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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人문학] 82일간 몽골 횡단한 골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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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랜드는 캐디, 롤스톤은 스크래치 골퍼로 몽골을 골프로 횡단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82일 동안 2011km를 2만94번의 샷을 하면서 몽골을 횡단한 골퍼 이야기가 화제다. 북아일랜드 출신의 28세 스크래치 골퍼인 애덤 롤스톤은 지난해 6월29일부터 9월17일까지 남아공 출신의 캐디 론 러트랜드와 함께 공을 치면서 걸어서 몽골을 횡단했다.

몽골 서쪽의 가장 높은 퀴텐산 봉우리에서 첫 티샷을 하면서 시작한 3개월여에 걸친 여정은 몽골의 동쪽에 위치한 수도 울란바토르의 보그산골프클럽 18번 홀에서 홀아웃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들의 여정은 ‘(몽골을 넘는 골프) 최장 홀(the longest hole)’ 사이트를 통해 소개되었고 자선 행사를 계기로 골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스포츠자선재단 라우레우스가 이들의 모험을 후원했고, 테일러메이드가 공과 클럽을 제공했다. 모험을 마친 두 사람은 각종 방송에 등장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이들의 모험기는 전파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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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서쪽 끝 보텐샨에서 티샷을 앞둔 롤스톤.


세계 최장 홀 라운드
럭비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러트랜드의 옛 모험에 착안해 골프 이벤트를 기획했다. 러트랜드가 4년 전인 2013년에 유방암을 앓는 한 친구를 위해 아프리카와 유럽의 2만6천㎞를 자전거로 누빈 자선 이벤트를 무용담처럼 자랑했다. 그러자 골퍼인 롤스턴이 세계 최장 홀 골프 아이디어를 내면서 두 사람은 지구에서 가장 넓은 페어웨이를 가진 몽골을 라운드하는 이벤트에 의기투합했다. 몽골은 러시아에서 아시아까지 넓게 펼쳐진 초원지대 스텝이 이어진다.

둘은 구글 지도를 보면서 식수원이 될 만한 개천 루트를 타고 가는 직선 거리 1850㎞의 코스를 설정했다. 골프 타수로 치면 1만4천파의 전장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코스내 핸디캡들을 극복하느라 목표한 타수보다 많은 6093오버파로 홀아웃 했다. 롤스턴은 마지막 퍼트를 홀 2m 거리에서 넣으면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캐디인 러트랜드의 짐을 줄이기 위해 드라이버와 4, 7번 아이언 피칭웨지 그리고 퍼터까지 5개의 클럽만 챙겼다. 리어카에 여분의 볼과 텐트와 식량과 옷가지를 넣으니 무게만 120kg이었다. 골프 카트라고 불린 이 리어카는 진흙에 빠지기도 했고, 힘겨운 오르막길을 만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종아리까지 물에 잠기는 하천과 뜨거운 사막을 공을 치면서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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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지대여서 지구에서 가장 넓은 페어웨이를 가졌다는 몽골.


서커스 쇼하는 괴짜들
골프공 400개면 충분히 횡단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지만 얼음과 눈을 만나면 공을 찾는 것조차 난관이었다. 여름에 라운드를 시작해 가장 적은 눈 속에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롤스톤은 “하루에 보통 25km는 행군할 걸로 생각했는데 첫날에 눈과 진눈깨비와 악천후로 고작 2.5km밖에 갈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악천후와 눈은 그들이 겪은 고생과 노고의 일부에 불과했다.

롤스톤은 “바위 사이에서 피칭웨지로 하루에 400번 샷을 하는 등 일반적인 골프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들과의 기억은 새롭고 감동적이었으나 동시에 회의적이었다. 루트랜드는 “가끔은 우리가 서커스 쇼를 하는 괴짜로 보이기도 했다”면서 “왜 이런 일을 하나 싶은 자괴감과 당혹감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놔 두 달 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중간에 떠돌이 검은 개가 여정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사냥꾼이자 그들을 안내한 개를 UB라 불렀고, 울란바토르에 들어와서까지 여정을 함께 했다.

그들은 협찬을 받은 만큼 자신들의 모험을 세상에 알리는 데도 열심이었다. GPS 컴퓨터를 통해 그들의 여정을 매번 찍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재미난 일상을 바깥 세상에 올렸다. 밤에 텐트를 치고 초원과 사막에서 잘 때는 생전 보지 못했던 모기를 피해 쪽잠을 자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항상 부상의 위험을 안고 여행을 이어가느라 비상 구급약에 대한 정보는 웬만한 약사만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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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넘는 여정을 마친 롤스톤, 러트랜드 그리고 UB.


안드레 톨미에 이은 이벤트
두 사람의 몽골 골프 횡단 이벤트가 처음이 아니었다. 13년 전인 2004년에 5월28일부터 두 달간 미국 뉴햄프셔 출신의 토목 기사 안드레 톨미(당시 35세)가 3번 아이언 하나 만을 들고서 1974km(1234마일)에 이르는 몽골 대초원을 횡단하기도 했다. 이번의 여행은 그보다 37km가 더 길었다.

톨미는 몽골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주요 도시 소재지를 기준으로 18개 홀 1만1880파로 나눠 전 홀을 완주하는 이른바 ‘징기스칸 정벌 루트’ 계획을 세웠다. 초이발산의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린 톨미는 2개월만에 라운드를 끝냈다. 여정을 마친 톨미의 스코어는 290오버파인 1만2170타였다. 라운드 중에 볼은 509개를 잃어버렸다. 캐디이자 셰르파인 현지인 카탄바타르가 물과 음식, 텐트를 실은 지프를 몰고 동반했다. 톨미는 미국으로 돌아가 초원 횡단 골프 체험을 책으로 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몽고 골프 횡단을 마친 톨미는 몽고의 어린이들과 환경보호를 위한 기금을 조성해서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많은 몽고인들에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소개하고 흥미를 부여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방인이 몽골이라는 나라를 골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염두에 둔 억지스러운 의미 부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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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에 몽골을 횡단 골프한 안드레 톨미.


롤스톤과 러트랜드 역시 두 달이 넘는 여정 중에 골프라는 스포츠를 현지인에게 전파한 것을 중요시했다. 롤스톤은 “처음 샷을 한다는 몽골인이 140야드 이상 공을 날릴 정도로 골프에 뛰어났다”고 사이트에 적었다. 하지만 과연 외국인 여행가들이 그들 주장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골프를 전달’한 것인지, 단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쇼에 그친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에 대한 몽골인들의 의견은 홈페이지에 소개되지 않았다.

이들의 여정에 소개된 대부분의 몽골인들은 친절하고 순박했다. 몽골의 하늘은 푸르고 초원은 광대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몽골의 자연은 웅장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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