지 않고 선택할 듯싶다. 반면 주최국(프랑스)의 선수인 빅터 드뷔송의 선발 여부를 제법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미국은 1993년 영국에서 우승을 한 이후 유럽 땅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유럽 팀은 1995년, 2004년, 2012년 미국에서 원정승리를 따냈기 때문에 현재 미국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다. 이것이 미국 미디어와 골프팬들이 2018년 파리에서의 승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세계 랭킹이나 메이저 우승 횟수 등으로 평가하는 객관적인 전력은 언제나 미국이 앞서지만 2000년 이후 8번의 대결에서 유럽이 6승 2패로 앞서고 있다. 그 이유는 팀 경기이므로 승부가 스타 플레이어보다 팀 워크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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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에서 미국을 응원하는 갤러리들은 성조기를 애용한다.


라이더컵에 갈 수 있다면

라이더컵에서는 최고 수준의 골프기량을 볼 수 있고, 매치 플레이의 특성 상 극적인 샷이 일반 대회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온다. 특히 대회장소인 르 골프 나쇼날의 레이 아웃은 길고 워터 해저드가 많아 매치 플레이를 흥미롭게 만드는 코스라는 평을 받는다.
이밖에 특별한 옷차림으로 응원에 나서는 갤러리를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재미있게 관전하려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자기가 응원할 팀을 결정해 그 응원단에 합류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속한 갤러리와 함께 있어야 눈총을 피할 수 있다. 라이더컵도 보고, 파리 관광도 할 수 있는 2018년 라이더컵을 방문한다면 평생 잊지 못할 골프 추억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라이더컵의 역사와 명승부는 책 한 권 분량의 흥미진진한 대서사시인 까닭에 기회가 되는 대로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할 계획이다. 말을 하다 보니 벌써부터 9월이 기다려진다.

■ 2012년 라이더컵 이틀째, 이안 폴터와 버바 왓슨의 티오프 장면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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